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특정 시간대에 특정 기지국을 거쳐 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통째로 받아 그 안에서 용의자를 추려내는 이른바 '기지국수사'를 유독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위치정보에 준하는 민감한 개인정보라 원래는 다른 방법으로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마약 사건에서는 이 문턱이 유독 낮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통신비밀보호법은 범죄 유형에 따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건을 이중으로 나누고 있고, 마약류 유통 범죄는 그중에서도 더 낮은 문턱이 적용되는 예외 범주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법적 근거가 정확히 무엇이고, '완화'라는 표현이 실제로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자료를 다툴 여지는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기지국수사란 무엇이고, 왜 마약 유통 사건에서 즐겨 쓰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11호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전기통신개시·종료시간,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사용도수와 함께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이 중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를 이용해 특정 시간대에 특정 기지국을 거쳐 간 통신내역을 한꺼번에 요청하고, 그 안에서 범행 관련성이 있는 번호를 추려내는 수사기법이 실무에서 말하는 기지국수사입니다. 특정인을 지목해 그 사람의 통신내역만 받는 다른 통신수사와 달리, 그 기지국을 이용한 불특정 다수의 자료가 함께 제공된다는 점이 기지국수사의 핵심 특징입니다.
마약 유통 사건에서 기지국수사가 특히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거래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정해진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면 매수인이 나중에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전통적인 미행이나 잠복, 참고인 진술만으로는 판매책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텔레그램이나 다크웹으로 접선이 이뤄지는 경우도 대면 접촉 자체가 없어 현장 검거 외에는 단서를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마약이 실제로 은닉됐던 장소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그 인근 기지국을 거쳐 간 통신내역이 사실상 유일하게 접근 가능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은닉해 둔 장소 인근의 발신 기록을 확인하는 경우
텔레그램·다크웹 등 비대면 거래에서 특정 접선 장소·시간대의 통신내역을 확인하는 경우
공범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인 정황을 특정 유흥시설·숙박시설 인근 통신내역으로 확인하는 경우
대포폰을 사용하는 유통 조직에서 실제 사용자를 특정하기 위한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경우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의 원칙 — 제13조 제1항의 '필요성' 기준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요청은 아무렇게나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요청사유·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 관할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먼저 자료 제공을 요청한 뒤 지체 없이 허가를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송부하도록 하는 예외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원칙 조항이 오랫동안 '필요성'이라는 요건 하나만으로 운용돼 왔다는 데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수사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청하면 법원이 이를 뒷받침할 별도의 소명을 요구하지 않는 구조여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률이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위치정보에 준하는 민감한 정보가 이런 낮은 문턱으로 폭넓게 수집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원칙적으로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요건 하나만 충족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요청할 수 있었다 — 문제는 이 필요성 요건만으로는 실무상 기각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데 있었다.
헌재가 제동을 건 이유 —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2헌마538 결정은 구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중 기지국수사에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키지는 않고, 국회가 법을 고칠 시간을 주기 위해 2020년 3월 31일까지 잠정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헌재가 문제 삼은 지점은 기지국수사가 갖는 구조적 특성이었습니다. 기지국수사는 특정인을 지목한 요청이 아니라 그 기지국을 이용한 불특정 다수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한꺼번에 제공되는 방식이어서, 범죄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의 위치정보까지 함께 노출됩니다. 그런데도 요건이 '필요성' 하나뿐이어서 법원이 신청을 사실상 걸러내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점을, 헌재는 기본권 침해의 핵심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헌재 2012헌마538 결정은 기지국수사가 범죄와 무관한 다수의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한꺼번에 노출시키는 구조임에도, '필요성'이라는 단일 요건만으로 허용되어 온 점을 헌법불합치의 핵심 이유로 들었다.
개정법이 만든 이중 기준 — 보충성 요건의 등장
헌재 결정에 따라 2019년 12월 31일 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제13조 제2항을 신설했습니다. 실시간 위치추적자료 또는 특정한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기 어렵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만"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입니다. 이른바 보충성 요건입니다.
이로써 기지국수사는 원칙적으로 단순히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미행·잠복·참고인 진술·계좌추적 같은 다른 수사기법으로는 범인을 특정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별도로 소명해야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도청·감청에 해당하는 통신제한조치에 요구되는 보충성 요건과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문턱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마약 유통 사건이 예외인 이유 — 제5조 제1항이 정한 대상범죄
그런데 제13조 제2항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다만, 제5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범죄 또는 전기통신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라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즉 제5조 제1항이 열거한 범죄이거나 전기통신을 수단으로 한 범죄라면, 앞서 본 보충성 요건을 다시 걷어내고 제1항의 '필요성' 기준만 적용받습니다.
