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나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처음 만난 상대와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가, 이후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형사 고소나 수사로 이어지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상대가 먼저 스무 살이 넘었다고 말했다”, “외모나 말투로 봐서 성인인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관계를 맺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수사가 시작되면, “속아서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 사건에서 단순히 몰랐다는 진술이 아니라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구체적 정황에 비추어 엄격하게 심리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상대가 성인이라고 속인 경우 무죄 주장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지, 그리고 수사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인이라고 믿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죄는 상대의 나이에 대한 인식을 요건으로 하는 고의범입니다.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인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상대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경우 실무에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가 적용되어 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2020년 신설된 형법 제305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19세 이상의 사람도 같은 예로 처벌합니다.
이 죄들은 모두 고의범이므로, 행위자가 상대방이 법정 연령 미만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형법 제13조에 따라 고의가 조각되어 무죄가 될 여지가 이론적으로는 있습니다. “성인이라고 속아서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삼는 항변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법원은 이 주장을 매우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상대가 말로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곧바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으며,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는지를 별도로 따집니다.
성인이라고 들었다는 사정 자체는 무죄 주장의 출발점일 뿐, 그것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2. ‘몰랐다’는 진술이 아니라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법원은 외모·대화 내용·만남의 경위 등 객관적 정황으로 오인의 정당성을 판단합니다.
나이에 관한 착오를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은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같은 맥락의 법리는 청소년 고용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하여 청소년을 당해 업소에 고용하여서는 아니 될 매우 엄중한 책임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대상자를 고용함에 있어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이에 유사한 정도로 연령에 관한 공적 증명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 연령을 확인하여야 하고, 제시된 신분증상의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의심이 들면 추가적인 연령확인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3도8385 판결).
이 판결은 청소년보호법위반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나이를 속인 상대를 대상으로 한 형사사건 전반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즉 상대가 “성인이다”라고 말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신분증 등 공적 증명력이 있는 자료로 확인했는지, 외모나 언행에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추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가 오인의 정당성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특히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나 조건만남 형태로 만난 경우, 앱 자체에 성인 인증 절차가 있었는지, 대화 중 나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오갔는지가 수사기관과 법원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황입니다.
“성인이라고 들었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오인의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3. 정확한 나이를 몰랐다는 주장도 무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일 가능성 자체를 인식했다면 정확한 나이를 몰라도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몰랐다”는 주장이 자주 나오지만, 이 주장 역시 그 자체로 무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간음하였다면, 설령 그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하였더라도 피해자의 실제 연령에 따라 형법 제305조가 정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죄책을 진다(수원고등법원 2022. 4. 15. 선고 2021노824 판결).
이 판결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사실까지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아 형법 제305조 제1항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그 인식까지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피고인이 최소한 “16세 미만일 수 있다”는 인식은 갖고 있었다고 보아 제2항에 따른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즉 “성인인 줄 알았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미성년자일 가능성 자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어릴 수 있다고 의심했다면 그 뒤 확인을 게을리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나이를 몰랐다는 사정과, 미성년자일 가능성 자체를 몰랐다는 사정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4. 유죄로 인정되면 나이 구간과 행위 태양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13세를 기준으로 적용 법조와 형량 구간이 나뉩니다.
상대가 13세 미만이었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가 적용되어 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어 처벌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상대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이었던 경우에는 형법 제305조 제2항이 적용되어 간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성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만남의 대가로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한 경우라면 나이가 16세를 넘어 19세 미만이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어, 성인이라고 믿었다는 항변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책임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나이 구간과 대가 제공 여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지므로, 사실관계 확정이 방어전략의 출발점입니다.
5. 고소·수사부터 재판까지,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사 초기에 확보한 자료와 진술이 오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수사 → ②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나이 구간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대가 성인이라고 속였다는 사정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와 나눈 대화·메신저·데이팅앱 프로필 등 나이 확인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캡처해 확보합니다.
만남의 경위(앱·소개·장소)와 나이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최초 조사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과 제출할 자료를 미리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오인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사실관계와 법리를 함께 정리해 실질적인 방어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상대가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은 “억울하다”는 감정과 별개로, 수사 초기에 정리해두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이라고 믿고 관계를 맺었다가 수사를 받게 된 쪽에서는 그 믿음을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화 기록, 만남의 경위, 나이에 관한 언급이 쌓일수록 오인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피해를 당한 쪽에서도 상대의 인식 여부가 쟁점이 되는 만큼, 나이를 알렸거나 알 수 있었던 정황을 함께 정리해 두어야 수사와 재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저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성인이라고 말한 카카오톡 대화가 남아있으면 무죄가 확실한가요?
A. 유리한 정황증거이지만 그것만으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그 대화 이후 외모나 언행에서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한 정황이 없었는지까지 함께 판단됩니다.
Q. 데이팅 앱에 성인 인증 절차가 있었는데도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면요?
A. 앱의 성인 인증을 신뢰한 정황은 오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증 이후에도 의심할 정황이 없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Q. 상대의 신분증을 직접 확인했는데도 위조된 것이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신분증을 직접 확인한 사정은 정당한 이유를 인정받는 데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위조 여부를 육안으로 알기 어려웠다는 점까지 소명되면 오인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상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합의만으로 공소권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남나요?
A. 형사 무죄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별개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절차에서 오인의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된 사안이라면 민사에서도 유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오인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정황을 어떤 순서로 진술할지에 따라 사건 전체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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