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 하는 상태의 공정증서 유언 — 구수 요건
사건 개요
뇌졸중이나 말기 질환으로 병상에 누운 부모가 "재산을 정리해 두고 싶다"고 하실 때, 자녀들은 흔히 공증인을 모셔와 공정증서 유언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막상 공증인이 방문했을 때 정작 유언자는 기관삽관이나 산소호흡기 때문에, 혹은 마비로 발음 자체가 되지 않는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가족들은 유언자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 눈짓으로 "예"라고 답하는 것을 보고 공증인이 미리 준비해 온 서면을 낭독한 뒤 서명·날인을 마칩니다.
문제는 유언자가 세상을 떠난 뒤 시작됩니다. 유산 배분에 불만을 가진 상속인 중 한 명이 "그날 아버지는 말을 한마디도 못 했다. 공증인이 물은 대로 고개만 끄덕였을 뿐인데, 그것이 어떻게 유언이 되느냐"며 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것입니다. 반대로 유언 내용대로 받게 될 상속인은 "본인 의사가 분명했고 절차도 공증인이 진행한 것"이라며 맞섭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날의 기억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결국 법이 요구하는 '구수(口授)'가 실제로 있었는지가 다툼의 중심에 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자 스스로 유언의 취지를 말로 진술하는 것을 핵심 요건으로 하며, 이 요건이 흠결되면 다른 절차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도 유언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말을 전혀 못 하는 상태'라고 해서 유언 자체가 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상태에 맞는 방식을 미리 설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민법 제1068조가 정한 '유언취지의 구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입니다. 판례는 이를 유언자가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해, 공증인이 미리 작성해 온 서면을 낭독하고 유언자가 그에 대해 '예', '아니오'로만 답하거나 고개만 끄덕이는 방식은 구수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둘째, 유언자의 신체 상태가 어느 정도까지 말을 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 발음이 어눌해도 스스로 문장을 구성해 말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완전히 발성이 불가능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셋째, 공정증서 방식이 어렵다면 다른 법정 유언방식(자필증서·녹음·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대체할 수 있었는지, 또 그 방식들 각각의 요건을 유언자의 상태가 충족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유언은 민법이 정한 방식을 하나라도 어기면 전부 무효가 되는 엄격한 요식행위입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사전에 점검했는지, 혹은 사후에라도 구수의 실질을 증명할 자료를 남겼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말을 못 하는 상태에서도 유효한 유언을 남기도록 절차를 설계하기
아직 유언을 남기지 않은 단계라면, 유언자의 신체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고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상담에서 다음 순서로 절차를 설계합니다.
1) 발음이 가능한 정도라면 구수의 실질을 남깁니다.
발음이 어눌하더라도 스스로 문장을 말할 수 있는 상태라면, 공증인이 유언 내용을 먼저 읽어 주고 확인만 받는 방식이 아니라 유언자가 자신의 언어로 재산 배분의 취지를 말하도록 순서를 짭니다. 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으로 촬영해 두면, 훗날 "구수가 있었는지" 자체가 다투어질 때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공증인에게도 유도신문 형태가 아니라 개방형 질문으로 진행해 달라고 미리 요청해 둡니다.
2) 발성이 전혀 불가능하다면 다른 법정방식을 검토합니다.
기관삽관 등으로 발성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공정증서 유언은 애초에 구수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무효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때는 녹음에 의한 유언(민법 제1067조 — 유언자가 유언 취지와 성명·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정확함을 구술하는 방식)도 발성이 전제되므로 함께 어렵고, 손을 움직여 글을 쓸 수 있는 상태라면 자필증서 유언(민법 제1066조 — 전문과 연월일·주소·성명을 자필로 쓰고 날인)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손도 쓸 수 없는 상태라면 법정방식 중 남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는 점까지 가족에게 미리 설명해, 무리하게 형식만 갖춘 유언을 만들어 오히려 분쟁의 씨앗을 남기지 않도록 합니다.
3) 급박한 상황이라면 구수증서 유언의 요건을 함께 점검합니다.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을 쓸 시간이 없는 경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민법 제1070조)을 검토하게 되는데, 이 방식 역시 유언자가 증인에게 유언 취지를 구수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다만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날로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효력이 유지되므로, 이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절차 진행과 함께 일정을 관리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이미 작성된 유언의 구수 흠결을 다투거나 방어하기
유언이 이미 작성되어 상속이 개시된 뒤라면, 다투는 쪽이든 지키는 쪽이든 초점은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재구성하는 데 있습니다.
1) 공증 당시 정황을 최대한 촘촘히 재구성합니다.
공증인이 작성한 촉탁서류·공증조서, 그 자리에 있었던 증인의 진술, 유언자의 당시 진료기록(의식 수준·발음 가능 여부에 관한 의료진 소견)을 모읍니다. 특히 진료기록상 '의사소통 불가' 또는 '구두 응답 곤란'이라는 기재가 있다면, 이는 구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유언을 지키려는 쪽이라면 유언자가 스스로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나 목격 진술을 확보해 구수의 실질을 뒷받침합니다.
2) 공증인·증인에 대한 사실조회·증인신문을 준비합니다.
당시 공증인이 유언자에게 개방형으로 질문했는지, 아니면 미리 작성된 내용을 읽고 확인만 받았는지는 결국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진술로 밝혀집니다. 소송에서는 공증인과 증인 2인에 대한 사실조회 또는 증인신문을 통해 질문과 답변이 오간 방식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진술이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짚어 신빙성을 다툽니다.
3) 유언무효확인청구와 유류분 문제를 함께 정리합니다.
구수 흠결로 유언이 무효로 확정되면 상속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분배되므로, 유언무효확인청구와 함께 이를 전제로 한 상속재산분할, 필요하다면 유류분반환청구까지 한 절차 안에서 함께 정리합니다.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 처음부터 예비적으로 유류분 부족분을 계산해 두는 것이 실무상 유리합니다.
결론
공정증서 유언의 '구수'는 형식이 아니라 유언자 본인의 의사가 스스로의 말로 표현되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발음이 어눌한 정도인지, 발성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인지를 먼저 가려야 어떤 방식을 쓸 수 있는지가 정해지고, 그 판단을 건너뛴 채 형식만 갖추면 훗날 유언 전체가 무효로 돌아갈 위험을 안게 됩니다.
가족 중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의 어르신이 유언을 준비하고 계시거나, 반대로 이미 작성된 유언의 구수 요건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 지금 상태에서 어떤 방식이 가능한지 혹은 무엇을 근거로 다툴 수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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