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 배임 고발을 당했다면 — 경영판단원칙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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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중 배임 고발을 당했다면 — 경영판단원칙 방어 

김강희 변호사


경영권 분쟁 중 배임 고발을 당했다면 — 경영판단원칙 방어


사건 개요


회사를 함께 키워 온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는 순간, 다툼은 대개 지분과 이사회 자리를 놓고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다툼이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형사 고발입니다. 상대 주주 측은 대표이사가 그동안 결재한 자금 대여, 유상증자, 부동산 처분, 계열사 지원, 컨설팅 계약 같은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배임으로 고발합니다.

고발장이 접수되면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집니다. 임시주주총회나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이 들어오고, 거래처와 금융기관에는 "대표가 배임으로 수사받는다"는 말이 퍼집니다. 형사절차 자체가 경영권 분쟁의 무기로 쓰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고발인의 목표는 유죄판결이 아니라, 수사를 받는 상태 그 자체가 만들어 내는 협상력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발을 당한 경영자는 대개 "나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인데 어떻게 배임이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그 진심은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 앞에 놓인 것은 결과적으로 회사가 손해를 본 것처럼 보이는 거래 내역과, 그 거래를 결재한 대표이사의 서명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선의로 내린 경영상 판단은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원칙은 저절로 적용되지 않고, 당시의 판단 과정을 기록으로 복원해 낸 사건에서만 실제로 작동합니다.


핵심 쟁점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여기에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이 뛰어오릅니다.

이 구조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은 네 군데입니다. 첫째, 문제된 결정이 임무위배행위인지 — 상법과 정관이 요구한 절차를 거쳤는지,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자리에 서 있었는지입니다. 둘째,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므로, 손해가 없다는 주장은 거래의 대가 관계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셋째,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넷째, 이득액을 얼마로 볼 것인지 — 이 숫자 하나로 적용 법조와 형량대가 통째로 바뀝니다.

세 번째 지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해 있어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로, 가능한 범위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그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생겼더라도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단순히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또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방어의 출발점은 여기서 말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사실로 채우는 일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경영판단이었다'를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복원하기


경영판단원칙은 주문처럼 외운다고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 이익의 부존재, 선의, 수집 가능한 정보에 기초한 검토, 회사 이익에 합치한다는 믿음이라는 구체적 사실들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 사실들을 복원합니다.

1) 개인적 이익이 없었다는 점을 계좌와 거래로 먼저 못 박습니다.

수사기관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는 가장 흔한 통로는 "결국 본인이 이득을 봤다"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문제된 자금이 흘러간 경로를 대표이사와 그 가족·특수관계인 계좌까지 포함해 전 구간 추적하여 자금의 종착지가 회사 또는 정상 거래처였음을 먼저 확정합니다. 거래 상대방이 지인이거나 관계회사라면 이해관계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먼저 드러낸 뒤, 그 거래의 조건이 동종 거래의 통상 조건과 다르지 않았음을 비교 자료로 제시합니다. 개인적 이익이라는 고리가 끊어지면, 이후의 손해 주장은 결과책임에 불과해집니다.

2) 결정 당시의 정보와 검토 과정을 시점순으로 되살립니다.

사후에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결정도, 그 시점에 회사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놓고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만기 도래한 차입금, 거래처의 결제 지연, 발주 취소 같은 결정 당시의 제약 조건을 자금일보·여신 만기표·거래처 공문으로 특정하고, 그때 검토했던 대안과 각 대안의 예상 결과를 정리합니다. 외부 회계법인 검토보고서, 감정평가서, 법률의견서, 실사자료가 있었다면 이는 "가능한 범위에서 수집된 정보"에 해당하므로 최우선으로 확보합니다. 없다면 담당 임직원의 진술과 당시 주고받은 메일·메신저로 검토가 실제로 있었음을 대체 입증합니다.

