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예정된 공정대로 다 마쳤는데도 발주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준공검사를 미루면, 수급인은 대금을 받아야 할지 더 기다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검사에 합격해야 대금을 준다"는 계약 문구만 보면 발주자가 검사를 안 해주는 한 대금청구권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준공검사는 공사가 실제로 끝났는지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고, 그 절차를 발주자가 붙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인의 대금청구권이 통째로 봉쇄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사대금 청구권이 법적으로 언제 발생하는지, 준공검사를 미루는 발주자를 상대로 대금을 청구하려면 무엇을 먼저 확인하고 갖춰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사대금 지급시기의 원칙 — 완성된 목적물 인도와 동시이행
도급계약은 민법 제664조에 따라 수급인이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도급인이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합니다. 보수 지급 시기에 대해서는 민법 제665조가 원칙을 정해두고 있는데,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해야 하고, 목적물의 인도를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을 완성한 후 지체 없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법이 정한 기본 구도는 "완성 및 인도"와 "대금 지급"을 맞바꾸는 동시이행 관계이지, 준공검사 통과를 별도의 전제조건으로 두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여기에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얹힙니다. 건설공사 도급계약서 대부분이 "준공검사에 합격한 후 잔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는데, 이 특약이 있으면 검사가 대금 지급의 전제처럼 작동하는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발주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검사 자체를 무기한 미루면서 사실상 대금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수급인이 검사가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지가 실제 분쟁의 핵심입니다.
이 지점에서 민법 제536조의 동시이행항변권과 민법 제400조의 채권자지체 법리가 함께 작동합니다. 수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을 인도할 준비를 마치고 이를 통지했는데도 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의 수령(그 전 단계인 검사)을 거부한다면, 도급인 쪽에 지체 책임이 생길 여지가 열립니다. 다음 항목부터는 "검사 합격"이라는 조건이 법적으로 정확히 어떤 성질을 갖는지, 그리고 검사 없이도 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민법상 원칙은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대금 지급이 동시이행 관계라는 것이다 — 준공검사 합격을 전제로 삼는 것은 법 원칙이 아니라 계약 특약의 문제다.
"검사 합격 후 지급" 특약,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72486, 272493 판결은 이런 특약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요지는 "검사 합격"이 계약의 효력 발생 자체를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 지급 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라는 것입니다. 조건과 기한의 차이는 실무적으로 매우 큽니다. 조건이라면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의무 자체가 생기지 않지만, 불확정기한은 도래 여부가 불확실할 뿐 언젠가는 반드시 도래하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 판결은 수급인이 일을 완성한 뒤 검사에 실제로 합격했을 때뿐 아니라,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에도 보수지급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고 봅니다. 도급인이 최종검사를 거부하며 계약 해제를 통보하는 등 검사 합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사정이 생기면, 그 시점부터는 검사를 기다리지 않고도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도급인이 채권자지체 상태에 있는지와도 무관하게 인정되는 결론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발주자의 주관적인 판단(검사를 해줄지 말지)에 수급인의 대금청구권 발생 여부가 전적으로 좌우되지 않도록 한 취지입니다.
발주자가 검사 요청에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시간만 끄는 경우도 마찬가지 구도로 볼 수 있습니다. 명시적인 거부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상당한 기간을 정해 검사를 요청했는데도 응하지 않는 사정이 누적되면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주장할 근거가 쌓입니다. 이런 사정을 뒷받침하려면 검사 요청과 재촉 과정을 문서로 남겨두는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검사 합격은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다 —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면 그 시점에 대금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
준공검사 없이도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완성'의 기준
그렇다면 "공사가 끝났다"는 사실 자체는 무엇으로 판단할까요.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32986 판결은 이 기준을 제시합니다. 공사가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되고, 그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하나의 건물로 완성되었다면, 설령 어딘가 불완전해서 나중에 보수(補修)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은 "공사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완성은 되었으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판단 주체입니다. 공정이 종료되었는지는 수급인의 일방적 주장에 구애되지 않지만, 도급인이 진행한 준공검사 결과에도 구속되지 않습니다. 그 도급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즉 도급인이 검사에서 "불합격"이라는 도장을 찍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완성 여부가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요 구조부가 시공되었는지가 핵심 판단 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준공검사를 못 받은 상태에서 대금을 청구하려면, 사회통념상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스스로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준공 시점의 현장 사진·영상 — 주요 구조부·설비까지 포함해 전체를 기록.
