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선 적 없는데 소장이 왔다면 — 필적 감정으로 다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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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선 적 없는데 소장이 왔다면 — 필적 감정으로 다투기 

김강희 변호사


보증 선 적 없는데 소장이 왔다면 — 필적 감정으로 다투기


사건 개요


어느 날 법원에서 소장 한 통이 날아옵니다. 열어 보니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채무 얼마를 지급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런 보증을 선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채무자란은 오래전 연락이 끊긴 지인이나 먼 친척의 이름으로 되어 있고, 첨부된 보증계약서에는 분명 자신의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는데도 언제 어디서 그런 서류에 서명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의 사정을 들어 보면 패턴이 비슷합니다. 예전에 인감도장이나 신분증 사본을 잠깐 맡긴 적이 있거나, 가족·지인이 "형식적인 서류일 뿐"이라며 도장을 빌려 갔던 기억은 있지만 그것이 억대 보증계약으로 둔갑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도장을 맡긴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이름으로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나는 그런 계약 한 적 없다"는 항변만으로는 소송에서 이기지 못합니다. 법원은 당사자의 기억이 아니라 문서 자체의 증거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서명이나 인영이 진짜처럼 보이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문서를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그대로 패소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서명·날인이 본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거로 뒤집을 수 있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 된 계약서의 진정성립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서명·날인이 있는 사문서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고, 판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영이 본인의 도장에 의해 찍힌 것이면 그 날인이 본인 의사에 의한 것으로 먼저 추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까지 추정되는 이른바 '두 단계의 추정'을 인정합니다. 이 추정을 깨지 못하면 서류는 진짜로 취급됩니다.

둘째, 보증계약이 애초에 서면 요건을 갖췄는지입니다. 민법 제428조의2는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합니다. 셋째, 설령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이 도장을 사용한 정황이 있다면 표현대리(민법 제126조)가 성립해 오히려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있는지입니다. 넷째, 위조가 확인될 경우 형사 절차를 함께 진행할 것인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소송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문서의 '두 단계 추정'을 깨는 감정 절차 설계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입니다. "내가 안 썼다"는 말만으로는 추정이 깨지지 않으므로,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절차를 설계합니다.

1) 서증인부 절차에서 명확히 '부인'으로 다툽니다.

법정에 제출된 계약서에 대해 침묵하거나 애매하게 답하면 그 자체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증인부 단계에서 해당 계약서의 서명·인영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부인하는 취지를 진술서·준비서면에 담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 부인이 있어야 이후 필적·인영 감정으로 다툴 절차적 발판이 마련됩니다.

2) 대조할 필적·인영 자료를 확보합니다.

감정은 문제 된 서명·인영만 봐서는 결론이 나지 않고, 같은 시기 본인이 작성한 다른 문서와 대조해야 신뢰도가 생깁니다. 그래서 계약서 작성 시점과 가까운 자필 서명이 담긴 문서(계약서, 신청서, 우편물 수령증 등)를 모으고, 실제 사용해 온 인감도장·막도장을 확보해 문제 된 인영과 다른 도장인지부터 대조합니다. 도장 자체가 다르다는 점만 확인돼도 감정 없이 다툼의 실마리가 열립니다.

3) 감정신청과 감정촉탁으로 절차를 진행합니다.

확보한 대조 자료를 바탕으로 법원에 필적·인영 감정신청을 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법원이 지정하는 감정기관에 감정촉탁을 진행합니다. 감정 결과 필적이나 인영이 본인 것과 다르다고 나오면 '두 단계의 추정'이 뒤집히고, 문서의 진정성립 자체가 부정되어 계약서를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원고는 처음부터 다시 계약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표현대리·형사 절차까지 함께 설계해 방어선을 이중화


서명이 위조라는 사실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권자가 "가족이 대신 서명한 걸 정당하게 믿었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책임을 질 위험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표현대리 성립 여지를 사전에 차단합니다.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넘은표현대리는 대리인에게 기본대리권이 있고 상대방이 대리권 있다고 믿을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가족이 도장을 사용했더라도 애초에 재산관리를 위임한 적이 없고, 채권자가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준비서면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해 이 항변을 막아 둡니다.

2) 서면 요건 흠결도 함께 주장합니다.

필적·인영 감정으로 서명 자체를 뒤집지 못하더라도, 민법 제428조의2에 따라 보증계약서에 보증인 본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없었다면 그 자체로 보증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감정 결과와는 별개로 서면의 형식적 요건이 갖춰졌는지를 계약서 원본부터 다시 짚어, 방어 논리를 이중으로 세워 둡니다.

3) 형사고소를 병행해 민사 절차를 뒷받침합니다.

위조 정황이 뚜렷하다면 민사 대응과 별개로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형법 제231조, 제234조)로 형사고소를 진행합니다.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나 자체 감정 결과는 민사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할 수 있어 진정성립 추정을 깨는 데 힘을 보탭니다. 다만 소장을 받은 뒤 답변서 제출기한(통상 30일)을 넘기면 무변론 패소판결이 나올 수 있으므로, 형사고소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민사 답변서는 기한 안에 먼저 제출해 두어야 합니다.


결론


기억에 없는 보증채무 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응이 어려워집니다. 답변서 제출기한을 넘기면 서명의 진위를 다퉈 보기도 전에 판결이 확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명·인영이 본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감정으로 증명해야 하고, 그 감정이 힘을 가지려면 대조할 자료를 얼마나 촘촘히 갖추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그런 소장을 받아 들고 계시다면, 답변서 제출기한을 먼저 확인하시고 어떤 자료를 감정용으로 확보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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