3) 상법이 요구한 절차를 지켰다는 점으로 임무위배 프레임을 무너뜨립니다.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 결의사항입니다(상법 제393조 제1항). 이 절차를 밟았는지가 임무위배 판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사회 소집통지·의사록·부의안건 자료를 원본으로 확보하고 결의의 하자 유무를 점검합니다. 이해관계 있는 안건에서 본인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의사록으로 특정하고, 정관상 한도나 내부 규정을 준수했음도 함께 정리합니다. 반대로 절차에 흠이 있다면 그 흠이 왜 발생했고 사후에 어떻게 보완·보고되었는지를 미리 설명해, 상대가 그 지점을 고의의 증거로 키우지 못하게 차단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손해'와 '이득액'의 프레임을 끊어내기


고의를 다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배임죄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있어야 성립하고, 그 손해액에서 파생되는 이득액이 처벌 범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축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다툽니다.

1) 대가의 상당성과 회수 조치로 재산상 손해 자체를 부정합니다.

자금을 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회수 가능성이 없는데도 담보 없이 내주었을 때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자율·변제기·담보 설정 여부·연대보증·상대방의 당시 신용상태를 하나씩 짚어 그 거래가 통상의 조건 안에 있었음을 보이고, 실제로 원리금이 회수된 사실이 있다면 회수 내역을 제출합니다. 자산 처분 사건이라면 처분가액이 시가와 어긋나지 않았음을 감정평가서나 인근 실거래 사례로 대조하여, 손해의 존재라는 전제 자체를 무너뜨립니다.

2) 지분 희석은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자주 고발되는 것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입니다. 대법원은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를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다만 이는 신주발행의 효력을 다투는 민사상 쟁점이고, 배임죄에서 보호되는 본인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증자로 회사에는 납입금이 유입되었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졌을 뿐이라면, 그 희석은 주주의 불이익이지 회사의 재산상 손해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주장합니다.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이나 신주발행의 하자가 곧바로 형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경계를 세우는 작업입니다.

3) 이득액을 다투어 특정경제범죄법 적용을 차단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선을 넘느냐에 따라 법정형의 하한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올라가고 집행유예의 여지도 크게 좁아집니다. 고발인은 대개 거래 총액이나 대여 원금 전액을 이득액으로 부풀려 주장하므로, 담보로 확보된 부분, 실제 회수된 금액, 반대급부로 회사가 얻은 이익을 공제한 순액 기준으로 재산정하여 반박합니다. 액수의 산정이 불확실하다면 그 불확실성 자체가 가중처벌 적용을 막는 논거가 되므로, 회계 자료에 기초한 대안 산정 방식을 제시해 다툼의 여지를 남깁니다.

4) 고발이 놓인 분쟁의 맥락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같은 거래를 두고 몇 년간 아무 말이 없다가 주주총회나 가처분을 앞두고 갑자기 고발이 이루어졌다면, 그 시점의 우연 아님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정황입니다. 고발 전후에 오간 지분 매수 요구, 합의 조건 제시, 고발 취하를 언급한 협상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제출하고, 문제된 거래가 이사회에서 상대 측 이사도 동의했던 사항이라면 그 의사록을 함께 냅니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형사사건이 아니라 주주 간 지배권 다툼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실무에서 무혐의 처분에 이르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입니다.


결론


경영권 분쟁 중에 날아온 배임 고발은, 결정 그 자체보다 그 결정을 설명할 자료가 남아 있는지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이사회 의사록, 외부 검토보고서, 감정평가서, 담보 설정 서류처럼 평소에는 형식으로만 보이던 문서들이 이 국면에서는 고의를 부정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은 시점입니다. 고발장이 접수된 뒤 첫 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기간에 무엇을 정리해 두었는지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하고, 이 시기에 해명한다고 내놓은 자료가 오히려 불리한 진술로 굳어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회사 내부의 다툼이 형사 고발로 번질 조짐이 보이거나 이미 고발장이 접수되었다면, 어떤 기록을 남기고 무엇을 먼저 확보해야 할지 대응의 순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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