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합의만 믿고 징계 미뤘다가 과태료 받은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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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합의만 믿고 징계 미뤘다가 과태료 받은 회사들 

유승윤 변호사

"가해 직원과 피해 직원 사이에 형사 합의가 끝났다고 들었는데, 이제 사내 절차는 정리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실무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합의서에 서명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인사팀 책상 위에 올려둔 징계위원회 소집 공문은 그대로 멈춰버리곤 합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형사 절차와 사내 절차가 같은 근거에서 출발하는지입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아닙니다.

형사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형사 절차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사인 간 합의일 뿐, 회사가 부담하는 조사·조치 의무의 발생 근거와는 다릅니다. 신고나 사건 발생 사실이 확인된 순간부터 회사에는 법이 정한 의무가 발생합니다. 그 의무를 놓치면 회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 합의로 사내 절차를 멈추는 것 — 허용되지 않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받거나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는 형사 절차의 개시나 종결 여부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당사자끼리 합의했으니 회사가 나설 일은 끝났다"는 판단으로 조사나 징계 절차를 중단하는 것은 조치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조사 의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형사 합의뿐 아니라 사내 조정이나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사내 조정이나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회사의 징계 절차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당사자 간 합의는 모든 법적 의무를 백지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 조치는 형사 절차 결과와 관계없이 필요합니다

형사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 또는 처벌불원으로 형사 절차가 종결될 예정이라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에 대한 사내 조치를 생략하거나 무기한 보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퇴사 예정이라는 이유로 조치를 생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실이 확인된 이상 재직 여부와 관계없이 조치 의무는 발생합니다. 다만 가해자가 이미 퇴사한 경우 근무장소 변경 등 일부 조치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행 가능한 조치의 범위가 제한될 뿐, 조사 및 사실 확인 의무 자체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형사 합의라는 사정도 이와 같은 구조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면 형사 절차의 진행·종결 상황과 별개로 징계 절차를 개시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만 믿고 사내 조치를 미루면 이중처벌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사내 징계와 형사처벌은 목적과 근거 법령이 다른 별개의 제재입니다. 두 절차를 병행하는 것 자체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리스크가 커지는 지점은 병행 여부가 아니라 절차 설계입니다. 형사 절차 결과만을 근거로 소명 기회 없이 징계를 확정하거나, 형사 합의 성립 시점에 맞춰 징계 수위를 임의로 낮추는 방식은 징계 양정의 비례 원칙 위반이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한 징계 무효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 합의 사실은 징계 양정에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으나, 이를 이유로 징계 자체를 생략하거나 사내 조사 절차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더라도 그 경위와 실질적 피해 회복 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계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의 진행 상황은 참고 자료일 뿐, 사내 조사와 징계위원회 심의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형사·사내 절차 병행 시 실무 체크

사건 인지 시점, 조사 개시·종료 일자, 가해자 소명 기회 부여 여부, 형사 절차 진행 상황을 확인한 경위를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이 달라집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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