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고를 낸 상대가 안 낼 때 — 공동불법행위 구상 청구
사건 개요
친구 둘이 오토바이를 나란히 몰고 가다 함께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에 들어섰고, 마침 우회전하던 화물차와 부딪혀 화물차 운전자가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력이 있어 보이는 한쪽만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판결을 받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판결을 받은 한 사람이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하게 되고, 함께 신호를 위반하고 사고를 낸 나머지 한 사람은 아무 부담 없이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됩니다.
돈을 낸 쪽에서는 "같이 저지른 사고인데 왜 나만 다 물어야 하느냐"며 상대방에게 분담을 요구하지만, 상대방은 "나는 판결을 받은 적도 없고 배상하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며 버티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상담을 받을 때마다, 이 문제는 감정이나 형평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구상권이라는 별도의 법적 청구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설명드립니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과, 가해자들 사이의 내부 정산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기 부담 부분을 넘겨 피해자에게 배상한 공동불법행위자는 나머지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초과분을 구상금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점, 상대방의 배상채무는 이미 시효로 소멸했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구상금 소송에서는 별도의 입증 구조가 필요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두 사람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로 인정되는지 — 각자의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객관적으로 관련된 공동의 행위로 평가되는지입니다. 둘째, 구상권을 행사하려는 쪽이 실제로 자기 부담 부분을 넘는 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해 공동면책을 얻었는지입니다 — 판결만 받고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면 구상권은 아직 발생하지 않습니다. 셋째, 두 사람 각자의 부담 부분(과실비율)을 무엇을 근거로 정하는지입니다. 넷째, 상대방이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할 책임 자체는 시효로 소멸했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입니다.
공동불법행위자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각자 전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는 부진정연대채무를 지지만(민법 제760조), 가해자들 내부에서는 과실의 정도에 따른 부담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 부담 부분을 넘겨 변제한 쪽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갖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법리이고, 이 네 가지 쟁점을 처음부터 증거로 채워 두었는지가 구상금 회수의 성패를 가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구상권의 성립 요건부터 빈틈없이 세우기
구상금 소송은 상대방이 판결의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존 판결문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구상권의 성립 요건을 다시 세웁니다.
1) 두 사람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였다는 점부터 증거로 재구성합니다.
상대방이 소송 당사자가 아니었던 이상, 상대방도 함께 신호를 위반하고 사고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를 새로 입증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인근 CCTV 영상, 경찰의 교통사고 실황조사서, 목격자 진술, 사고 직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상대방의 주행 경로와 신호위반 여부, 충돌에 이르기까지의 행위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합니다. 상대방의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비로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구상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2) 자기 부담 부분을 넘겨 실제로 지급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남깁니다.
구상권은 판결 확정만으로는 발생하지 않고, 현실로 피해자에게 지급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은 때 비로소 발생합니다. 그래서 판결문뿐 아니라 실제 지급 사실을 보여주는 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공탁서, 지급확인서를 함께 확보해 지급일과 지급액을 특정합니다. 이 지급일은 뒤에서 볼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자, 법정이자 청구의 기산점이 되므로 정확히 특정해 둘수록 유리합니다.
3) 상대방이 '나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다투는 상황에 대비합니다.
상대방은 대개 "나는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거나 "사고와 내 행위는 무관하다"고 다툽니다.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사고 당시의 객관적 자료(속도·궤적을 알 수 있는 블랙박스, 도로 구조, 신호 체계)를 확보해 상대방의 주행이 사고 발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뒷받침하고, 필요하면 교통사고 감정을 통해 상대방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확정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구상금 액수를 계산하고 시효 안에서 지켜 내기
공동불법행위와 실제 지급 사실이 인정되어도,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는지를 놓치면 구상권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과실비율을 근거로 부담 부분과 초과 지급액을 계산합니다.
부담 부분은 균등하게 반씩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정해집니다. 예컨대 신호위반의 선행 여부, 속도 초과 정도, 진행 방향에 따른 주의의무 차이 등을 근거로 과실비율이 6대4로 산정되었다면, 손해배상금 1억 2천만 원을 전액 지급한 쪽은 자기 부담 부분(7,200만 원)을 넘는 4,800만 원을 상대방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사고유형별 과실비율 인정기준, 손해사정 자료, 필요하면 감정을 통해 이 비율의 근거를 객관적 수치로 갖춰 둡니다.
2) 법정이자를 포함해 청구액을 설계합니다.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구상권에는 연대채무자의 구상권을 정한 민법 제425조가 준용되므로, 구상금 원금뿐 아니라 실제로 지급하여 공동면책을 얻은 날 이후의 법정이자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급일을 정확히 특정해 두어야 이자 기산점을 다투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3) 소멸시효 10년과 기산점을 관리합니다.
구상금 채권은 일반채권과 같이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그 기산점은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가 아니라 구상권자가 현실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입니다. 대법원은 1997. 12. 23. 선고 97다42830 판결에서 상대방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이미 시효로 소멸한 뒤에 지급이 이루어졌더라도 구상권 행사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고, 2024. 9. 27. 선고 2024다249729 판결에서도 이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10년으로 재확인했습니다. 즉 상대방이 "내 책임은 이미 시효로 없어졌다"고 항변해도, 구상권 자체는 지급일로부터 별도로 10년간 살아 있습니다.
결론
함께 사고를 낸 상대가 배상을 나 몰라라 한다고 해서, 그 부담을 혼자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전액을 지급했다면 그 순간부터 구상권이라는 별도의 청구권이 살아 있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도 10년으로 비교적 넉넉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판결의 당사자가 아니었던 만큼, 공동불법행위 성립과 실제 지급 사실, 과실비율의 근거를 처음부터 다시 갖추어야 합니다. 이미 전액을 지급했거나 지급을 앞두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얼마를 어떤 근거로 구상할 수 있는지 지금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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