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나면 사건 자체보다 그 물건이 언제 돌아오는지가 더 급해집니다. 업무용 연락처와 사진, 결제 수단이 전부 그 안에 있는데 몇 달째 아무 연락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압수물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조건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법은 이 문제를 분명하게 정해 두었습니다. 검사는 사본을 확보한 경우처럼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과 증거에 사용할 압수물에 대하여 공소제기 전이라도 소유자·소지자·보관자 또는 제출인의 청구가 있으면 환부 또는 가환부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8조의2 제1항). 사법경찰관의 처분에도 같은 규정이 준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여야 한다"는 문언입니다. 대법원도 증거에 사용할 압수물에 관한 가환부 청구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7모236 결정).
환부와 가환부는 다릅니다. 환부는 압수를 완전히 풀어 물건을 되돌려주는 것이고, 가환부는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잠정적으로 사용하도록 내주는 것입니다. 법원은 가환부 여부를 범죄의 태양과 경중, 압수물의 증거가치, 은닉이나 인멸·훼손의 위험, 수사와 공판 수행에 생길 지장, 압수로 당사자가 입는 불이익을 종합해 판단해 왔고(대법원 94모42 결정), 이 기준이 수사단계 가환부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잦은 대목이 있습니다. 사본만 떠 두면 원본은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인데, 실제 결정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잠금을 풀지 못해 이미징이 끝나지 않은 사건, 원본 파일과 제출된 사본의 동일성과 무결성이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원본을 계속 확보할 필요가 인정되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구서에는 사본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구체화하고, 기기가 생계와 업무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료로 붙여야 합니다.
기기 자체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건은 더 어렵습니다. 판례는 법률상 반드시 몰수해야 하거나 누구의 소유도 허용되지 않는 물건은 가환부 대상이 아니지만, 그 밖의 재량적 몰수물은 종국판결 전에도 가환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대법원 97모25 결정). 촬영물이 저장되어 있고 그 휴대전화가 범행에 제공된 물건으로 평가되는 사건에서 신청이 기각된 예도 있습니다.
거부되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검사가 청구를 거부하면 그 검사가 속한 검찰청에 대응하는 법원에 환부·가환부 결정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이 결정하면 검사는 이에 따라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수사기관의 압수 처분 자체를 다투는 준항고와는 근거 조문도 관할도 불복 방법도 다른 별개의 절차이므로, 어느 경로로 갈지부터 정하고 서면을 써야 합니다(대법원 2026모1391 결정).
돌려받은 뒤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가환부가 되더라도 압수의 효력은 그대로 남아 있어, 받은 사람은 보관 의무를 지고 법원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제출해야 하며 소유자라도 이를 처분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94모42 결정). 특히 자료를 지우거나 기기를 초기화하는 행위는 원형 보존과 재제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사건 전체를 흔들 수 있으므로, 돌려받은 상태 그대로 두고 다음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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