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그 일을 다시 진술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낯선 어른들 앞에서 사건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은 피해아동에게 2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고, 질문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답하다가 진술 자체의 신빙성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법은 조사와 재판 과정에 진술조력인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제도를 언제, 누가 신청할 수 있는지, 진술조력인이 통역사처럼 단순히 말만 옮겨주는 사람인지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술조력인의 자격과 신청 절차, 수사·재판 단계별로 실제 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진술조력인 제도란 — 아동·장애인 피해자 진술의 특수성
성인 피해자와 달리 아동, 특히 어린 연령대의 아동은 시간 개념이나 사건의 앞뒤 관계를 어른의 기준으로 정리해 진술하기 어렵습니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어른이 반복해서 질문을 던지면 불안감 때문에 실제 겪은 일과 다른 대답을 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오해해 애매하게 답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아동 진술은 자칫 신빙성을 의심받기 쉽고, 반대로 질문 방식이 유도적이면 진술 자체가 오염되어 나중에 증거로서 힘을 잃을 위험도 있습니다. 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도 마찬가지로, 조사자의 질문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정리해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진술조력인 제도는 이런 간극을 메워 조사·재판이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게 진행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성폭력 외에도 아동학대·인신매매 등 범죄의 피해자가 아동이거나 장애인인 경우에 준용되어 운영됩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성폭력 피해아동을 중심으로, 조사와 재판 단계에서 진술조력인이 실제로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진술조력인은 형사소송법상 피해자 곁을 지켜주는 신뢰관계인과는 역할이 다른 별도의 전문인력이라는 점도 먼저 짚어둘 필요가 있는데, 이 차이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결국 이 제도의 핵심은 진술의 정확성과 피해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키는 데 있습니다.
진술조력인은 피해자의 말을 대신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조사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이 왜곡 없이 정확하게 오가도록 돕는 중립적 조력자다.
진술조력인의 자격과 지정 — 누가 진술조력인이 되나
진술조력인은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는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등 아동·장애인의 심리나 의사소통과 관련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 또는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기간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요건을 갖춘 사람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야 비로소 진술조력인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이렇게 양성한 진술조력인의 명부를 관리하며, 실제 사건에서는 이 명부에 등재된 사람 중에서 배치가 이루어집니다. 즉 발달심리나 아동 의사소통을 전문적으로 다뤄본 사람이 정해진 절차를 거쳐 자격을 얻는 구조입니다.
이 자격 요건이 엄격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동의 발달 단계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질문해야 오해 없이 전달되는지, 장애 유형에 따라 어떤 의사소통 보조 방법이 필요한지는 전문적인 훈련 없이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술조력인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벌칙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그만큼 이 역할에 공적인 책임과 신뢰가 요구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격을 갖췄다고 해서 특정 사건에 고정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명부에서 적임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자격 — 정신건강의학·심리학·사회복지학·교육학 등 아동·장애인 심리·의사소통 관련 전문지식 또는 상당 기간의 관련 분야 경력
교육 —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소정의 교육 이수 필수
관리 — 법무부가 명부를 관리하고 사건마다 적임자를 지정·배치
신분 — 뇌물죄 등 형법 벌칙 적용 시 공무원으로 간주
수사 단계에서의 신청 — 누가, 언제 요청할 수 있나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력인 참여의 근거는 제36조입니다. 이 조항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아동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원활한 조사를 위해 진술조력인이 조사과정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신청 주체는 폭넓게 열려 있습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권으로 결정할 수도 있고,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변호사가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진술조력인의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경우에는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에는 사전 고지 의무도 있습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대상이 되는 피해자를 조사하기 전에, 피해자와 법정대리인 또는 변호사에게 진술조력인에 의한 의사소통 중개나 보조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고지를 받는 시점이 신청 여부를 판단할 첫 번째 기회이므로, 조사 통지를 받으면 이 절차가 안내되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지를 받지 못했거나 안내가 불충분했다고 느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신청 의사를 밝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상 — 13세 미만 아동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
신청 주체 — 검사·사법경찰관의 직권, 또는 피해자·법정대리인·변호사의 신청
예외 —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참여시키지 않음
고지 — 조사 전에 신청 가능 사실을 반드시 고지받아야 함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이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고, 신청은 수사기관의 직권으로도 피해자 측 요청으로도 가능하다 — 다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참여시키지 않는다.
