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는 경찰 단계가 유리한가요 재판 가서 해도 되나요
성범죄 합의는 경찰 단계가 유리한가요 재판 가서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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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합의는 경찰 단계가 유리한가요 재판 가서 해도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로 조사나 재판을 받게 된 분들에게서, 합의를 어느 시점에 시도해야 유리한지를 묻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신 분들 중 많은 분이 “일단 재판까지 가서 합의해도 늦지 않다”, “변호사 선임 비용을 아끼려고 일단 버텨보겠다”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 시기를 미룹니다. 그런데 검찰이 이미 공소를 제기한 뒤에는 아무리 진정성 있는 합의를 하더라도 무죄를 받아낼 수는 없고, 형량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의 문제로 결과가 좁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각급 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처벌불원이 소추 요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에 불과하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진 시기와 진정성에 따라 실제 선고 결과에는 상당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합의가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합의가 되지 않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절차까지 최근 실무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범죄는 합의해도 처벌 자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소추 요건이 아니라 양형에서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과거에는 강간죄 등 일부 성범죄가 친고죄로 분류돼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합의하면 공소권없음 처분으로 사건이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6월 19일 개정 형법이 시행되면서 강간과 추행의 죄에 관한 친고죄 규정(형법 제296조·제306조)이 전부 삭제됐습니다. 그 결과 강간죄(형법 제297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이 인지하는 즉시 수사·기소가 진행되는 비친고죄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사건이 끝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성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의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법원이 처분·양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로 반영될 뿐입니다.

실제로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에서도 합의·처벌불원 또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형을 낮추는 감경인자로 명시돼 있을 뿐, 그 자체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사유로 규정돼 있지는 않습니다. 즉 합의는 “처벌을 없애는 카드”가 아니라 “형량을 조정하는 카드”라는 전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합의는 성범죄 사건의 소추 요건이 아니라, 수사·재판 단계마다 다른 무게로 반영되는 양형 참작 사정입니다.


2. 수사 단계 합의는 기소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지점입니다

경찰·검찰 단계에서 이뤄진 합의는 불송치나 기소유예로 이어져 전과 자체를 피할 여지를 만듭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있어,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죄질이 경미한 사건에서는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피해자와 진정성 있는 합의가 이뤄지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명확히 전달되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지 않고 종결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경찰 단계에서 합의가 늦었더라도 검찰 송치 이후에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초범이고 죄질이 무겁지 않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수사기록에 구체적으로 반영돼 있을수록,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이 시기를 놓치고 이미 공소가 제기된 뒤라면, 검사가 다시 공소를 취소하는 경우는 실무상 매우 드뭅니다. “경찰 단계가 유리한가”라는 질문에는, 시기가 빠를수록 기소 자체를 피할 수 있는 문이 넓게 열려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그렇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합의는 재판에 넘겨지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시기상 가장 유리한 지점입니다.


3. 재판 단계 합의는 무죄가 아니라 형량 감경에 그칩니다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합의는 유무죄를 바꾸지 못하고 집행유예·감경 여부만 좌우합니다.

검사가 이미 공소를 제기해 정식 재판(구공판)으로 넘어간 사건이라면, 그 시점부터는 유죄 여부 자체를 다투는 것과 형량을 낮추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재판 단계에서 뒤늦게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지 않는 한 재판 절차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법원은 유죄 인정 여부를 증거에 따라 판단합니다.

다만 재판 단계 합의가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형이 선고될 사안에서 집행유예로 바뀌거나, 벌금형·집행유예 구간 안에서 형량이 낮아지는 등 선고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1심 선고 전까지 이뤄진 합의는 양형자료로 정식 제출돼 재판부의 판단에 직접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 단계까지 대응을 미루면, 이미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보다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재판 가서 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가능은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답입니다.

재판 단계 합의는 형량을 낮추는 카드일 뿐, 기소 자체를 되돌리는 카드는 아닙니다.


4. 합의가 거부되면 형사공탁이 대안이 되지만 효과는 자발적 합의만 못합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때는 형사공탁 특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8일 신설되고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이름·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사건번호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만으로 법원에 공탁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 전까지는 피해자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알아야만 공탁이 가능해, 합의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상대로는 사실상 공탁조차 어려웠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재판 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사건에서 형사공탁을 통해 감경을 시도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공탁을, 피해자와 직접 협의해 이뤄진 합의와 같은 무게로 취급하지는 않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거나 처벌 의사를 유지하는 경우, 감경 폭이 자발적 합의보다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공탁은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으로 준비해 둘 필요는 있지만, 처음부터 공탁만 바라보고 합의 노력 자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형사공탁은 합의가 결렬됐을 때의 대안일 뿐, 진정성 있는 합의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5. 고소부터 선고까지, 단계마다 합의의 효과가 달라집니다

수사 초기 자료 정리와 합의 시도가 사건 전체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인지에 따른 조사 → ②경찰의 불송치 또는 검찰 송치 결정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의 기소·불기소(기소유예 포함)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의 재판 및 선고 순서로 진행됩니다. 각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합의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조사가 시작됐다면, 감정적으로 합의부터 서두르기보다 아래 순서로 상황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지금이 경찰·검찰 수사 단계인지, 이미 공소가 제기된 재판 단계인지부터 확인합니다.

  2. 피해자 측에 합의 의사가 있는지, 형사공탁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파악합니다.

  3. 수사기록·공소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증거관계를 검토해 합의가 실제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가늠합니다.

이 과정을 변호사와 함께 점검하면, 합의 시점과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미리 가늠하고 가장 이른 단계에서 실질적인 대응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은 당사자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합의를 서두르기보다, 합의금과 처벌불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는 “나중에 재판 가서 합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유리한 시점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합의를 시도하는 시점 하나가 사건 전체의 결론을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갈리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 조사도 받기 전인데 지금 합의를 시도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오히려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가 확보되면 불송치·기소유예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입니다. 다만 합의 방식과 시점에 따라 오해를 살 수 있어 절차를 신중히 진행해야 합니다.

Q. 이미 재판이 시작됐는데 합의가 의미가 있나요?

A. 있습니다. 1심 선고 전까지 이뤄진 합의는 양형자료로 제출돼 집행유예 여부나 형량에 직접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죄를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점은 구분해야 합니다.

Q.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나요?

A.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활용해 인적사항 없이도 법원에 공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자발적 합의만큼 큰 무게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공탁만으로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합의하면 전과가 아예 안 남나요?

A. 단계에 따라 다릅니다.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나 기소유예로 종결되면 전과 자체가 남지 않지만, 기소 후 유죄 판결을 받으면 합의와 관계없이 전과가 남고 형량만 낮아집니다.

Q. 합의금은 어느 시점에 주고받아야 안전한가요?

A.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함께 작성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정식으로 제출하는 시점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두 약속만으로는 양형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구속될 수도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혐의의 중대성에 따라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어, 합의는 구속 여부를 좌우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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