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항변, 통정매매 계좌대여자에게 통할까요
몰랐다는 항변, 통정매매 계좌대여자에게 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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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는 항변, 통정매매 계좌대여자에게 통할까요 

김강희 변호사


몰랐다는 항변, 통정매매 계좌대여자에게 통할까요


사건 개요


개인투자자 상담 중 상당수가 이런 사연으로 시작됩니다. 지인이나 SNS·리딩방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잠깐만 계좌를 빌려주면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겠다"거나 "내가 대신 매매를 관리해 주겠다"며 접근합니다. 별다른 의심 없이 증권계좌의 아이디·비밀번호는 물론 공동인증서와 OTP까지 넘겨주고, 이후로는 그쪽에서 시키는 대로 특정 종목을 특정 시점에 사고팔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금융감독원 또는 검찰로부터 조사 통지를 받습니다. 본인 명의 계좌가 통정매매—사전에 짜고 같은 시기·같은 가격에 서로 사고팔아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행위—에 동원됐다는 것입니다.

당사자는 "나는 그저 계좌만 빌려줬을 뿐, 그게 통정매매인지도 몰랐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 항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계좌를 넘긴 경위, 그 대가로 받은 이익, 지시받은 매매의 패턴을 하나하나 짚어 정말 몰랐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따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계좌를 빌려준 개인투자자가 시세조종 세력의 말단 가담자로 함께 기소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몰랐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형사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인식 여부는 본인의 주관적 진술이 아니라, 계좌를 넘긴 정황·대가 수수·매매 지시의 성격이라는 객관적 자료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몰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좌 대여자에게 시세조종·통정매매에 대한 고의(인식)가 있었는지입니다.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1항은 사전에 짜고 같은 시기·같은 가격으로 매도·매수하도록 하는 통정매매를, 제2항은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거나 시세를 변동시킬 목적의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을 각각 금지합니다. 이 죄의 공범이 되려면 정범(시세조종 세력)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과 자신의 계좌 제공이 이를 돕는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형법상 방조·공동정범 성립에는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고의—불확실한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둘째, 그 관여의 정도가 단순 방조인지, 아니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공동정범인지입니다. 계좌 대여가 시세조종 실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되면 방조를 넘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어 형량 자체가 달라집니다. 셋째, 부당이득액입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규모에 따라 처단형 구간을 나누고 있어, 전체 시세조종 세력의 이득액이 크면 계좌 대여자 본인의 가담 정도와 무관하게 무거운 처단형 구간에 놓일 위험이 있습니다. 넷째, 위반행위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같은 법 제447조의2) 대상에 계좌 대여자가 포함되는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계좌를 넘긴 경위와 인식의 실체를 증거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이 "몰랐다"는 진술 자체입니다. 진술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계좌를 빌려준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정황을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합니다.

1) 계좌 접근권한을 넘긴 방식과 범위를 정밀하게 짚습니다.

단순히 매매 지시를 대신 받아 실행했는지, 아니면 아이디·비밀번호에 더해 공동인증서·OTP까지 통째로 넘겨 상대방이 자유롭게 계좌를 운용하도록 두었는지는 인식의 강도를 가르는 핵심 정황입니다. 후자에 가까울수록 "그저 계좌만 빌려줬다"는 항변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반대로 접근권한을 최소한으로만 넘겼고 매 거래마다 개별적으로 지시를 받아 그대로 실행한 정황이 남아 있다면, 이는 독자적 판단 없이 도구로 이용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2) 대가 수수 여부와 그 성격을 명확히 정리합니다.

매매마다 정해진 수수료나 수익 배분을 받았다면 이는 통정매매 가담에 대한 대가로 평가되어 인식을 강하게 추단하는 사실이 됩니다. 계좌 사용 대가로 실제 받은 금액과 그 지급 경위(계좌이체 내역, 지급 명목에 대한 대화 기록)를 확보해, 대가가 전혀 없었는지 혹은 통상적인 지인 간 사례 수준에 그쳤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해 둡니다.

3) 매매 지시의 성격을 '기계적 이행'으로 특정합니다.

매매 지시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메신저 대화 내역을 확보해, 종목·시점·가격을 특정해 지시받은 대로만 매매했을 뿐 스스로 시세조종 목적을 설명받거나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음을 뒷받침합니다. 반복적으로 같은 가격대에서 매수·매도가 교차하는 이상거래 패턴에 대해서도, 증권 지식이 없어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는 사정을 함께 정리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처벌 수위와 몰수·추징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기


인식 여부를 다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설령 가담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어떤 지위에서 어느 정도의 이득에 대해 책임을 지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경계를 다툽니다.

계좌 대여자가 시세조종의 전체 계획을 알고 주도적으로 관여했는지, 아니면 세력이 짜 놓은 구조에서 계좌라는 도구로만 이용됐는지를 구분해 다툽니다. 매매 시점·물량·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었고 전적으로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사실이 뒷받침되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공동정범이 아니라 관여 정도가 낮은 방조범으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2) 부당이득액 산정 구간을 다툽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부당이득 또는 회피손실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산정되는 이득액 규모에 따라 처단형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세력 전체의 이득액을 계좌 대여자 개인에게 그대로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본인의 실질적 가담 범위와 기여도에 맞게 산정 기준을 다시 짚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합니다.

3) 몰수·추징 대상에서 방어합니다.

자본시장법 제447조의2는 위반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필요적으로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계좌 명의만 빌려줬을 뿐 매매로 발생한 이익을 실제로 취득·보유한 적이 없다면, 그 사실을 계좌 거래내역과 자금 흐름으로 입증해 몰수·추징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그 범위가 최소화되도록 대응합니다.


결론


계좌를 빌려준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수사가 시작되고 나면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계좌를 넘긴 경위, 대가를 받았는지, 지시를 어떤 방식으로 이행했는지가 처음부터 자료로 남아 있어야 그 진술에 힘이 실립니다.

지금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계좌 사용 내역을 두고 불안한 상황이라면, 인식의 실체와 가담의 정도를 어떤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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