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임신기 근로자로부터 근로시간 단축 신청서를 받아 들었습니다. 결재 라인이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처리가 예상보다 늦어졌고, 담당자는 "순서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여기고 별다른 조치 없이 넘겼습니다. 결재가 밀리는 상황, 인사 담당자라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기다리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근로자에게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미루는 결정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안됩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사용자의 재량이 아니라 요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허용해야 하는 법정 의무입니다. 지금부터 요건과 기업의 대응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에 있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사용자는 이를 허용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이 정한 의무로, 이 조항은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요건을 충족해 신청한 이상 사용자는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내부 결재 절차가 남아 있다는 사정은 이 의무를 미루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은 강행규정으로, 당사자 간 합의로도 이 의무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신청을 허용하지 않거나 처리를 지연해 사실상 허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다만 처리 지연이 곧바로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지는 지연의 정도와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처리 지연으로 근로자에게 임신기 건강 악화 등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함께 부담할 수 있습니다. 내부 결재 절차의 지연은 이 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단축근무가 실제로 시행된 이후에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 제8항은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처리가 지연되어 근로자가 단축 근무를 하지 못한 기간에도 이 문제는 이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근로자가 단축 없이 정상 근무를 했다면,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지급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신청 접수 즉시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처리 여부와 시점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결재 하나가 늦어졌을 뿐인데, 짊어지는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신청 요건 충족 여부 판단이 애매할 때, 내부 결재 절차와 법정 기한이 충돌할 때, 처리 지연으로 이미 과태료나 손해배상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 때입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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