제5조 제1항은 원래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을 허가할 수 있는 대상범죄를 정한 조항으로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국가보안법 위반, 방위산업 관련 범죄 등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 제6호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규정된 범죄 중 제58조부터 제62조까지의 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마약류의 수출입·제조·매매·매매알선(제58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마약류의 사용이나 관련 장소·시설·자금의 제공(제60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등 유통의 핵심 단계를 포괄하는 조항들입니다. 이 범죄들은 이미 감청까지 허용되는 중대범죄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그보다 기본권 침해 정도가 낮은 기지국수사에서는 보충성 요건이 다시 면제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마약 거래는 대부분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대포폰 등 전기통신수단을 매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같은 단서의 '전기통신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에도 함께 해당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죄라는 죄명 자체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범행 수법이라는 두 갈래 모두에서 예외 사유에 포섭되는 셈입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8조부터 제62조까지의 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 제6호의 통신제한조치 대상범죄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 하나가, 마약 유통 사건의 기지국수사에서 보충성 요건을 면제시키는 법적 근거다.
'완화'의 실제 의미 — 영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완화는 법원의 허가 절차 자체를 면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허가를 받기 위해 소명해야 하는 정도가 '보충성과 필요성'에서 '필요성' 하나로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마약 유통 사건이라 해도 요청 시에는 여전히 요청사유,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서면에 기재해 관할 지방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 절차 자체가 생략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법원이 '다른 방법으로는 곤란하다'는 별도의 소명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책이나 공범을 특정해야 하는 초기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할 여지가 넓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요청 범위, 즉 대상 기지국의 개수나 반경, 조회 기간을 무제한으로 넓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요청은 법원이 자료 범위를 축소하거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요건 완화는 '허가 없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허가를 받기 위해 증명해야 하는 문턱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 관할 지방법원의 서면 허가 절차 자체는 마약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기지국수사로 확보한 자료, 다툴 수 있는 지점
허가를 받아 수집된 자료라고 해서 무조건 문제없이 증거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데, 허가서에 기재된 대상 기지국·조회 기간·범죄사실의 범위를 벗어나 수집된 자료이거나, 애초 허가받은 혐의와 무관한 별건 수사에 그 자료가 전용된 경우에는 이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통지 의무도 함께 확인할 부분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에 따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제기·검찰송치를 하지 않는 처분, 또는 입건을 하지 않는 처분을 한 날부터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대상자에게 자료 제공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다만 수사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소명자료를 첨부해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받아 통지를 유예할 수 있고, 그 유예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하면 됩니다. 그 결과 실제로는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에야 자신의 통신내역이 조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허가서에 기재된 대상 기지국·조회 기간·혐의사실의 범위를 확인할 것
실제로 수집된 자료가 그 범위를 벗어났는지 대조할 것
다른 사건 수사에 그 자료가 전용됐는지 확인할 것
통지 유예 여부와 그 사유의 타당성을 확인할 것
마약 유통 사건에서 실제로 준비해야 할 것
기지국수사 결과로 소환되거나 긴급체포되는 경우, 통신내역상 특정 시간대에 특정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마약 수수·판매 가담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지역에 있었다는 정황과 실제 거래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조사 초반부터 이 둘을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지국수사는 보통 후속 압수수색영장(휴대전화 포렌식, 계좌추적)이나 공범 특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허가서의 존재와 범위를 확인하고, 통신내역만으로는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단순 동행, 우연한 체류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지국수사는 영장 없이도 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마약 사건처럼 필요성 요건만 충족하면 되는 예외 범주에 해당해도, 관할 지방법원의 허가는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완화되는 것은 소명의 정도(보충성 요건 유무)일 뿐, 법원의 허가 절차 자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왜 마약 사건만 유독 요건이 완화되나요?
A.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이 열거한 살인·마약류·국가보안법 위반 등 통신제한조치 대상범죄와 전기통신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 전반에 같은 예외가 적용됩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8조부터 제62조까지의 죄가 그 대상범죄에 포함돼 있어, 마약 유통 사건이 이 예외의 대표적인 유형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Q. 제 통신내역이 기지국수사로 조회됐다는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은 처분 후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가 있어 사후에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장 승인을 받아 통지를 유예할 수 있어,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통지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기지국수사 결과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나요?
A. 아닙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특정 시간대에 특정 기지국 인근에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줄 뿐이고, 실제 마약 수수·투약 등 범죄사실은 압수물, 진술, 계좌내역 등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Q. 허가 범위를 벗어나 수집된 자료도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A. 허가서에 기재된 대상 기지국·조회 기간·혐의사실의 범위를 벗어나 수집되거나 별건 수사로 전용된 자료는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허가서 내용과 실제 수집 경위를 대조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기지국수사로 소환 통보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통신내역상 그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소환 전에 허가서의 범위와 자료의 취득 경위를 확인하고 실제 가담 여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자료를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마약 유통 사건에서 기지국수사의 요건이 다른 범죄보다 낮게 적용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8조부터 제62조까지의 죄를 통신제한조치 대상 중대범죄로 명시하고 있고, 그 단서 조항이 이 범죄들에 대해서는 보충성 요건을 다시 걷어내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완화는 소명의 정도를 낮추는 것일 뿐, 법원의 허가 절차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기지국수사로 소환된 상황이라면, 허가서의 범위와 통지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실질적 대응의 시작입니다. 수원지검이나 인계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마약 유통 사건도 이 기본 구조는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통신내역이 보여주는 것과 실제로 입증돼야 할 것을 구분해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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