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주차장 균열 누수와 관리단의 배상책임, 1심을 거쳐 항소심까지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 지하 1층 상가 두 호실의 이야기입니다. 이 호실들 바로 위에는 건물 지상 1층의 옥외주차장이 있습니다. 2015년 무렵부터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관리단 스스로 "1층 외부 노상 주차장 및 화단부의 누수로 인한 지하 1층 누수, 심각한 상태"라는 안내문을 돌렸을 정도였죠. 관리단은 세대 천장에 우레탄 방수재를 주입하는 공사를 했지만, 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천장 위 주차장 바닥과 화단의 균열이라는 원인이 그대로였으니까요. 소유자들은 세입자가 짐을 적시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천장을 뜯어내고 전기선과 싱크대까지 철거한 채 임대도 못 하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관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을 거쳐 항소심까지, 소 제기로부터도 5년이 넘게 걸린 싸움이었습니다.
관리단은 왜 책임자가 되는가
항소심의 출발점은 공작물책임입니다. 민법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그 점유자가 배상하도록 합니다. 주차장과 화단은 건물의 공용부분이고, 공용부분의 관리 권한과 책임은 관리단에 귀속되니, 그 하자로 생긴 손해의 책임자도 관리단이라는 구조죠. 감정인은 주차장 바닥 마감재의 균열과 화단 석재의 균열, 그 아래 방수층의 하자를 확인했고, 빗물이 그 균열을 타고 콘크리트 슬라브의 관통 균열을 지나 지하층 천장으로 떨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관리단은 "방수공사를 했으니 그 후로는 누수가 없었다"고 다퉜지만, 법원은 천장에 우레탄을 주입한 것은 증상 완화일 뿐 주차장 균열이라는 병소를 고치지 않은 이상 근본 해결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소멸시효 항변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정리됐습니다. 관리단은 누수를 안 지 3년이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막연히 물이 샌다는 것을 아는 시점이 아니라, 전문가의 누수원인 진단서를 통해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부터 시효가 흐른다고 보았습니다. 원인을 모르면 청구도 할 수 없다는 상식이 법리로 확인된 대목입니다.
손해는 어떻게 계산되었나
항소심이 인정한 손해의 뼈대는 세 가지입니다. 누수 피해로 실제 지출한 비용(천장 철거, 특수청소, 전기설비 교체 등), 앞으로 전유부분 하자를 고치는 데 들 공사비, 그리고 가장 큰 덩어리인 임대료 상당 손해입니다. 특히 임대료 손해의 기간 산정이 정교합니다. 법원은 막연히 전 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세입자가 누수를 이유로 퇴거한 때부터 방수공사 시점까지, 그리고 다시 누수가 확인되어 소를 제기한 때부터를 골라 담았습니다. 항의나 신고 기록이 없는 공백기는 빼버렸죠. 임대를 못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원인이 누수임을 시기별로 이어 붙일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위자료는 재산적 배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특별한 정신적 손해의 증명이 없다며 기각됐고, 건물이 준공 35년을 넘긴 노후 건물인 점과 원고들도 누수를 오랫동안 방치한 면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최종 책임은 70%로 제한됐습니다. 그렇게 두 소유자가 받게 된 배상금은 각 4천만 원 안팎입니다.
돈보다 중요한 명령, 그리고 아쉬운 한 가지
이 판결에도 핵심은 공사 명령입니다. 법원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로서, 주차장 마감재와 화단을 걷어내고 지하층 지붕 슬라브 위에 방수공사를 새로 한 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마감하는 누수방지공사를 관리단에 명했습니다. 관리단은 "관리단집회 결의도 없는데 어떻게 공사하느냐"고 버텼지만, 법원은 하자보수는 공용부분의 멸실·훼손을 막는 보존행위여서 관리인이 집회 결의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결의가 없다는 사정은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것, 관리단 실무에서 꼭 기억할 지점입니다.
다만 원고들이 함께 구한 간접강제, 즉 공사를 안 하면 매월 돈을 물리는 장치는 붙지 않았습니다. 이 공사는 건물 외부의 주차장에서 하는 것이라 제3자 업체를 시켜서도 할 수 있는 "대체적" 작위의무이고, 그런 의무에는 간접강제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위아래층 화장실 누수 사건, 즉 윗집 내부에서만 가능해 "부대체적" 의무로 인정되어 월 30만 원의 간접강제가 붙었던 사례와 정확히 대비됩니다. 같은 누수방지공사라도 공사 장소가 남의 집 안이냐 공용 공간이냐에 따라 집행의 무기가 달라진다는 것, 누수 소송의 청구취지를 설계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갈림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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