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설계도서만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물량 증가가 자주 발생합니다. 지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르거나 발주기관이 뒤늦게 설계를 변경하면서, 당초 계약한 물량보다 훨씬 많은 공사를 수행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늘어난 물량만큼 계약금액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준공까지 마쳤다가, 정작 조정 신청 시기를 놓쳐 늘어난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시공사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설계변경으로 물량이 증가했을 때 국가계약법령이 정한 계약금액 조정의 요건과 절차, 그리고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관급공사 계약금액 조정, 설계변경이 왜 핵심 사유인가
관급공사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는 국가계약법 제19조입니다. 이 조항은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이라는 세 가지 사유가 있을 때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물가변동에 따른 조정은 계약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나고 물가등락률이 기준을 넘어야 청구할 수 있는 반면, 설계변경에 따른 조정은 그런 시간적 요건 없이 실제로 공사량이 늘거나 줄기만 하면 곧바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조정 사유가 바로 설계변경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 터파기 공사 도중 설계도서에 나타나지 않은 암반층이 확인되어 굴착 방법과 물량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의 구체적인 기준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에 담겨 있습니다. 공사계약에서 설계변경으로 물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한 경우, 그 변경된 부분에 대한 대가를 어떤 단가로 계산할지, 어떤 절차를 거쳐 확정할지를 이 조항과 계약예규인 공사계약일반조건이 함께 정합니다. 문제는 이 절차와 기한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실제로 물량이 늘어 더 많은 공사를 했더라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아래에서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설계변경 사유로 인정되는 경우 — 설계서 오류와 현장 상태 상이
모든 물량 증가가 계약금액 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19조 제1항은 설계변경이 인정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서로 다른 도면·시방서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경우, 설계서에 누락이나 오류가 있는 경우, 지질·용수 등 공사현장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르게 나타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유가 있을 때는 시공사가 설계서를 그대로 따를 수 없거나 따르면 오히려 부실공사가 되기 때문에, 발주기관이 설계를 변경하고 그에 따른 물량 증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발주기관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계를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새로운 자재나 공법을 적용하기로 하거나, 인허가 조건이 바뀌어 설계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때 설계변경을 누가 먼저 요청했는지, 즉 시공사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발주기관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뒤에서 설명할 단가 산정 방식이 달라지므로,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한 경위를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계서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도면·시방서 간에 상호 모순이 있는 경우
설계서에 누락·오류가 있는 경우
지질·용수 등 공사현장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르게 나타난 경우
새로운 기술·공법 사용 등 발주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설계를 변경하는 경우
가령 도로 확장공사에서 노반의 지지력이 설계서상 수치와 다르게 측정되어 성토·치환 공법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경우나, 상하수도 매설공사 중 지장물이 도면에 표시되지 않아 우회 굴착이 불가피해진 경우가 현장 상태 상이 사유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런 사례는 시공사의 잘못이 아니라 설계 단계의 조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늘어난 물량에 대한 대가를 온전히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물량이 늘어난 부분의 단가는 어떻게 정해지나
