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강간 등 성폭력 사건으로 재판을 앞둔 피고인들 사이에서 “판사보다는 국민참여재판이 낫다”, “배심원 앞에 서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인들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고인분들 중에는 “배심원들은 판사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줄 것”, “합의였다는 사정을 배심원들은 이해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국민참여재판을 서둘러 신청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절차를 들여다보면, 피해자가 반대하는 순간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어렵게 절차가 열리더라도 배심원 앞에서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 기준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사건이 발생한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판사가 단독으로 심리하는 일반 재판뿐 아니라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재판 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증거판단의 기준 자체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강간 사건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는 요건과 신청 절차, 성폭력 사건에서 특히 문제되는 배제 규정, 그리고 배심원 재판이 실제로 무죄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절차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간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이지만 정해진 절차를 갖춰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합의부 관할 사건이라는 점과, 정해진 기한 안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은 법원조직법 제32조에 따라 지방법원 합의부가 관할하는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바로 이 합의부 관할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간 사건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사건에 해당합니다.
다만 신청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검사로부터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적은 서면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 기간 안에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고 소송관계인에게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인정되면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청 권한은 피고인에게만 있습니다. 검사나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는 없고, 반대로 피고인이 신청하더라도 뒤에서 살펴볼 배제 사유에 해당하면 통상의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강간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이지만, 정해진 기한 안에 피고인이 직접 서면으로 신청해야 절차가 시작됩니다.
2.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반대하면 국민참여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신청해도 법원이 배제결정을 내리면 애초에 배심원 앞에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배심원이나 그 가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 우려가 있거나, 공범자 중 일부만 국민참여재판을 원해 절차를 분리해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2012년 법 개정으로 이 배제 사유에 성폭력범죄 사건의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추가됐습니다.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사건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 사실이 다수의 배심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지는 데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입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국민참여재판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배제결정을 내립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가면”이라는 전제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막혀 애초에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간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신청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확정되지 않고, 피해자의 반대 의사가 배제결정의 사유가 됩니다.
3. 배심원 재판이라고 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지 감수성 법리는 심리 주체가 판사든 배심원이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판단 기준입니다.
일부 피고인들은 배심원이 법률 전문가가 아니므로 진술의 앞뒤가 다소 맞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애매하면 무죄”라고 판단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판례로 축적해 왔고, 이 기준은 심리 주체가 판사든 배심원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하고,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는 형사사건에 성인지 감수성 기준이 처음 적용된 판결로 꼽히며, 이어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가 재확인됐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이후 보인 대처 양상이 통념상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금의 확립된 판단 기준입니다.
배심원 앞이라고 해서 상식적으로 애매하면 무죄라는 식의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판사와 동일한 성인지 감수성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4. 배심원이 무죄로 평결해도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에 명시된 원칙입니다.
강간처럼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지 않는 대상사건의 국민참여재판에는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합니다. 배심원은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판사의 의견을 들은 뒤 다수결로 평결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5항은 이 평결과 배심원의 양형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배심원 7인 전원이 무죄로 평결하더라도, 재판부가 이와 다르게 판단해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실무상 재판부가 배심원의 평결과 다르게 판단할 때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고, 제도가 시행된 2008년 이후 배심원의 평결과 실제 판결이 일치한 비율은 9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평결과 다른 결론이 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전체 국민참여재판 사건을 통틀은 수치이고, 강간처럼 동의 여부 등 신빙성 다툼이 첨예한 사건에서 이 일치율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은 다수의 배심원과 방청객 앞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검찰도 통상의 재판보다 증거와 신문 준비에 더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심원의 수가 많아진다는 사실 자체가 무죄 방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측 모두에게 더 치밀한 입증을 요구하는 절차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심원의 무죄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므로, 재판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5. 실제로 무죄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재판 형태가 아니라 증거와 절차 대응입니다
고소부터 재판까지 각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강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의자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③기소되면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 확인 및 법원의 배제결정 여부 검토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는 이 중 ③단계에서 결정되는데, 이 시점에는 이미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증거관계가 상당 부분 정리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를 고민하기 전에, 사건의 쟁점이 애초에 배심원 재판에 유리한 유형인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동의 여부처럼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인 사건과, 디지털포렌식·CCTV·상해진단서 등 객관적 증거가 이미 확보된 사건은 재판 형태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 초기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를 포함한 전체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대화 기록·문자·통화내역 등 동의 여부와 관련된 객관적 정황부터 확인합니다.
피해자 진술이 수사 단계별로 일관되는지, 진술 시점과 정황 사이에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조서·영상녹화물을 대조합니다.
확보된 증거의 성격에 비추어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실제로 유리한 사건인지, 통상의 재판이 더 나은지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이러한 검토를 거친 뒤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 여부는 사건별로 결론이 달라지므로, 강간 사건에 대한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초기 단계부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강간 사건으로 조사나 재판을 앞둔 분들은 “정말 억울한데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재판 형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고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절차 자체보다, 당시 정황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리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배심원 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권리가 있고, 국민참여재판법이 이를 배제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불필요하게 절차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무고를 주장하는 피고인 측과, 반대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재판 형태보다 증거와 절차 대응이 결과를 가르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갈지 여부를 고민하기 전에, 지금 확보할 수 있는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참여재판은 검사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아니요. 국민참여재판 신청 권한은 피고인에게만 있습니다. 검사나 피해자는 신청할 수 없고, 다만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반대 의사를 밝혀 법원의 배제결정을 이끌어낼 수는 있습니다.
Q. 신청 기한을 놓치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방법이 아예 없나요?
A. 원칙적으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고 소송관계인에게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인정되면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법원의 재량이므로 기한을 지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피해자가 반대하면 배심원 재판은 무조건 안 열리나요?
A. 법 개정으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반대는 배제결정의 사유가 됩니다.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지만, 실무상 피해자의 반대 의사가 확인되면 배제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배심원 7인이 만장일치로 무죄라고 하면 그대로 확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아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평결과 다르게 판단할 때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실제로 평결과 판결이 일치하는 비율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받으면 형량도 배심원이 정하나요?
A. 아닙니다. 배심원은 유·무죄 평결과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뿐이고, 최종 형량은 재판부가 결정합니다. 배심원의 양형 의견 역시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나요?
A. 사건의 쟁점 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인 사건에서는 공개된 절차가 부담이 될 수 있고, 검찰도 통상보다 철저히 준비하는 경향이 있어 신청 여부는 증거관계를 먼저 검토한 뒤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변호사 없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신청 자체는 피고인 본인이 할 수 있지만, 신청이 실제로 유리한지, 배제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지는 사건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