감리자(있는 경우) 또는 현장소장의 완성 확인서·일지.
최종 기성실적 확인서, 설계도서 대비 시공 현황 자료.
사용승인(준공)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제출한 이력.
남아 있는 하자가 있다면 그 하자가 주요 구조부가 아닌 부수적 부분에 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
발주자가 준공검사를 미루는 이유, 정당한 사유인지 가리는 법
실무에서 발주자가 검사를 미루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실제로 주요 구조부의 미시공이나 중대한 하자가 있어 검사를 통과시킬 수 없는 경우라면 그 지연은 정당합니다. 반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급 시기를 늦추려는 목적, 추가 공사나 별도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협상 지렛대, 사소한 마감 하자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경우처럼 정당한 이유로 보기 어려운 지연도 적지 않습니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앞서 본 "사회통념상 완성" 여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주요 구조부가 약정대로 시공되어 있는데도 검사를 미루고 있다면, 그 지연의 실질은 대금 지급을 늦추려는 것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이런 사정이 쌓이면 앞서 본 2017다272486 판결의 법리에 따라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수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을 인도하겠다고 통지했는데도 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수령 자체를 거부한다면, 민법 제400조에 따른 채권자지체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습니다. 채권자지체가 인정되면 그 이후 발생하는 불이익(예컨대 목적물 관리 비용 증가, 인도 지연에 따른 추가 손해)에 대해 도급인 쪽에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생깁니다. 다만 이는 개별 사안의 사정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어, 검사 요청과 도급인의 대응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두는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실제 다툼에서 힘을 받습니다.
하도급 공사라면 — 10일 검사간주 규정으로 돌파하기
수급인이 원사업자로부터 공사를 하도급받은 입장이라면, 위의 민법 법리 외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을 수령한 날(건설위탁의 경우 공사의 준공 또는 기성부분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합니다. 그리고 이 기간 안에 통지하지 않으면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규정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기산점을 명확히 만들어두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준공 또는 기성부분 완료 사실을 구두로만 알리고 넘어가면 나중에 "언제 통지받았는지"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이나 공문 등 날짜가 특정되는 방식으로 준공(또는 기성) 통지를 발송해두면, 그날로부터 10일이 지나는 시점에 검사 합격이 법률상 간주되어 대금청구권을 곧바로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됩니다.
다만 이 10일 간주 규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하도급 관계에 적용되는 것으로, 발주자(원도급인)와 원사업자 사이의 원도급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원도급 관계에서 발주자가 검사를 미루는 경우라면 앞서 본 불확정기한·사회통념상 완성 법리로 다투어야 하고,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검사를 미루는 경우라면 이 10일 규정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대금 청구 전 갖춰야 할 증거와 절차 — 최고부터 유치권까지
실제로 대금을 받아내는 절차는 단계별로 준비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먼저 공사 완성 및 인도 준비가 끝났다는 사실을 내용증명 등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통지하고, 준공검사를 요청합니다. 이후 상당한 기간을 정해 검사에 응할 것을 재차 요청하되, 그 기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다면 대금 지급 자체를 최고하는 내용증명을 다시 발송합니다. 그럼에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급명령 신청이나 민사소송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것이 유치권입니다. 민법 제320조에 따라 공사대금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목적물(건물이나 공사 현장)을 점유하며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데, 이는 대금을 받아내기 위한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됩니다. 다만 유치권은 점유를 계속하는 것이 성립·존속의 전제이므로, 현장에서 철수해버리면 유치권도 함께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미지급 기간에 대해서는 지연손해금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행위로 인해 발생한 공사대금 채권이라면 상법 제54조에 따른 연 6%의 상사법정이율이 적용되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가 확정된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완성·인도 준비 통지 → 검사 요청 → 재촉(최고) → 대금지급 최고 → 지급명령·소송의 순서로 문서화.
