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층 누수 소송에서 돈보다 공사 명령이 중요한 이유
아랫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진짜 고통은 얼룩이 아니라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윗집은 "우리 집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고, 아랫집은 속이 타들어 갑니다. 서울 종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이 사건도 그랬습니다. 어느 겨울, 아랫집 화장실 천장에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누수가 시작됐습니다. 법원이 감정을 해보니 원인은 윗집 화장실 바닥 콘크리트 슬라브에 매립된 배관이었습니다. PVC 파이프와 그 연결부인 주철 트랩이 세월에 삭아, 얇아진 단면과 이음매로 물이 배어 나와 녹물과 함께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윗집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누수 당시 자기 집 화장실은 쓰지도 않았고, 공용 상수도를 잠그니 누수가 멈췄으니 원인은 다른 데 있으며, 오히려 아랫집의 환기 관리 잘못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감정 결과가 나온 뒤에도 "전문장비 없이 육안으로 짧게 본 감정"이라며 승복하지 않았죠. 이 완강한 태도가, 뒤에서 보시겠지만, 오히려 판결의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법원이 내린 세 개의 명령
판결 주문은 세 층으로 쌓여 있습니다. 첫째, 윗집은 아랫집에 수리비 80만 원을 배상하라. 화장실 천장의 얼룩과 곰팡이를 고치는 비용입니다. 매립 배관의 노후는 민법이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이고, 그 하자로 생긴 손해는 소유자가 책임진다는 공작물책임의 교과서적 적용입니다. 둘째, 윗집은 화장실 바닥에 매립된 배관설비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누수방지공사를 이행하라. 셋째, 판결 확정일로부터 한 달 안에 공사를 하지 않으면, 그날부터 공사를 마칠 때까지 매월 30만 원을 아랫집에 지급하라.
눈치채셨겠지만 이 판결의 무게중심은 80만 원이 아니라 둘째와 셋째 명령에 있습니다. 아랫집 천장을 백 번 고쳐도 윗집 배관이 그대로면 누수는 반복됩니다. 근본 해결은 윗집 공사인데, 그 공사는 윗집 현관문 안쪽에서만 가능합니다. 아랫집이 대신 해줄 수도, 업자를 들여보낼 수도 없죠. 법원은 이를 "부대체적 작위의무", 즉 오직 그 사람만 이행할 수 있는 의무로 보았습니다.
판결문에 미리 심어둔 이행 장치
흥미로운 대목은 간접강제, 그러니까 월 30만 원짜리 압박 장치를 별도의 집행 절차가 아닌 판결 단계에서 미리 붙였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어둔 길인데, 요건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의무를 스스로 이행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해야 하죠. 이 사건에서 그 요건을 채워준 것은 다름 아닌 윗집 자신이었습니다. 감정 결과가 나온 뒤에도 끝까지 원인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 이상, 판결이 나와도 순순히 공사할 리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겁니다. 소송에서의 완강한 부인이 부메랑이 되어 이행 압박 장치를 스스로 불러들인 셈입니다.
반면 아랫집이 함께 청구한 "누수방지공사 비용 200만 원"의 손해배상은 기각됐습니다. 공사 이행 자체를 명하는 이상 그 공사비를 돈으로 또 받을 수는 없고, 그 공사는 아랫집이 대신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사로 받을 것과 돈으로 받을 것을 처음부터 구별해서 청구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누수 분쟁, 이렇게 접근하세요
아랫집이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피해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관리사무소 확인을 거쳐 내용증명으로 수리를 요구한 뒤, 협의가 안 되면 법원 감정으로 원인을 특정하는 것. 그리고 청구를 짤 때 이미 발생한 손해(수리비, 필요하다면 사용 못 한 기간의 손해)는 돈으로, 원인 제거는 공사 이행과 간접강제로 나누어 담는 것입니다. 윗집이라면, 감정 결과가 나온 뒤의 무조건적 부인은 득이 없습니다. 다툴 것은 감정 절차 안에서 전문적으로 다투되, 원인이 확인되면 신속히 공사하는 것이 간접강제라는 이자까지 무는 것보다 낫습니다. 누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손해도, 감정의 골도 깊어지는 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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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부동산 전문 변호사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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