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언대용신탁, 유류분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유언대용신탁, 유류분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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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언대용신탁, 유류분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김강희 변호사


아버지의 유언대용신탁, 유류분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사건 개요


최근에는 아버지가 유언장을 남기는 대신, 살아 계실 때 은행이나 신탁회사와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어 두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자필로 쓰거나 공증을 받아야 하는 유언장과 달리, 신탁계약은 요건을 놓쳐 통째로 무효가 되는 일이 드물고, 아버지 생전에는 본인이 수익자로서 그 재산에서 나오는 돈을 그대로 쓸 수 있으면서도 사후에는 정해둔 자녀에게 곧바로 넘어가도록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정작 다른 형제자매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알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아버지 명의로 있던 부동산과 예금이 상당 부분 신탁 계좌로 넘어가 있었고, 상속재산 목록에는 잡히지도 않더라"는 상담이 저희 사무실에도 꾸준히 들어옵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려고 보니 정작 나눌 재산은 별로 없고, 신탁을 통해 특정 자녀 한 명에게 대부분이 이미 넘어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식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대용신탁이라는 형식을 취했다고 해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까지 자동으로 무력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탁이라는 제도 자체가 비교적 최근에 활발히 쓰이기 시작한 탓에 법원의 판단도 아직 갈리고 있어, 신탁의 구조를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파고드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게 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신탁계약 자체의 효력을 흔들 수 있는지 — 아버지의 의사능력에 흠이 없었는지, 신탁의 구조 자체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형태는 아닌지입니다. 둘째, 신탁재산 또는 그로부터 나온 수익권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입니다 — 이 부분은 하급심 판단이 하나로 모이지 않은 영역입니다. 셋째, 포함된다고 볼 경우 반환청구의 상대방과 시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입니다.

세 지점은 순서대로 다뤄야 합니다. 신탁계약 자체가 무효라면 굳이 유류분까지 갈 것도 없이 재산이 상속재산으로 되돌아오고, 신탁계약이 유효하다면 그다음 단계인 유류분 반환청구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신탁계약·신탁구조 자체의 흠을 찾아 다투기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애초에 이 신탁계약이 온전히 유효한지입니다. 신탁 안으로 재산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손을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신탁계약의 흠을 짚습니다.

1) 아버지의 의사능력과 계약 체결 경위를 확인합니다.

신탁계약 체결 무렵 아버지의 인지 상태를 보여주는 진료기록·요양등급 자료·처방 내역을 확보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 특정 자녀가 지나치게 깊이 개입한 정황(계약서 작성 대행, 은행 동행, 위임장 작성 등)이 있는지를 살핍니다. 의사능력에 흠이 있었거나 사기·강박에 의한 것이라면 민법 제109조·제110조에 따른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신탁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2) 신탁 구조 자체의 위법성을 짚습니다.

신탁법 제36조는 수탁자가 누구의 명의로도 신탁의 이익을 누릴 수 없다는 '이익향수금지'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도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한 유일한 사후수익자가 되는 구조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위탁자 생전에 위탁자 본인을 수익자로 지정해 수탁자가 그 재산을 관리·운용하도록 한 부분은 신탁법 제5조 제3항에 따라 별개로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즉 신탁계약을 통째로 무효라고 주장하기보다, 조항별로 어느 부분이 무효이고 어느 부분이 남는지를 정밀하게 갈라 다투어야 승산이 있습니다.

3) 위탁자의 '실질적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모아 둡니다.

신탁법 제59조 제1항은 신탁행위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위탁자가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합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언제든 수익자를 바꾸거나 신탁을 해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형식은 신탁이지만 실질은 아버지가 그 재산을 계속 지배하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신탁계약서의 수익자변경권·해지권 조항, 실제로 수익자를 변경한 이력 등을 확보해두면, 신탁계약 자체를 다투는 데서 더 나아가 다음 해결방법에서 이를 실질적 증여로 구성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신탁 수익권을 유류분 반환의 대상으로 끌어오기


신탁계약 자체가 유효하다고 인정되더라도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신탁재산 또는 그로부터 발생한 수익권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를 다시 다투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재판부에 따라 갈리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합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1. 10. 선고 2017가합408489 판결은 신탁계약의 대상이 된 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이후 여러 하급심은 위탁자가 수익자변경권·해지권을 보유해 신탁재산을 사실상 계속 지배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그 수익권을 실질적 증여로 보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도 2022년 신탁재산의 수익권을 특별수익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직 하나로 모이지 않은 영역인 만큼, 위탁자가 생전에 그 재산을 얼마나 두텁게 지배하고 있었는지를 사실관계로 촘촘히 증명하는 쪽이 유리한 재판부를 만날 가능성을 높입니다.

2) 특별수익 법리로 시기 제한을 넘습니다.

민법 제1114조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간의 증여만 유류분 산정에 반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받은 생전 증여는 민법 제1118조가 준용하는 제1008조에 따라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됩니다. 신탁을 통한 수익권 이전을 이 특별수익 법리로 포섭하면, 아버지가 신탁계약을 언제 체결했는지와 상관없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넣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3) 반환청구의 상대방과 시효를 함께 설계합니다.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된다고 인정되더라도, 반환청구를 신탁의 수탁자(은행 등)에게 할지 수익자인 다른 상속인에게 할지는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어 왔습니다. 아울러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민법 제1117조). 신탁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부터 기간을 역산해, 청구 상대방과 청구 시기를 함께 설계해 두어야 뒤늦게 시효에 걸려 권리를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론


유언대용신탁은 상속 분쟁을 피해 가는 만능 도구가 아닙니다. 신탁계약서 한 장으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까지 깨끗이 정리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 신탁의 구조를 흔들 수도 없습니다. 위탁자가 생전에 그 재산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었는지, 신탁계약의 어느 조항이 문제인지를 자료로 증명해야 비로소 다툴 자리가 생깁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 중 일부가 신탁계약으로 넘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신탁계약서와 등기·계좌 거래내역부터 먼저 확보해 신탁의 구조와 위탁자의 지배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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