설계변경으로 물량이 증가했을 때 그 늘어난 부분의 단가를 정하는 원칙은 산출내역서상의 단가, 즉 계약단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산출내역서는 입찰 당시 시공사가 제출한 항목별 수량과 단가를 담은 문서로, 계약체결 이후에는 계약금액 조정과 기성대가 지급의 기준이 되는 계약문서로서 효력을 갖습니다. 다만 계약단가가 예정가격단가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경우, 물량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 높은 단가를 그대로 인정해주면 시공사가 처음부터 특정 항목의 단가를 과다하게 써넣어 물량 증가로 부당한 이득을 볼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늘어난 물량에는 계약단가가 아니라 예정가격단가를 적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원래 산출내역서에 없던 항목, 즉 신규 비목이 새로 생기거나 발주기관의 요구로 설계변경이 이뤄진 경우는 계산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때는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새로 산정한 단가를 기초로 하되, 그 단가와 계약단가 사이의 범위 안에서 발주기관과 시공사가 협의해 결정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시공사가 물량 증가분을 정리한 내역과 그 근거자료를 먼저 제시하고, 계약담당공무원이 이를 검토해 단가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산출내역서상 특정 공종의 계약단가가 ㎡당 15만원인데 같은 공종의 예정가격단가는 12만원이었다면, 설계변경으로 물량이 100㎡ 늘어났을 때 그 증가분에는 더 낮은 예정가격단가가 적용되어 추가 대금은 1,200만원으로 계산됩니다. 반대로 계약단가가 처음부터 예정가격단가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면, 물량 증가분에는 그 낮은 계약단가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시공사에게 항상 유리한 방향으로 정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물량 증가분의 단가는 원칙적으로 계약단가이되, 계약단가가 예정가격단가보다 높으면 그 초과분은 예정가격단가로 제한된다 — 이 원칙을 모르고 계약단가를 그대로 청구하면 조정 과정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계약금액 조정을 청구하는 절차 — 사전 설계변경이 원칙
계약금액 조정은 시공사가 임의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순서대로 밟아야 합니다. 먼저 설계변경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하면 시공사는 이를 발주기관에 서면으로 통지하고, 발주기관은 그 내용을 검토해 설계변경 여부와 구체적인 물량·내용을 확정합니다. 설계변경이 확정된 뒤에 시공사가 계약금액 조정 청구서와 물량 증감 내역을 정리한 산출내역서를 제출하면, 계약담당공무원이 이를 검토해 조정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순서입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설계변경이 실제 시공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공사가 발주기관의 사전 확인이나 승인 없이 임의로 물량을 늘려 먼저 시공한 뒤에 뒤늦게 설계변경을 요청하면, 그 부분이 정말 설계변경 사유에 해당하는지, 실제로 얼마나 시공했는지를 사후에 입증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발주기관 입장에서도 이미 매몰된 공사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조정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시점에는 공사를 서두르기보다 먼저 서면으로 통지하고 설계변경 확정을 받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컨대 터파기 도중 예상치 못한 지장물이 발견되어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면, 곧바로 공사를 진행하기보다 감독관과 현장을 함께 확인하고 설계변경 여부를 먼저 확정받은 뒤 그 결과에 맞춰 물량 증감 내역서를 작성하는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준공대가 수령 전까지 — 조정 청구 시기를 놓치면 생기는 일
설계변경 확정을 받아두었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0조 제10항은 계약금액 조정 신청을 준공대가, 장기계속계약이라면 각 차수별 준공대가를 수령하기 전까지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설계변경 사유가 명백하고 물량이 실제로 늘었더라도, 조정 청구를 하지 않은 채 준공검사를 마치고 준공대가까지 수령해버리면, 그 이후에는 늘어난 물량에 대한 조정을 청구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현장에서는 "일단 공사를 마무리하고 정산은 나중에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실제로 투입한 자재와 인건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사 막바지에 물량 증가가 확인되는 경우, 준공검사 일정에 쫓겨 조정 청구서 제출을 미루다가 준공대가를 먼저 받아버리는 실수가 자주 발생합니다. 물량 증가가 확인되는 즉시 서면으로 통지하고, 준공대가를 수령하기 전에 반드시 조정 청구서를 제출해 접수증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실제로 준공대가를 이미 수령한 뒤에야 뒤늦게 물량 증가분 정산을 요청하면, 발주기관은 계약이 이미 종결됐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고, 이후 소송으로 다투더라도 정해진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량 증가가 확인되면 즉시 서면으로 발주기관에 통지
설계변경 확정 이후 조정 청구서·산출내역서를 준공대가 수령 전에 제출
장기계속계약은 전체 준공이 아니라 해당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이 기준
제출 접수증과 통지 서면은 반드시 별도 보관
저가낙찰 공사의 증액 조정 — 심의와 승인이 추가되는 경우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증액하는 경우, 낙찰률에 따라 추가 절차가 붙기도 합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 제2항은 예정가격의 100분의 86 미만으로 낙찰된 공사계약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증액조정금액이 당초 계약금액의 100분의 10 이상인 경우, 계약심의위원회·예산집행심의회·기술자문위원회 가운데 하나의 심의를 거쳐 소속 중앙관서의 장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낙찰률이 지나치게 낮은 공사에서 시공사가 저가 낙찰로 인한 손실을 설계변경을 통한 증액으로 만회하려 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공사라면 계약담당공무원 선에서 곧바로 조정금액을 확정하지 못하고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통상적인 조정보다 처리 기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감안해야 합니다. 물량 증가 규모가 크다면 조정 청구서를 제출할 때부터 심의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절차를 앞당기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낙찰률 80%로 계약한 공사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증액분이 당초 계약금액의 10%를 넘는다면, 계약담당공무원 재량만으로는 조정이 확정되지 않고 심의위원회 상정과 승인이라는 별도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시공사로서는 그만큼 조정금액이 실제로 지급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미리 감안해 자금 계획을 세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산출내역서의 의미와 총액계약·단가계약을 둘러싼 오해
