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에서 상대와 성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뒤, 갑자기 "통매음으로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받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대화를 유도해 놓고 캡처를 확보한 다음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헌터로 불리는 유형입니다. 겁이 나서 바로 송금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 행위가 실제로 죄가 되는지와 상대의 요구가 정당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 분리해서 따져야 정확한 판단이 나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글·영상을 통신매체로 보낸 경우에 성립하고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게임 채팅 사건에서 정리했듯 상대가 먼저 성적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는 않고, 대법원은 상대를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경우까지 이 죄가 요구하는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보아 목적 요건을 좁게 해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캡처 몇 장이 곧 유죄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성적 대화가 오갈 것이 예상되는 앱에서 상대가 대화를 이어 가며 호응했고 즉시 나가지도 않았던 사안, 상대가 먼저 사진을 요구해 응한 사안에서는 목적과 의사에 반한 도달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특히 신고자가 이미 여러 건의 동종 고소를 반복해 왔고 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정황이 드러난 사건에서, 법원이 그 목적을 합의금에 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예가 있습니다.
상대의 요구 쪽으로 넘어가면 이 유형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고소할 권리가 있다는 사정이 곧 돈을 요구할 권리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해악의 고지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 쓰인 경우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사진 한 장을 빌미로 고소하겠다며 수천만 원을 요구한 사람이 공갈미수로 처벌된 사건이 있습니다. 여성 사진과 성적인 자기소개로 남성들의 메시지를 유도한 뒤 고소를 예고하며 돈을 받아 낸 사람이 수십 명을 상대로 한 공갈로 처벌된 사건도 있습니다.
다만 반대편 판단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실제 피해를 전제로 고소권 행사와 관련해 합의를 요구한 것이라면 곧바로 공갈로 단정할 수 없고, 고소가 무혐의로 끝났다는 사정만으로 그 요구가 협박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갈림길은 금액이 통상의 합의 수준을 현저히 넘는지, 상대의 약점을 이용한 압박이 결합되어 있는지입니다. 요구받은 대화와 송금 요구 내역은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관해야 합니다. 내 방어 자료이자, 경우에 따라 상대를 상대로 한 대응의 증거가 됩니다.
섣부른 송금이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한 번 보내면 요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요구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고, 송금 자체가 "죄를 인정했다"는 정황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시가 항상 답인 것도 아닙니다. 상대가 실제로 고소하면 조사는 받아야 하고, 특히 상대가 미성년자라면 대화 자체가 다른 차원의 문제 — 아동·청소년 성착취 목적 대화죄 — 로 넘어갈 수 있어 사건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대화 원문을 그대로 둔 채 사안의 성립 가능성부터 평가해 보면, 무대응으로 버틸 사건인지 협의로 정리할 사건인지 역으로 다툴 사건인지가 갈립니다.
합의로 가더라도 방식이 중요합니다. 금액의 적정선은 죄의 성립 가능성과 처분 전망에서 역산되어야 하고, 합의서에는 추가 청구 포기와 비밀유지가 반드시 담겨야 합니다. 형사합의서 작성 글에서 정리한 문구의 원칙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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