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겠다며 수시로 보여달라는 집주인 — 거절해도 될까
사건 개요
임대차 계약 기간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데, 어느 날 집주인에게서 "집을 내놓았으니 매수 희망자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연락이 옵니다. 처음 한두 번은 협조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하루에도 몇 팀씩 방문 일정을 잡아 오고, 퇴근 후 저녁 시간이나 주말 할 것 없이 "지금 잠깐 봐도 되겠느냐"는 연락이 반복됩니다. 심지어 임차인이 부재중인 사이 집주인이 중개인과 함께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온 적도 있다며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당혹스럽습니다.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는 것 자체는 임차인이 막을 수 없는 소유자의 권리처럼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공간을 수시로 낯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계약 갱신을 안 해주겠다"는 식의 압박까지 더해지면, 임차인은 거절해도 되는지, 거절했다가 어떤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을 파는 행위 자체는 임대차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고, 임차인이 무조건 집을 보여줄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에 관련 특약이 있는지, 그리고 임차인이 거절하는 방식이 합리적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상담에서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임대차 계약서에 매매를 위한 집 보여주기에 협조한다는 특약이 있는지입니다. 둘째, 그런 특약이 있더라도 집주인·중개인의 요구가 사전 통지, 시간대, 빈도 면에서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는지입니다. 셋째, 집주인이 임차인의 동의 없이 실력으로 출입했는지 여부입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 존속 중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지운다고 정합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임대인의 행위를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는 민법 제624조가 정한 '보존행위', 즉 누수 수리나 안전점검처럼 목적물을 유지·보수하기 위한 행위에 한정됩니다. 매수 희망자에게 집을 보여주는 것은 목적물을 보존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집주인 자신의 처분(매매)을 위한 행위이므로, 이 조문만으로는 임차인의 협조 의무가 당연히 도출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계약서에 별도 특약이 있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협력의무의 실제 범위를 계약서로 확정하기
상담을 받으면 가장 먼저 계약서 원본과 특약사항을 확인합니다. 최근 국토교통부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신규 임차인에게 집을 보여주는 것과 관련한 협조 조항이 담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매수 희망자에 대한 관람 요구에도 그대로 끌어다 쓰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범위를 정리합니다.
1) 특약의 문구를 매수인 관람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따집니다.
특약이 "임대차 종료 시 신규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되어 있다면, 이는 임대차 종료를 전제로 한 조항이지 계약 기간 중 매수 희망자를 상대로 한 관람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문구가 매매 상황까지 포괄한다고 명시하지 않은 이상, 임차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넓게 해석할 근거는 없습니다. 특약이 아예 없다면 협조는 임차인의 호의에 따른 것이지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서면으로 정리해 둡니다.
2)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합리적 범위'로 한정합니다.
설령 협조 특약이 유효하게 적용된다 해도, 임차인이 무제한으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 통지(최소 하루 전 등), 협의된 요일·시간대, 1주 방문 횟수 제한, 임차인 입회 등 합리적인 조건을 먼저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역제안합니다. 임대인의 사용·수익 보장 의무(민법 제623조)와 임차인의 주거 평온을 함께 고려하면, 야간·이른 아침 방문이나 사전 연락 없는 방문 요구는 특약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3) 갱신 거절과 결부시키는 압박은 별개 문제로 분리합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갱신을 안 해주겠다"는 말은 흔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권은 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거절할 수 있고 집 보여주기 비협조는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발언이 있었다면 통화 녹음이나 문자로 남겨, 추후 갱신 거절이 부당하다고 다툴 때의 증거로 확보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무단 출입과 과도한 요구에 대한 대응 전략
더 심각한 문제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 실제로 집에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집주인이 소유자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출입해도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임대차가 유효한 동안 목적물을 점유·사용하는 사람은 임차인입니다. 이때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대응합니다.
1) 무단 출입은 형사 대응 대상임을 분명히 합니다.
임차인의 동의나 정당한 사유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경우, 형법 제319조의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라는 신분이 있어도 현재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는 출입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실제로 무단 출입이 있었다면 현관 CCTV·도어록 출입기록·목격 진술을 확보해 형사 고소 여부를 검토합니다.
2) 반복적 방문 요구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손해배상으로 구성합니다.
특약 범위를 벗어난 방문 요구가 반복되어 임차인의 일상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방문 요구 문자·통화 내역, 거절에도 불구하고 재차 요구한 정황, 그로 인해 겪은 불편(휴가를 내야 했던 경우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둡니다.
3) 매매 자체는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임차인에게 정확히 설명합니다.
임차인이 관람을 거절한다고 해서 집주인의 매매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주택을 양수한 사람은 종전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므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집도 그 임대차를 낀 채로 매매될 수 있습니다. 즉 관람에 응하지 않는다고 매매 자체가 무산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집주인의 "협조 안 하면 집을 못 판다"는 압박은 법적으로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짚어 협상의 균형을 맞춥니다.
결론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는 것 자체는 임차인이 관여할 수 없는 소유자의 권한이지만, 그 과정에서 임차인의 주거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계약서에 관련 특약이 있는지, 있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무리한 방문 요구나 무단 출입이 반복된다면 참고 넘기기보다는 기록을 남기고 합리적인 조건을 먼저 서면으로 제안해 두는 것이 이후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협조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아닌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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