산출내역서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뿐 아니라 기성부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때도 기준이 되는 계약문서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계약서에 "설계변경으로 공사량의 증감이 발생하면 산출내역서의 단가를 기준으로 공사대금을 조정한다"는 조항이 있으면, 그 계약 자체가 총액이 아니라 단가로 정산하는 단가계약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7다3024 판결은 이런 오해에 선을 그었습니다. 공사계약서에 설계변경으로 공사량의 증감이 발생하면 산출내역서의 단가를 기준으로 공사대금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설계변경이 생겼을 때 조정할 기준을 정한 것일 뿐이고, 그 자체가 계약을 단가계약으로 만드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즉 전체 계약금액을 총액으로 확정한 계약이라면, 설계변경이 없는 부분까지 산출내역서의 단가를 기준으로 다시 정산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설계변경 조항은 물량 증감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만 작동하는 조정 장치이지, 계약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조정을 청구할 때는 계약 유형 자체를 다투기보다, 설계변경으로 실제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산출내역서 항목별로 정확히 소명하는 데 힘을 쏟는 편이 실무적으로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설계변경 없이 현장에서 임의로 물량을 늘려 시공하면 조정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조정 대상은 사전에 설계변경이 확정된 부분에 한정되므로, 발주기관의 사전 확인 없이 임의로 시공한 부분은 조정받기 어렵습니다. 발주기관이 사후에라도 서면으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확정하는 경우에만 조정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습니다.
Q.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준공대가, 장기계속계약이라면 각 차수별 준공대가를 수령하기 전까지 조정 신청을 마쳐야 합니다. 이 시기를 넘기면 이미 시공을 마친 부분이라도 조정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Q. 물량이 늘어난 부분은 무조건 계약할 때 정한 단가로 계산되나요?
A. 원칙은 산출내역서상 계약단가이지만, 계약단가가 예정가격단가보다 높다면 그 초과분에는 예정가격단가가 적용됩니다. 원래 내역서에 없던 신규 비목이나 발주기관 요구에 의한 설계변경은 설계변경 당시 산정한 단가를 기준으로 별도 협의합니다.
Q. 계약담당공무원이 조정을 미루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계약금액 조정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예산배정 지연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만 협의로 그 기한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된다면 서면으로 이행을 촉구하고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다음 단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낙찰률이 낮은 공사는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올리기 더 어렵나요?
A. 예정가격의 100분의 86 미만으로 낙찰된 공사에서 증액조정금액이 당초 계약금액의 100분의 10 이상이면 계약심의위원회 등의 심의와 소속 중앙관서 장의 승인이 추가로 필요해, 일반적인 경우보다 절차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Q. 산출내역서에 단가를 조금 높게 써두면 물량이 늘었을 때 유리한가요?
A.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계약단가가 예정가격단가보다 높은 경우, 물량이 늘어난 부분에는 계약단가가 아니라 예정가격단가가 적용되도록 제한되어 있어 애초에 단가를 과다하게 책정해도 증가분에서는 그 이득을 그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맺음말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국가계약법령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그 권리는 정해진 절차와 기한을 지켰을 때만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설계변경을 시공에 앞서 확정받는 것, 준공대가를 받기 전에 조정 청구서를 제출하는 것, 산출내역서의 단가 원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실제로 투입한 물량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사 규모가 크고 설계변경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현장이라면, 매번 통지·확정·청구의 순서를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나중에 정산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특히 시흥 시화산업단지나 화성 향남 일대처럼 관급공사 발주가 꾸준한 지역에서는 설계변경이 잦은 만큼, 물량 증가가 확인되는 시점마다 서면으로 남기고 준공 전에 조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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