모든 통지는 발송 시점이 남는 내용증명으로 진행.
유치권 행사를 검토한다면 현장 점유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
하자가 있어도 대금 전부를 거부할 수는 없다 — 하자담보책임과의 구분
발주자가 준공검사에서 불합격을 주는 근거로 가장 자주 드는 것이 시공 하자입니다. 그러나 하자가 있다는 사정과 공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법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앞서 본 94다32986 판결이 밝힌 대로,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완성된 상태라면 일부 보수가 필요한 하자가 있더라도 이는 "완성은 되었으나 하자가 있는 것"이지 "미완성"이 아닙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처리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자는 민법 제667조가 정한 수급인의 담보책임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대금 지급 자체를 전부 거부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도급인은 하자 보수를 청구하거나, 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손해배상액을 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경미한 하자를 이유로 준공검사 자체를 계속 불합격 처리하며 대금 전체의 지급을 미루는 것은, 이 담보책임 법리에 비추어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준공검사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면, 그 사유가 실제로 주요 구조부의 미시공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인지, 아니면 보수로 해결 가능한 경미한 하자에 불과한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에 해당한다면 대금청구권 자체는 이미 발생해 있다고 보고, 하자 부분은 별도의 협의나 공제로 풀어가는 방향이 실무적으로 타당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준공검사를 아예 안 받은 상태에서도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사회통념상 공사가 완성되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준공검사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대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완성 사실을 뒷받침할 사진, 확인서 등 증거를 미리 확보해두어야 소송에서 유리합니다.
Q. 발주자가 검사 자체를 계속 미루기만 하고 불합격 통보도 안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준공 통지 후 상당한 기간을 정해 검사를 요청했는데도 응하지 않는다면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사정으로 볼 여지가 있어, 이를 근거로 대금 청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요청·재촉 과정을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준공검사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대금을 전혀 받을 수 없나요?
A. 불합격 사유가 주요 구조부 미시공처럼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 경미한 하자에 그친다면, 공사 자체는 완성된 것으로 보아 대금청구권은 살아있고 하자 부분은 담보책임으로 별도 처리됩니다. 불합격 사유가 실제로 정당한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Q. 하도급 공사인데 원사업자가 검사를 계속 안 해줍니다.
A.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에 따라 원사업자가 준공(또는 기성)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검사 결과를 통지하지 않으면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통지 시점을 명확히 남겨두면 이 기간 계산에 유리합니다.
Q.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을 계속 점유하며 버틸 수 있나요?
A. 공사대금 채권이 있는 한 민법 제320조에 따른 유치권을 근거로 목적물 인도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도 함께 소멸할 수 있으므로 점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Q.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할 방법은 없나요?
A. 내용증명으로 완성 사실과 대금 지급을 최고한 뒤에도 반응이 없다면 지급명령을 먼저 시도해볼 수 있고, 다툼의 여지가 크다면 처음부터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는 편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치권 행사를 함께 검토하는 것도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맺음말
공사가 끝났는데도 준공검사를 이유로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수급인은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검사에 합격해야 준다"는 특약은 조건이 아니라 기한일 뿐이고,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공사가 완성됐다면 검사 여부와 무관하게 대금청구권은 이미 발생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화성이나 시흥 시화공단처럼 산업단지·공장 신축 공사가 몰린 지역에서는 준공검사와 기성금·잔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준공검사를 미루는 이유가 실제로 정당한지, 완성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는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부터 점검한 뒤 청구 절차를 밟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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