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 아동의 부모, 즉 법정대리인이 합의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사건이 예상보다 길고 무겁게 흘러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의자와 그 가족들 중 상당수는 “피해 아이 부모님만 만나서 합의하면 어떻게든 정리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건 초반을 보냅니다. 그런데 막상 연락을 시도해도 부모가 일체 응하지 않거나 변호사를 통한 접촉조차 거부하면, “이제 정말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기준을 다룬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에서 반드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강제추행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기존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 사건에서는 이 기준이 한층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아래에서는 미성년자 강제추행 사건에서 합의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부모가 합의를 거부했을 때도 남아 있는 법적 수단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미성년자 강제추행은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됩니다
합의는 처벌을 막는 열쇠가 아니라, 처벌 이후 양형에 반영되는 참작 사유일 뿐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성범죄 상당수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이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된 개정 법률에 따라 강간, 강제추행을 포함한 형법상 성범죄 전반에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전부 폐지됐습니다. 즉 지금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고소하지 않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수사기관은 사건을 인지한 이상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은 별도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 사건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부모가 합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거나 수사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합의는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전제조건이 아니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는 처벌을 피하는 조건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절차에서 양형에 참작되는 하나의 사정일 뿐입니다.
2. 폭행·협박이 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강제추행은 반드시 피해자의 저항을 억누를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폭행 행위 자체가 곧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합니다. 이 경우 추행과 동시에 이뤄지는 유형력의 행사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이면 충분하고, 그 힘의 세기가 크고 작은지는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을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가 있으면 충분하다는 취지입니다.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접촉이 짧고 약했다는 주장만으로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나이가 어린 피해자일수록 저항 능력이나 상황 인식이 성인과 다르다는 점을 법원이 함께 고려합니다. 피해 아동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거나 상황을 곧바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오히려 가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성년자 대상 사건에서는 신체 접촉의 정도가 약했다는 주장만으로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고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3. 피해 아동의 나이에 따라 적용 법률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13세 미만인지,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확연히 갈립니다.
피해자가 성인이라면 형법 제298조가 그대로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특별법이 우선 적용되면서 형량의 하한 자체가 새로 생기고, 그 하한이 훨씬 높게 설정됩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3항이 적용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벌금형 선고 자체가 불가능하고 하한이 5년으로 정해져 있어,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서도 그만큼 엄격한 양형 사유가 필요합니다.
피해자가 13세 이상 19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이라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이 적용돼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형법상 일반 강제추행보다 하한이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 대상 범죄를 더 무겁게 다루겠다는 입법 취지가 분명합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인지, 13세 이상 19세 미만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의 하한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사건 초기부터 정확한 법률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부모가 합의를 거부해도 피해 회복 노력 자체는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하면 피해자 측 동의 없이도 반성과 피해 회복의 의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연락 자체를 받지 않거나 합의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면, 많은 피의자와 가족들이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사정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2022년 12월 9일 시행된 개정 공탁법 제5조의2는 이른바 형사공탁 특례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피고인이 법령상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사건번호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만으로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피해 회복을 위한 금원을 공탁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피해자 측 계좌번호나 신원을 알아야만 공탁이 가능해, 연락을 거부하는 피해자·보호자 앞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협조 없이도 공탁이 가능해졌고, 법원은 이를 실질적인 피해 회복 노력의 정황으로 참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만으로 합의와 동일한 효과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공탁금 규모와 반성의 정도,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 등이 함께 평가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부모가 합의 자체를 거부하더라도, 형사공탁을 비롯한 피해 회복 노력은 별도로 이어갈 수 있고 이는 실제 양형에 반영됩니다.
5. 고소·인지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조사 대응과 자료 정리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미성년자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인지수사 개시 → ②피의자 조사 및 피해 아동에 대한 진술조사(통상 원스톱지원센터 등에서 진행)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다른 성범죄와 병합되는 경우에는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합의를 거부한 상태에서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과 피해자 연령 구간(13세 미만/아동·청소년/성인)을 먼저 확인합니다.
피해 회복 의지를 객관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 즉 형사공탁 절차와 필요 서류를 확인합니다.
조사에서 진술할 내용과 태도, 그리고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치료 프로그램 등)를 미리 준비합니다.
이 세 가지를 사건 초기에 정리해 둔 변호사와 함께 대응한다면, 합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양형에 유리한 정황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미성년자 강제추행 사건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연락을 거부하는 순간, 피의자와 가족 모두 방향을 잃고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해자 측과의 접촉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고, 합의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이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합의가 거부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응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의 정확한 법적 성격을 파악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절차에 맞게 남기는 것이 이후 절차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측과 피의자 측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의 방향이 이후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합의가 막혔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아 있는 절차를 정확히 짚어야 하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가 합의 자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방법이 전혀 없나요?
A. 합의가 성립하지 않아도 처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형사공탁, 재범 방지 조치, 진지한 반성 자료 등을 통해 양형에서 참작받을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Q. 형사공탁을 하면 피해자 동의 없이도 인정되나요?
A. 네, 2022년 12월 시행된 특례에 따라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로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공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 사실만으로 합의와 동일하게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Q. 신체 접촉이 짧고 약했는데도 강제추행이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반드시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어, 접촉의 강도가 약했다는 사정만으로 혐의를 벗기는 어렵습니다.
Q. 피해자가 13세인지 14세인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나요?
A. 달라집니다. 13세 미만이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가 적용돼 5년 이상의 유기징역, 13세 이상 19세 미만이면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가 적용돼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이 가능해 하한 자체가 다릅니다.
Q. 부모가 나중에 마음을 바꿔 합의에 응하면 그때라도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수사·재판 어느 단계에서든 합의가 이뤄지면 양형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접촉과 소통의 문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 선임은 언제가 좋을까요?
A. 가능하면 첫 조사 전이 좋습니다. 초기 진술 태도와 준비 여부가 이후 기소·양형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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