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청구를 당했는데 10년 지났다 — 시효 항변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몇 해 전, 형제 중 한 명에게만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유언으로 재산 대부분을 몰아준 경우가 있습니다. 증여를 받은 쪽은 세월이 흘러 그 재산을 이미 정리했거나 자기 이름으로 오래 써 온 상태인데, 상속이 개시된 지 한참 지난 뒤에 갑자기 다른 형제로부터 유류분반환청구 소장을 받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 돌아가신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청구냐"는 반응이 먼저 나오지만, 소장을 받은 이상 막연한 억울함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 중에는 "증여받은 지는 십 년이 훨씬 넘었으니 당연히 끝난 일 아니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법이 세는 십 년의 시작점은 증여를 받은 날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이 지점을 정확히 짚지 못한 채 막연히 "오래됐으니 안전하다"고 안심하다가, 정작 소송에서 시효 항변 자체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났다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 방어는 저절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소송에서 명시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상대방이 그 10년 안에 이미 권리를 행사한 적이 있는지, 예외적으로 신의칙 위반을 다툴 사정은 없는지까지 함께 점검해야 비로소 완결된 방어가 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민법 제1117조가 정한 10년의 기산점이 정확히 언제인가입니다. 이 기간은 증여나 유증이 이루어진 날이 아니라 상속이 개시된 날,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부터 계산됩니다. 그래서 증여받은 지는 20년이 넘었더라도 상속개시(사망)가 8년 전이라면 시효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이고, 반대로 증여는 최근에 이루어졌더라도 상속개시로부터 10년이 지났다면 그 사실만으로 시효가 완성됩니다. 둘째, 이 10년의 기간은 원고(유류분권리자)가 침해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진행되는 객관적 기간이라는 점입니다. "몰랐다"는 사정은 별도로 정한 1년의 단기 기간(안 날로부터 1년)에서나 의미를 가질 뿐, 10년의 기간을 막지 못합니다. 셋째, 소멸시효는 법원이 알아서 적용해 주지 않습니다. 답변서나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직접 시효 완성을 항변으로 제출해야 법원이 이를 판단합니다.
이 세 가지를 정확히 세워 두어야 비로소 방어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원고가 10년이 되기 전에 내용증명 등으로 이미 반환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다면, 실제 소 제기가 10년을 넘겼더라도 시효가 이미 중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확인 없이 "10년이 지났으니 무조건 이긴다"고 단정하는 것이 이 사건에서 가장 흔한 함정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10년 기산점을 날짜 단위로 확정하고, 상대방의 사전 권리행사 이력을 역추적하기
시효 항변은 "대략 오래됐다"는 인상이 아니라 날짜로 다투는 싸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방어의 뼈대를 세웁니다.
1) 상속개시일을 공적 서류로 특정합니다.
기산점은 피상속인의 사망일이므로, 가족관계증명서·기본증명서(또는 제적등본)로 사망일자를 먼저 확정합니다. 실종선고로 사망이 간주되는 경우라면 실종기간 만료일 등 별도의 간주 사망일이 기준이 되므로 이 점도 함께 확인합니다. 이렇게 특정한 사망일로부터 원고의 소 제기일(정확히는 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날)까지의 기간을 역산해, 10년 경과 여부를 다투는 여지 없이 명확한 숫자로 만들어 둡니다.
2) 원고가 그 10년 안에 이미 권리를 행사한 적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재판상 청구는 물론 재판 외에서 상대방에게 하는 의사표시만으로도 행사할 수 있고, 이때 반환 대상 재산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즉 원고가 상속개시로부터 10년이 되기 전에 내용증명이나 문자, 조정신청 등으로 "유류분을 돌려받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면, 그 시점에 이미 시효가 중단되어 이후 실제 소 제기가 10년을 넘겼더라도 시효 항변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 착수 전에 원고 측이 과거에 보낸 문서나 통화 기록, 협의 정황을 먼저 확보해 이런 의사표시가 있었는지부터 점검합니다.
3) 증여가 여러 건, 여러 시점에 걸쳐 있어도 기준은 하나임을 정리합니다.
여러 차례 나누어 증여가 이루어진 사안에서는 "이 증여는 15년 전이니 시효가 끝났고, 저 증여는 7년 전이니 아직 살아 있다"는 식으로 개별 증여일을 기준으로 따로 계산하는 오해가 흔합니다. 그러나 10년의 기산점은 각 증여일이 아니라 상속개시일 하나이므로, 상속개시로부터 10년이 지났다면 그 이전에 이루어진 증여는 시기와 무관하게 모두 같은 시효 판단을 받습니다. 이 점을 소장·준비서면에서 명확히 짚어 두면 원고 측이 증여 시점을 흩트려 다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답변서에 항변을 명시적으로 세우고, 신의칙 재항변 가능성까지 선제 차단하기
기간을 정확히 계산했다고 해도, 이를 소송상 항변으로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방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최초 답변서 단계에서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명시적으로 기재합니다.
소멸시효는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영역이라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답변서에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여 원고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항변을 명확한 문장으로 담고, 앞서 확정한 사망일자·소 제기일을 증빙과 함께 제시해 재판부가 이 쟁점을 초반부터 정면으로 다루도록 유도합니다. 항변 시점이 늦어질수록 다른 쟁점(특별수익 범위, 유류분 산정 등)과 뒤섞여 심리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되도록 초기 서면에서 쟁점을 좁혀 둡니다.
2) 신의칙·권리남용 재항변에 대비합니다.
판례는 채무자의 시효완성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배척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수증자가 증여나 상속개시 사실 자체를 적극적으로 숨겨 원고가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만든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재항변을 막기 위해, 상속개시 사실이 가족들에게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정황, 상속재산분할 협의나 장례 절차에 원고가 관여했던 사실, 증여 사실을 은폐하려는 언행이 없었다는 정황 등을 미리 정리해 둡니다. 신의칙 재항변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법리이지만, 준비 없이 맞닥뜨리면 어렵게 세운 시효 항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시효 항변과 본안 항변을 함께 준비합니다.
시효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특별수익 해당 여부나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 범위 등 본안에 관한 방어도 함께 준비해 둡니다. 시효 쟁점 하나에만 의존하다가 그 판단이 원고 측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본안 방어가 준비되지 않아 뒤늦게 불리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결론
"세월이 오래 지났으니 당연히 끝난 일"이라는 감각은 실제 소송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10년의 기산점이 증여일이 아니라 상속개시일이라는 것, 그 기간이 원고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것, 그리고 이 방어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고 답변서에서 직접 주장해야 한다는 것 — 이 세 가지를 놓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사건에서도 방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원고가 10년 안에 이미 반환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는지, 신의칙 재항변을 당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까지 미리 점검해야 완전한 방어가 됩니다. 유류분반환청구 소장을 받고 "오래된 일인데 왜 이제 와서"라는 생각이 든다면, 감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사망일자와 소 제기일을 기준으로 시효 계산부터 정확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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