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의견진술권, 법정에서 처벌 의사를 직접 밝히는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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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의견진술권, 법정에서 처벌 의사를 직접 밝히는 절차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 재판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정작 처벌을 구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자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에 진술서를 냈고 참고인 조사도 받았는데, 정작 법정에서는 검사와 피고인·변호인만 말을 주고받고 자신은 방청석에 앉아 지켜만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입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은 피해자에게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실제로 양형에 반영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의견진술권이 어떤 절차로 작동하는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 법정 출석이 부담스러울 때 대안은 무엇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피해자에게도 법정에서 말할 권리가 있다 —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형사소송에서 재판의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이고,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아니라 증인이나 참고인의 지위에 머무릅니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근거가 바로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피해자등의 진술권)입니다. 이 조항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포함)이 신청하면 법원이 그 피해자등을 증인으로 신문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이미 공판절차에서 충분히 진술해 다시 진술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거나, 그 진술로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2항입니다. 법원이 피해자등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단순히 사건 경위만 묻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그 밖에 당해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피해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증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래서 어떤 처벌을 원하는지'까지 법정에서 직접 밝힐 수 있는 절차적 권리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신청인이 여러 명이면 법원이 진술할 사람 수를 제한할 수 있고, 출석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그 신청은 철회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2항은 피해자에게 사건 경위 진술을 넘어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까지 부여하도록 법원에 의무를 지운다.

증인신문과 별개인 의견진술 —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0

피해자가 법정에서 말할 수 있는 통로는 하나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른 증인신문 절차와 별도로,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0(피해자등의 의견진술)은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등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를 공판기일에 출석하게 해 증인신문에 의하지 아니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증인신문은 검사·변호인의 반대신문을 전제로 한 절차이지만, 이 의견진술은 신문의 형식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가 준비한 내용을 자신의 방식대로 진술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이 두 절차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의 증인신청으로 증인신문 절차 안에서 처벌 의견을 밝히기도 하고, 별도로 재판장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요청해 반대신문 부담 없이 피해 사실과 처벌 의견을 진술하기도 합니다. 재판장은 재판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의견진술의 시간과 방식을 미리 정할 수 있으므로, 변호인을 통해 사전에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율해두는 편이 당일 혼선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두 절차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진술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증인신문 절차에서 처벌 의견을 밝히면 검사·변호인의 반대신문 대상이 될 수 있어, 사건 경위에 관한 질문이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0에 따른 의견진술은 범죄사실 인정과 무관한 사항—피해의 정도, 처벌에 관한 의견, 사건 이후의 사정—에 한정되고 반대신문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사실관계를 다시 추궁당할 부담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절차를 택할지는 사건 진행 상황과 피해자의 심리적 부담을 함께 고려해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정 출석이 부담스럽다면 —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 제출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 됩니다. 이 부담을 고려해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1(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의 제출)은 재판장이 재판 진행 상황과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피해자등에게 법정 출석 의견진술 대신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서면이 제출되면 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해야 하고, 공판기일에는 재판장이 서면의 취지를 명확히 밝히며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서면을 낭독하거나 요지를 고지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처벌 의견이 재판부에 전달되고 기록에 남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다만 서면 제출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재판장의 재량 사항이라는 점, 그리고 서면의 형식과 제출 시기를 담당 재판부 실무에 맞춰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서면에는 피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 사건 이후 일상에 생긴 변화, 피고인의 처벌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명확하게 적을수록 재판부가 취지를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 법정 출석 의견진술 — 재판장이 정한 시간에 직접 출석해 구두로 진술.

  •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 — 재판장 재량으로 서면 제출 허용, 법정에서 낭독 또는 요지 고지 가능.

  • 두 방식 모두 변호인을 통해 사전 신청·시기 조율이 필요.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나 — 의견진술의 한계

의견진술권의 범위를 잘못 이해하면 오히려 진술의 무게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2는 제134조의10에 따른 의견진술과 제134조의11에 따른 서면을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의견진술은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다투는 증거가 아니라, 유죄가 인정된 뒤 양형을 정하는 데 참작되는 자료라는 것입니다. 이 구분을 모른 채 진술 내용을 유·무죄 공방의 연장으로 채우면 재판부가 취지를 오해하거나 진술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견진술의 핵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는 것이 아니라, 피해로 인해 겪은 신체적·정신적 피해의 정도와 결과, 사건 이후 삶에 생긴 구체적 변화, 그리고 피고인에 대해 원하는 처벌 수준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엄벌을 원한다면 그 이유가 되는 구체적 사정(반성 여부, 합의 시도 과정, 2차 피해 여부 등)을 함께 밝히는 것이 재판부의 양형 판단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피해자의 의견진술과 서면은 유·무죄를 가리는 증거가 아니라 양형에 참작되는 자료다 — 진술의 초점은 유죄 여부가 아니라 피해의 실체와 처벌 의견에 맞춰야 한다.

