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채운 상가, 갱신요구권 끝나도 권리금은 지킬 수 있을까
사건 개요
한 자리에서 10년 가까이 장사를 이어온 임차인들에게 어느 날 건물주가 통보합니다. "계약갱신요구권도 이제 다 썼으니,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나가라." 실제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10년의 범위 안에서만 인정합니다. 건물주는 이 10년이라는 숫자를 내세우며, 이제는 재계약을 거절해도 되고 권리금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큽니다. 10년 동안 쌓아 올린 단골과 상권, 인테리어 투자는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 정작 다음 사람에게 넘기고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순간 건물주가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입니다. "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권리금도 끝"이라는 건물주의 말이 실제로 법적으로 맞는지, 여기서 갈림길이 시작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갱신요구권이 소멸했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대법원이 이미 정리한 법리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10년 채웠으니 권리금도 포기해야 한다"는 오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가 서로 다른 별개의 제도인지입니다. 둘째, 임대인이 내세우는 "10년을 채웠다"는 사정이 법이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셋째,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 방해 정황을 기록해 둔 시점과 방식입니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답을 냈습니다. 최소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요구권 제도와, 임차인이 쌓은 재산적 가치를 회수하도록 돕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제도는 입법 취지와 내용이 다른 별개의 제도이므로, 갱신요구권을 더는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해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까지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10년을 채웠다"는 사정 그 자체는 권리금 회수를 막을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갱신요구권 만료와 권리금 보호는 별개라는 법리를 앞세우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하는 것은 건물주가 던지는 "10년 다 채웠으니 끝"이라는 말의 설득력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1) 갱신요구권 소멸과 권리금 보호의무를 법적으로 분리해 확정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2항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제10조의4 제1항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조문 자체가 별개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논리를 인용해, 10년 경과로 갱신요구권만 소멸했을 뿐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사건 초기에 서면으로 명확히 정리해 둡니다. 이 지점을 먼저 못박아야 이후 협상과 소송에서 건물주의 "10년 항변"이 힘을 잃습니다.
2) 건물주가 내세운 사유를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 목록과 하나씩 대조합니다.
제10조의4 제2항은 정당한 사유를 신규임차인의 지급자력 부족, 의무 위반 우려, 임대인이 1년 6개월 이상 목적건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 등으로 한정 열거하고 있습니다. 건물주가 대는 "10년 채움"이라는 사유는 이 목록 어디에도 없으므로, 다른 정당한 사유가 별도로 없는 한 재계약 거절 자체가 방해행위로 구성됩니다. 이 대조표를 만들어 두면 협상 테이블에서도, 소송에서도 쟁점이 단순해집니다.
3)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의 방해 정황을 시점별로 남깁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적용됩니다. 이 기간 동안 건물주가 재계약이나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한 말과 문자, 통화 내용을 날짜별로 기록해 두면,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다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신규임차인 주선과 손해액을 실전에서 지켜 내기
법리를 세웠다고 저절로 배상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한 사실과 손해액을 증명 가능한 형태로 갖춰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신규임차인 주선 사실을 문서로 남깁니다.
신규임차인과 체결한 권리금 계약서, 건물주에게 신규임차인을 소개하며 계약 체결을 요청한 내용증명을 확보합니다. 건물주가 "누구를 데려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애초에 분명히 밝혔다면, 형식적인 주선 절차 없이도 방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함께 기록해 둡니다.
2) 건물주의 '정당한 사유' 항변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건물주는 뒤늦게 "신규임차인이 미덥지 않았다"거나 "차임을 감당 못할 사람이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신규임차인의 보증금·차임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자금 증빙과 사업계획을 계약 단계에서 미리 확보해 두면, 이런 뒤늦은 항변을 봉쇄할 수 있습니다.
3) 배상액 상한과 소멸시효를 관리합니다.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제10조의4 제3항). 이 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므로(같은 조 제4항), 10년을 채웠다는 이유로 협상만 붙잡고 있다가 시효를 넘기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소 제기 시점을 함께 관리합니다.
결론
"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권리금도 끝"이라는 말은 건물주의 협상 전략일 뿐, 법이 정한 결론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최소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제도와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를 분명히 구분했고, 10년을 채운 임차인에게도 권리금 회수기회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권리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신규임차인을 주선한 사실과 건물주의 방해 정황을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증거로 남겨 두었는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10년을 채워 간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을 포기하고 계시다면,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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