조사 과정에서의 실제 역할 — 사전면담부터 중개·보조까지
진술조력인은 조사 당일 갑자기 투입되지 않습니다. 조사에 앞서 피해자를 미리 면담해 발달 수준과 의사소통 특성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조력이 필요한지에 관한 의견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 사전면담을 통해 아동이 낯선 조사 환경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질 시간을 갖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 조사에서는 조사자의 질문을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바꿔 전달하고, 아동의 답변이 모호하거나 불완전할 때 조사자가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통역처럼 언어를 그대로 옮기는 것과는 다른, 서로 다른 이해 수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술조력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진술하거나, 질문의 답을 유도하거나 암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진술조력인의 개입 자체가 진술을 오염시킨 원인으로 지목되어, 그 조사 전체의 증거가치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술조력인은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하고, 조사자와 피해자 양쪽 모두 이 경계를 지키는지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조사 이후에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사소통상 특이사항을 기록해 두는 경우도 있어, 이후 절차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재판 단계에서의 참여 — 증인신문에서 하는 일
수사 단계와 별개로,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문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37조에 따라 별도로 진술조력인 참여를 마련해야 합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13세 미만 아동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원활한 증인신문을 위해 직권으로 또는 검사·피해자·법정대리인·변호사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진술조력인을 증인신문에 참여시켜 중개하거나 보조하게 할 수 있습니다. 법원 역시 신문에 앞서 피해자와 법정대리인, 변호사에게 이런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집니다. 재판정이라는 낯설고 위압적인 공간에서 아동이 반대신문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고려하면, 이 단계에서의 참여는 수사 단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은,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력인이 참여했다고 해서 재판에서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수사와 재판은 절차상 별개이므로, 재판에서도 참여시키려면 법원에 새로 신청하거나 법원의 직권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증인신문 기일이 잡히면 그 이전에 신청 여부를 다시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술조력인의 소송절차 참여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해져 있어, 사건을 맡은 변호인을 통해 신청 시기와 방식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력인이 참여했더라도 재판에서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증인신문을 앞두고는 법원에 별도로 신청하거나 법원의 직권 결정을 받아야 한다.
진술조력인의 의무와 비밀유지 — 중립성이 무너지면 생기는 문제
진술조력인에게는 제38조에 따른 두 가지 핵심 의무가 있습니다. 하나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며 서로의 진술이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노력할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직무상 알게 된 피해자의 주소·성명·나이·직업·학교·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과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않을 의무입니다. 이 비밀유지 의무를 어기면 단순한 징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50조 제2항은 이를 위반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사·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아동의 신상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중립성 의무는 형사절차 전체의 신빙성과 직결됩니다. 만약 진술조력인이 중립을 벗어나 특정한 답을 유도하거나, 질문을 왜곡해 전달한 정황이 확인되면 그 조사에서 얻은 진술은 증거로서의 신빙성을 다투는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진술조력인의 개입 방식이 적절했는지를 문제 삼아 진술의 임의성이나 신빙성을 다투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술조력인이 남긴 사전면담 의견서나 조사 참여 기록은, 필요할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반대로 다투는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신청을 놓쳤을 때의 문제와 다른 제도와의 구분
조사 전 고지를 받고도 진술조력인 신청 여부를 미처 판단하지 못한 채 조사가 끝나버리면, 나중에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진행된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할 수는 없고, 사후적으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정도로 대응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사나 신문 일정이 잡히면 그 전에 진술조력인 신청 여부를 미리 판단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동이 낯선 절차에 스스로 적응하기를 기다리기보다, 보호자나 법정대리인이 먼저 이 제도를 인지하고 챙기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진술조력인은 종종 신뢰관계인과 혼동됩니다. 신뢰관계인은 형사소송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을 얻도록 조사나 재판에 동석하는 가족·지인 등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진술조력인은 앞서 살펴본 대로 전문 교육을 거쳐 의사소통 자체를 중개·보조하는 역할에 집중합니다. 두 제도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신청할 수 있는 별개의 제도이므로, 필요하다면 둘 다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법률대리인으로서 피해자의 권익을 대리하는 국선변호사 역시 진술조력인과는 역할이 다른 별도의 제도이므로, 세 가지 제도의 차이를 미리 알아두면 조사 단계에서 무엇을 신청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진술조력인은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A. 검사·사법경찰관이 직권으로 결정할 수도 있고,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변호사가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Q. 13세 이상 아동은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나요?
A. 법 문언상 원칙적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이지만,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라면 나이와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발달 특성상 어려움이 있다면 조사 전 고지를 받는 시점에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Q. 진술조력인이 조사 내용을 왜곡해서 전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진술조력인은 법상 중립적 입장에서 왜곡 없이 전달할 의무를 지고, 비밀유지 의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개입이 부적절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 측에서 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력인이 참여했으면 재판에서도 자동으로 참여하나요?
A. 아닙니다. 수사와 재판은 별개 절차여서 재판에서 참여시키려면 법원에 별도로 신청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신문 전 법원이 고지 의무를 지므로 이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신뢰관계인과 진술조력인은 같은 건가요?
A. 다릅니다. 신뢰관계인은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을 얻도록 옆을 지켜주는 가족이나 지인 등이고, 진술조력인은 의사소통을 전문적으로 중개·보조하는 전문인력입니다. 두 제도는 서로 대체하지 않고 함께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진술조력인을 신청하지 않고 조사를 마쳤는데 나중에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조사가 이미 끝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정도로 대응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 전 고지를 받는 시점에 신청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맺음말
진술조력인은 피해자의 말을 대신 만들어주는 통역사가 아니라, 조사자와 피해자 사이의 의사소통이 왜곡 없이 오가도록 돕는 중립적 전문인력입니다. 자격을 갖춘 사람만 맡을 수 있고, 수사와 재판 각 단계에서 별도로 신청하거나 직권 결정을 받아야 하며, 중립성과 비밀유지 의무를 어기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제도적으로도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아동이나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보호자·법정대리인 입장에서는, 조사 전 고지를 받는 순간부터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판단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지키는 첫걸음이 됩니다.
수원지검이나 인계동 인근 경찰서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 진술조력인 신청 시점과 신뢰관계인·국선변호사 제도까지 함께 검토해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지 미리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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