가해자와의 대면이 두렵다면 — 신뢰관계인 동석과 비공개 심리

의견진술이나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는 법원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검사,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도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특칙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어, 성범죄 피해자는 이 제도를 활용할 여지가 더 폭넓습니다.

여기에 더해 재판장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피고인을 일시적으로 퇴정시킨 뒤 진술을 진행하거나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이용한 신문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보호조치는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신청을 전제로 하므로, 의견진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통해 함께 신청해두는 것이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 신뢰관계인 동석 — 가족·상담사 등 동석 신청 가능(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동석시키지 않음).

  • 심리 비공개 —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재판장 재량으로 방청 제한.

  • 피고인 퇴정, 중계장치 신문 등 대면 부담을 줄이는 방식도 함께 검토 가능.

의견진술이 실제 양형에 미치는 무게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처벌 의견을 밝히는 절차가 있다는 것과, 그 진술이 실제로 판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은 처벌불원 여부와 합의 여부를 각각 독립된 감경·가중 인자로 다루고 있고, 반대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엄벌을 탄원하는 의견을 밝히는 것은 양형 심리 과정에서 재판부가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는 실질적인 자료로 작용합니다. 서면이든 구두 진술이든 재판부가 판결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를 적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어떤 의견도 밝히지 않으면, 재판부는 수사기록에 남은 진술서나 피해자 진술조서만으로 피해의 정도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 이후 달라진 일상, 치료 경과,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감처럼 서류만으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면, 의견진술 절차를 통해 그 공백을 직접 채우는 것이 양형 심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수사 단계 진술서에는 사건 당일의 경위만 담겨 있고 그 이후의 후유증은 빠져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 의견진술을 통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경위,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가해자로부터 진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지 못한 사정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재판부가 단순히 죄명과 법정형만으로 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실제로 피해자의 삶에 남긴 결과를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합의나 처벌불원 여부와 무관하게, 이런 구체적 정황은 그 자체로 독립된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 예외 사유와 대응

의견진술권이 법률상 보장된 권리라 해도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1항 단서는 피해자등이 이미 해당 사건에 관해 공판절차에서 충분히 진술해 다시 진술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그 진술로 공판절차가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증인신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신청인이 여러 명이면 법원이 진술할 인원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도 함께 있어, 공동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에서는 대표로 몇 명만 진술하는 방식으로 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법정 출석 진술이 제한되더라도 앞서 살펴본 서면 제출 절차는 별개로 남아 있으므로, 구두 진술이 어렵다면 서면으로 방향을 바꿔 신청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됩니다. 신청 자체가 거부되거나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담당 검사나 국선변호사(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된 사건이라면)를 통해 재판부에 취지를 다시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청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공판기일이 예정되기 전, 늦어도 첫 공판준비기일 무렵부터 의견진술 여부를 검토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견진술권은 피해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나요?

A. 피해자 본인 외에 법정대리인도 신청할 수 있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대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라면 법정대리인이 함께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Q. 의견진술과 증인신문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증인신문은 검사·변호인의 반대신문을 전제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이고, 의견진술은 신문 형식 없이 피해의 정도와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직접 밝히는 절차입니다. 실무에서는 증인신문 안에서 처벌 의견을 함께 진술하거나, 별도로 의견진술 기회를 요청하는 방식이 모두 쓰입니다.

Q. 법정에 나가기 어려우면 서면으로만 의견을 낼 수 있나요?

A. 재판장이 재판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 제출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서면이 제출되면 검사와 피고인 측에 그 취지가 통지되고, 공판기일에 낭독되거나 요지가 고지될 수 있습니다.

Q. 의견진술 내용이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쓰이나요?

A. 아닙니다. 형사소송규칙상 의견진술과 그에 갈음한 서면은 범죄사실 인정을 위한 증거로 쓸 수 없고, 유죄가 인정된 이후 양형을 정하는 데 참작되는 자료로 취급됩니다.

Q. 가해자와 같은 법정에 있는 것이 두려운데 방법이 있나요?

A.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을 신청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심리 비공개나 피고인 일시 퇴정, 중계장치를 이용한 신문 등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대부분 신청을 전제로 하므로 미리 변호인과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신청했는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이미 충분히 진술했거나 절차 지연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증인신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서면 제출로 방향을 바꿔 신청하거나 검사·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 취지를 다시 전달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피해자의 의견진술권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법정에서 '나는 이런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입니다. 증인신문 절차 안에서 밝히든, 별도의 의견진술이나 서면 제출로 밝히든, 그 진술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양형 자료이지 유·무죄 증거가 아니라는 점)를 이해하고 준비하면 진술의 설득력이 훨씬 높아집니다.

법정 출석이 부담스럽다면 서면 제출이나 신뢰관계인 동석, 심리 비공개 같은 보호 장치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절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공판기일이 잡히기 전부터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할지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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