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삭제해도 복원되나 — 포렌식과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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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삭제해도 복원되나 — 포렌식과 증거능력 

전우석 변호사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가고 내용을 삭제한 뒤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거나 압수당한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하나입니다. 지운 것이 포렌식으로 복원되느냐입니다. 그런데 이 유형에서 재판의 승부가 나는 자리는 복원 여부가 아니라 그 자료를 확보한 절차입니다.

텔레그램이라도 복원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휴대전화의 텔레그램 문서 폴더와 이미지 폴더에 저장되었다가 삭제된 파일과 사진이 수사기관의 포렌식으로 복원되었고, 그 복원 자료와 촬영 시각, 전송 내역이 묶여 문서 위조 혐의의 유죄 근거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저장매체를 물리적 방식으로 분석하면 삭제된 영역까지 함께 훑기 때문에, 지운 자료가 되살아나는 경우가 나옵니다.

다만 복원의 대상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것은 주고받은 파일과 이미지 계열이고, 오간 대화 자체를 통째로 되살려 유죄의 근거로 삼은 사건은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텔레그램의 일반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된 뒤 상대방에게 전송되는 구조라는 설명이 판결문에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수사기관이 그 서버 기록을 쉽게 확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 휴대전화에서 지웠다고 대화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같은 대화는 상대방 단말기, 공범의 휴대전화, 전달받은 제3자의 저장매체에 그대로 남아 있고, 수사기관은 그쪽에서 확보합니다. 한쪽 휴대전화의 메신저 대화가 일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된 반면 다른 쪽 휴대전화에서는 같은 대화가 확보되는 경우들이 존재합니다.

복원되었다는 사실이 곧 유죄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포렌식으로 텔레그램 자료를 복원해 동영상을 찾아냈지만, 다운로드 일시와 경로를 특정할 자료가 없고 대화방의 자동 다운로드 기능 때문에 이용자가 열어 보지 않았어도 저장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예가 있습니다. 복원된 파일이라는 사정 자체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를 흐려, 계속 소지했다는 혐의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다툼은 그 자료를 어떻게 가져갔는가에서 시작됩니다.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했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대화와 사진, 파일이 당연히 압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제출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도11170 판결).

절차 위반의 효과도 가볍지 않습니다. 휴대전화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탐색하고 복제하고 출력하는 과정에서는 본인이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주어야 하고,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교부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고 확보한 자료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사례가 있고(대법원 2019도18010 판결), 사후에 영장을 받거나 증거에 동의했더라도 처음의 위법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태도입니다(대법원 2022도2960 판결).

실제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휴대전화 전체 자료를 추출한 뒤 상세목록을 주지 않고 무관 정보도 지우지 않은 사건에서, 그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메신저 대화와 이를 정리한 수사보고서가 통째로 위법수집증거가 되어 배제되기도 합니다. 혐의와 무관한 자료가 탐색 도중 나온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하며, 저장매체를 통째로 반출하거나 이미징하는 방식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됩니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삭제한 행위 자체가 죄가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경우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어(형법 제155조 제1항), 자기 사건의 증거를 스스로 지운 행위는 이 조항의 처벌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다만 공범이나 지인의 자료를 대신 지우거나 남을 시켜 없애게 한 경우는 완전히 다르고, 대법원은 타인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게 한 행위를 방어권의 남용으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한 바 있습니다.

지금 휴대전화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제출 취지와 범위를 문서로 분명히 해 두고, 이미 제출했다면 탐색과 복제가 언제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참여 기회를 안내받았는지, 압수목록과 무관 정보 삭제·반환 확인서를 받았는지부터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복원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도 그 자료가 재판에서 쓰일 수 있는지는 이 기록들로 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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