영상 속 인물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주장 인정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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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인물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주장 인정되나요 

김강희 변호사


영상 속 인물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주장 인정되나요


사건 개요


직장인 A씨는 지인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여친 몰카"라는 설명과 함께 전달된 영상 하나를 저장해 두었습니다. 화면 속 인물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배경도 평범한 방이라 특별히 의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영상 속 인물이 사실은 15세 중학생이었고, 영상이 유포되며 여러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함께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A씨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그 사람이 미성년자인 줄 알았다면 절대 저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상만 보고 나이를 짐작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항변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상담을 청해 오는 의뢰인들의 첫마디는 거의 같습니다. 자신은 몰랐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몰랐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몰랐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따지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몰랐다는 주장은 진술만으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고, 영상의 외관과 입수 경위를 둘러싼 정황증거가 충분히 뒷받침될 때 비로소 검토 대상이 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크게 두 층위로 나뉘어 다투어집니다. 첫째는 객관적 요건입니다. 영상 속 인물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로 한정해 왔고, "다소 어려 보인다"는 정도만으로는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9. 24. 선고 2013도4503 판결).

둘째는 주관적 요건, 즉 고의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시청한 자를 처벌합니다. 확정적으로 알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판례는 미필적 고의—그럴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정도—만으로도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봅니다. 결국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려면, 영상 자체가 명백히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인식할 만한 계기가 없었다는 점을 함께 뒷받침해야 합니다. 이 두 층위 중 하나라도 정황증거로 무너지면, 항변은 진술로만 남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 요건부터 다툰다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은 영상 속 인물이 정말 판례가 말하는 "명백성" 기준을 충족하는지입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애초에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고의를 다투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지점입니다.

1) 영상의 화질·각도·구간별로 인물 특정 가능성을 나눕니다.

같은 영상이라도 얼굴과 신체가 뚜렷이 보이는 구간이 있고, 조명이나 각도 때문에 특징이 흐릿한 구간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캡처가 어느 구간에서 추출된 것인지, 그 캡처만으로 사회 평균인이 의심 없이 미성년자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프레임 단위로 짚어 정리합니다. 화장, 조명, 촬영 각도로 실제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면 그 자체가 "명백성" 요건을 다툴 근거가 됩니다.

2) 영상이 유통된 경로의 표시·설명을 확보합니다.

채팅방·게시판에 영상이 어떤 제목·설명과 함께 공유되었는지는 명백성 판단에 함께 고려되는 정황입니다. "여친 몰카", "20대 커플" 같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면, 그 표현 자체가 성인 콘텐츠로 인식하게 만든 요소였다는 점을 캡처·대화 기록으로 남깁니다. 반대로 이런 자료가 없다면 뒤늦게 진술만으로 주장하기보다, 있는 자료 범위 안에서 신빙성을 갖춘 정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3) 필요하다면 감정·전문가 소견을 검토합니다.

신체 발달 상태나 골연령 등에 관한 소견이 실익이 있는 사안인지는 사건마다 다르지만, 검찰이 제시하는 나이 판단 근거(주민등록·진술 등)와 영상만으로 파악 가능한 외관 사이에 간극이 큰 경우라면, 그 간극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명백성 요건을 다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미필적 고의를 부정할 객관적 사정을 갖춘다


명백성 요건을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남은 쟁점은 고의입니다. "몰랐다"는 말이 받아들여지려면 누구나 수긍할 만큼 객관적이고 상당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므로, 이 단계에서는 다음을 확보합니다.

1) 입수 경위를 대화 기록으로 재구성합니다.

누구에게서, 어떤 채널로, 어떤 설명과 함께 영상을 받았는지가 고의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전달자가 명시적으로 "성인"이라고 언급했는지, 해당 채팅방·사이트가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곳이었는지, 파일명이나 게시물 제목에 미성년자를 암시하는 표현—교복, 학생, 특정 학년 등—이 없었는지를 남아 있는 대화·게시물 캡처로 확인합니다. 이런 표현이 있었는데도 몰랐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미필적 고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되므로, 있는 그대로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2) 수신 이후의 행동을 소극적 처리 정황으로 남깁니다.

영상을 받은 뒤 곧바로 삭제했는지, 재전송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했는지는 인식 여부를 추정하는 중요한 간접사실입니다. 저장만 하고 별도로 유포하지 않았다면, 그 소극적 처리 자체가 몰랐다는 항변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해서 내려받거나 유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집한 이력이 있다면, 그 이력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음을 함께 고려해 대응 전략을 세웁니다.

3) 소지·시청과 배포·제공을 구분해 혐의 범위를 좁힙니다.

같은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라도 행위 태양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갈립니다. 배포·제공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제3항), 영리 목적 배포는 5년 이상(제2항)인 반면, 구입하거나 소지·시청한 경우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제5항)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실제 행위가 단순 수신·저장에 그쳤는지, 재전송이 있었는지를 명확히 구분해 두어야 혐의가 실제보다 넓게 인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영상 속 인물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인정되는 항변이 아닙니다. 법원은 영상이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명백하게 미성년자로 보였는지, 그리고 그럴 가능성을 인식할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를 정황증거로 따집니다. 이 두 갈래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아무리 진심으로 몰랐다 해도 법정에서는 공허한 진술로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상의 외관, 입수 경위, 수신 이후의 행동까지 일관되게 정리된 사건이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자료가 남아 있고 무엇을 더 확보해야 하는지부터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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