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수가 미공개정보이용이라면 — 중요성·인과 다투기
사건 개요
상장회사에 다니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직 공시되지 않은 회사 소식을 남들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회의 중에 듣거나, 대형 공급계약이나 인수합병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사실을 업무상 알게 되는 식입니다. 그리고 그 직후, 혹은 며칠 안에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공시 이후 주가가 뛰면서 증권선물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조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게 상담실을 찾아옵니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그냥 원래 사려고 했던 주식이다", "회사 다니면서 자사주 좀 산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조사기관은 그 항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매수 시점이 정보 발생 시점과 공시 시점 사이에 놓여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의 혐의선상에 오르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 정보를 실제로 '이용'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정보가 법이 말하는 '중요정보'에 해당하는지도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수사·조사 초기에 이 두 지점을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은 상장법인의 임직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조문이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 정보가 '중요정보'—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받았을 정보—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정보가 정말 '미공개' 상태였는지, 즉 시장에 이미 알려지거나 예측 가능했던 정보는 아니었는지입니다. 셋째, 매수라는 행위가 그 정보를 '이용'한 결과인지, 아니면 정보와 무관한 별개의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입니다.
이 사건이 특히 다루기 까다로운 이유는, 정보를 알고 있었던 시점과 매수 시점이 겹친다는 사실만으로 조사기관이 나머지 요건을 사실상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어의 무게중심은 정보를 몰랐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 정보가 법이 말하는 중요정보에 해당하지 않거나, 매수가 그 정보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 자료로 입증하는 데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정보의 '중요성'을 실질적으로 다투기
조사기관은 흔히 "공시 전 정보이니 당연히 중요정보"라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중요정보인지 여부를 합리적인 투자자가 정보의 중대성과 그 사실이 실제로 발생할 개연성을 비교·평가해 투자판단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볼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 정의를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되비추어 다투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1) 정보의 확정성·구체성을 다툽니다.
실적 개선이나 계약 체결이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잠정치·추정치·협상 진행 단계에 불과했는지를 구분합니다. 매수 당시 회사 내부 문서상 해당 수치가 '확정' 표시가 아니라 '예상' 또는 '가결산 전' 표시였다면, 그 정보는 아직 투자판단의 근거로 삼기에 불확실한 상태였다는 점을 회의록·내부보고서·이메일 등으로 소명합니다. 정보가 반드시 100% 확정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정성이 낮을수록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보'로 보기 어려워집니다.
2)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던 정보인지를 다툽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언론 보도에서 유사한 실적 전망이 이미 나와 있었는지, 주가가 매수 시점 이전부터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정보가 시장에서 이미 상당 부분 예견되고 있었다면, 그 정보를 새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방향으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증권사 리포트 발간일, 관련 기사의 보도일, 매수 이전 주가 추이 그래프를 함께 정리해 제시하는 것이 이 지점에서 핵심 자료가 됩니다.
3) 정보의 경제적 크기를 정량적으로 다툽니다.
실적 변동폭이나 계약 규모가 회사 전체 매출·시가총액 대비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 그것이 통상적인 투자자의 매매 결정을 바꿀 만큼 유의미한 크기였는지를 따집니다. 변동폭이 시장의 정상적 예측 범위 안에 있었다면, 공시 전 정보라는 형식만으로 중요정보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수치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이용'의 인과관계를 끊어내기
설령 정보의 중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매수가 그 정보 때문이었다는 인과관계까지 증명되어야 처벌 대상이 됩니다.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과 정보를 '이용'했다는 사정은 별개이고, 최근 하급심에서도 정보가 생성된 시점이 매수 시점보다 앞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보의 전달과 이용이 당연히 추정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 인과관계를 끊는 작업이 두 번째 방어축입니다.
1) 매수 이전부터 존재한 계획·패턴을 증거로 세웁니다.
스톡옵션 행사 일정, 급여형 자사주 매입 약정, 과거 수년간 반복해 온 정기 매수 이력이 있었다면 그 자료를 시계열로 정리합니다. 이번 매수가 특정 정보 취득 이후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예정돼 있던 매매 패턴의 연장선이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정보와 거래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데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2) 거래의 규모·방식·자금 출처를 정보와 무관한 동기로 설명합니다.
매수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매수 규모가 평소 투자 성향에 비추어 이례적이지 않은지, 매수 방식(분할매수인지 일시매수인지)이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시도로 보이는 형태였는지를 재무자료와 매매내역으로 재구성합니다. 예컨대 소액을 분할해 평소와 비슷한 규모로 매수했다면, 정보를 이용해 단기 차익을 극대화하려 한 정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3) 정보차단 체계와 실제 인식의 정도를 함께 다룹니다.
해당 직원이 그 정보에 실제로 얼마나 근접해 있었는지, 회사 내부의 정보차단벽(예산·실적 정보 접근 권한 제한 등)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직무상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제한적이었거나, 접했더라도 신뢰도가 낮은 형태(비공식 대화, 미확정 보고서 초안)로 접했다는 사정은 '그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거래했다'는 고의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결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는 자본시장법 제443조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에 비례해 벌금이 병과되며, 이익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되는 중한 범죄입니다. 그런 만큼 조사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해 제출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정보를 알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그 정보가 법이 말하는 중요정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매수가 실제로 그 정보 때문이었는지를 자료로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그럴 가능성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지금 가진 매매내역과 정보 접근 경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미리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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