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준강간 사건에서 모텔 출입 당시의 CCTV 영상이 무혐의를 다투는 핵심 증거로 제시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분들 중 상당수는 “CCTV에 같이 웃으면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으니 이 정도면 무혐의 아니냐”는 생각으로 안심하셨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진행되면 “피해자가 비틀거리지 않고 걸었다고 해서 의식이 온전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결론에 부딪히면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기억상실(블랙아웃)’과 ‘의식상실(패싱아웃)’을 구분해, 겉보기에 멀쩡해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CCTV 화면 하나만으로 사건 전체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모텔 CCTV 영상이 준강간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심신상실 여부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CCTV 속 정상적인 걸음만으로는 무혐의가 확정되지 않습니다
심신상실 여부는 걸음걸이가 아니라 당시의 의식·판단 능력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어야 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반드시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술에 크게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도 포함됩니다.
실무에서는 “CCTV에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카운터 직원에게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는 사정이 곧 무혐의의 근거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걸음걸이나 발음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사람이 사건 당시 벌어진 일을 정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했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히 단기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실제 의식 수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런 괴리 가능성을 알기 때문에, CCTV 영상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음주량·경위·전후 정황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CCTV에 정상적으로 걷는 모습이 담겼다는 사정만으로는 심신상실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2. 형법은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한 간음도 강간과 동일하게 처벌합니다
준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어도 강간과 같은 형으로 처벌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자를 강간죄(형법 제297조)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되면 강간과 동일한 무거운 형이 적용됩니다. 미수에 그쳤더라도 형법 제300조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문제는 “심신상실 상태였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알코올 섭취로 인한 기억 소실 현상을 다음과 같이 구분해 설명했습니다.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하고,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즉 사건 이후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반대로 “걸음이 멀쩡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식이 온전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단편적 사정 하나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피해 전후의 객관적 정황과 피해자·피고인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준강간은 폭행·협박 없이도 강간과 같은 형으로 처벌되며, 그 성립 여부는 CCTV 한 장면이 아니라 종합 판단으로 결정됩니다.
3. 목격자마다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CCTV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같은 사람을 보고도 “멀쩡했다”와 “많이 취해 보였다”는 진술이 동시에 나올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18도9781 판결의 사실관계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는 짧은 시간에 평소 주량을 넘는 양의 술을 마셨고, 모텔 CCTV에는 계단을 오르면서 크게 비틀거리지 않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모텔 카운터 직원은 피해자가 반듯하게 서서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 있었던 지인은 정반대로 피해자가 비틀거렸고 혀가 꼬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수준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원심인 수원지방법원은 CCTV 영상과 카운터 직원의 진술을 근거로 심신상실 상태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이 심신상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찰 각도나 상대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진술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CCTV 영상은 그중 하나의 단면일 뿐이고, 음주량과 경위, 사건 직후 상태(경찰 도착 당시 의식 수준 등)까지 함께 봐야 실제 판단에 가까워집니다.
4. 준강간은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예정된 중범죄입니다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적용 법조 자체가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준강간(간음)이 인정되면 형법 제297조가 정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신체 접촉·추행 수준에 그친 준강제추행이라면 형법 제298조가 준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낮아지지만, 어느 쪽이든 벌금형만으로 끝나는 경미한 사건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친족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2인 이상이 관여한 경우라면 성폭력처벌법상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돼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합의나 처벌불원서 제출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을 뿐, 성립 여부 자체를 뒤집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CCTV 영상 하나만 확보하면 안심”이라는 접근보다는, 초기 수사 단계부터 음주 경위·정황 증거를 폭넓게 확보하고 법리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사실관계 확인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어떤 자료를 정리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준강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 구속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큽니다.
당사자가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일 마신 술의 종류·양과 시간대, 평소 주량과 비교했을 때의 정도를 뒷받침할 결제 내역이나 목격자를 확인합니다.
CCTV뿐 아니라 만남 전후의 문자·통화 기록, 사건 직후 당사자들의 행동(경찰 신고 시점, 병원 방문 여부 등)을 정리합니다.
목격자·관계자 진술이 서로 일치하는지,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 사이에 변화가 있는지를 대조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준강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심신상실 여부를 다투는 데 필요한 쟁점을 놓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준강간 의심 상황은 “설마 문제가 되겠나” 하는 생각과, 막상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의 당혹감 사이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CCTV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당시 음주 경위와 사건 전후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서둘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조사 대상이 된 쪽에서도 “CCTV에 같이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상대방의 의식 수준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저는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조사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CCTV 영상을 두고도 어떤 법리와 정황 증거를 함께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CCTV 하나만 믿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그것만으로 낙담하기에는 이릅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CTV에 같이 웃으며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는데도 준강간으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주량·경위와 사건 전후 정황을 함께 봐야 합니다.
Q.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나는데(필름끊김), 이것만으로 심신상실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억상실(블랙아웃)과 의식상실(패싱아웃)을 구분되는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심신상실이 인정되지는 않고 종합적인 정황 판단이 필요합니다.
Q. 성관계 이후 다정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무혐의에 유리한가요?
A. 참고자료는 될 수 있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심신상실 여부는 사건 당시의 의식·판단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이후의 연락 태도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Q. 무혐의를 받으면 상대방을 무고죄로 맞고소할 수 있나요?
A. 바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는 상대방이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점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므로, 무혐의 처분만으로 자동 인정되지 않습니다.
Q. 준강간과 준강제추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다면 준강간(형법 제297조 준용,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추행에 그쳤다면 준강제추행(형법 제298조 준용,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나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심신상실 여부를 다투는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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