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업금지 조항, 무엇이 걸려있나
약정 무효, 의사표시 취소, 형사처벌. 퇴직확인서에 경업금지 조항 하나를 새로 넣는 순간,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걸립니다.
퇴사 처리가 밀려 있는 상황에서는 조항 하나 끼워 넣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서명만 받으면 끝난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가 없이 서명만 받은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 판단을 받을 수 있고, 서명을 퇴직 처리의 조건으로 요구했다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될 수 있으며, 여기에 퇴직금 지급까지 서명과 연계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항 하나를 넣는 판단이 왜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불러오는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조항의 효력, 무엇으로 판단하나
경업금지약정은 서명 시점이나 문서의 명칭과 관계없이, 근로자의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의 유효성은 보호할 가치 있는 회사의 이익이 존재하는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제한하는 기간·지역·대상 직종의 범위, 대가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됩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한정되지 않고, 회사만이 보유한 지식·정보나 고객관계, 영업상 신용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이 모든 사정을 증명할 책임은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에 있습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실제로 하급심 판례들은 경업금지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경우, 이 조항을 일관되게 무효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퇴직 시점에 새로 넣는 조항일수록 대가 규정 여부를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명 받는 방식이 효력을 좌우합니다
근로계약서에 없던 조항을 퇴직 시점에 추가하면서, 서명 자체를 퇴직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두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방식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로 인정받기 어려워,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조항 전체가 취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퇴직금 지급 여부를 서명과 연계하는 방식은 더 큰 위험을 만듭니다.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해야 하는 법정 의무이며, 이를 지연시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조항 신설과 퇴직 처리는 반드시 별개의 절차로 분리해 진행해야 합니다.
대가 규정 없이는 소용없습니다
많은 경우, 조항의 문구를 정교하게 다듬는 데는 신경을 쓰면서도 그 조항에 상응하는 대가를 별도로 규정하는 절차는 생략합니다. 담당자가 구두로 설명하고 서명만 받는 방식으로는, 이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입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변호사의 조언
이런 상황이라면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근로계약서에 없던 경업금지 조항을 퇴직 시점에 처음 추가하려는 경우
조항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경우
서명 여부를 퇴직금 지급 등 퇴직 처리와 연계하려는 경우
제한하는 직무·기간·지역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
조항의 문구보다, 그 조항을 뒷받침하는 절차와 기록이 분쟁에서 더 큰 차이를 만듭니다. 서면으로 남기지 않은 절차는 소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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