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신규 코인을 상장시켜 달라며 발행재단이나 브로커가 거래소 임직원에게 금전이나 코인을 건네는 사례가 실제 재판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상장 여부를 결정하거나 그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직원이 대가를 받았다면, 그 대가가 현금이든 코인이든 상관없이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얼마나 무겁게 처벌되는지, 받은 코인은 어떤 기준으로 추징되는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의 상장 대가 수수가 어떤 요건으로 배임수재죄가 되는지, 형이 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니라 형법 그대로 적용되는지, 몰수·추징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가상자산 상장 대가 수수 —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는 구조
형법 제357조 제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를 배임수재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문이 성립하려면 네 가지 요건이 차례로 충족되어야 합니다.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을 것, 그 사무의 임무와 관련된 청탁일 것, 청탁이 부정한 것일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실제로 취득했을 것입니다. 거래소에서 상장 여부를 심사·의결하거나 상장 절차 진행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직원은 이 가운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상장 여부는 거래소가 투자자와 시장 전체에 대해 부담하는 업무이고, 그 판단 권한을 위임받은 임직원의 지위 자체가 배임수재죄가 상정하는 사무처리자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직 상장 담당 이사와 상장팀장이 약 2년 8개월간 다수의 코인 상장과 관련해 브로커로부터 코인과 현금을 수수한 사건에서 이들에게 배임수재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가 발행재단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상장 담당 직원에게는 더 엄격한 청렴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정규직 상장팀장이나 임원처럼 직함이 있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상장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외부 자문위원, 계약직으로 심사 실무를 맡은 담당자처럼 상장 여부 판단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마찬가지로 사무처리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판단 권한이 공식 직제상 누구에게 있는지보다, 실제로 그 사람의 의견이나 검토 결과가 상장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였는지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거래소 임직원이 상장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그 대가로 금품을 받는 순간 금액과 형태를 불문하고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부정한 청탁'의 의미 — 상장 컨설팅료와 뒷돈의 경계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입니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6987 판결은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업무상배임의 내용이 될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나아가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청탁의 내용과 대가의 액수·형식, 거래의 청렴성이라는 보호법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코인을 상장시켜 달라"는 말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상장 심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금전이 오갔다는 정황만으로도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기준을 상장 과정에 대입하면 정상적인 자문료와 뒷돈을 가르는 경계가 뚜렷해집니다. 발행재단이 거래소와 공식적으로 상장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명의 계좌로 수수료를 지급했으며 그 내역이 내부 결재를 거쳐 회계에 반영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담당 임직원 개인 명의 지갑이나 차명 계좌로 코인·현금이 흘러들어 갔고, 그 지급이 상장 심사 일정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회사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청탁의 부정성이 강하게 추단됩니다.
청탁의 내용 — 상장 여부·시기·조건에 관한 것인지
대가의 액수와 형식 — 통상적인 자문료 수준을 넘는지, 현금·코인 등 지급 형태
지급 경로 — 회사 명의 계좌인지 임직원 개인 명의·차명 계좌인지
절차의 공개성 — 내부 결재·회계 반영을 거쳤는지
시기적 근접성 — 지급 시점이 상장 심사·의결 일정과 맞물리는지
대가가 코인이어도 마찬가지 — 재산상 이익의 범위
형법 제357조는 대가를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 둘 다로 규정합니다. 현금이나 상품권 같은 재물뿐 아니라 채무면제, 투자기회 제공처럼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이익 전반이 재산상 이익에 포함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해석입니다. 가상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장 대가로 브로커나 발행재단이 건넨 코인은 그 자체로 재물에 해당하고, 상장 직후 유통물량에서 우선 배정받은 락업 해제 물량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사전 매수 기회를 제공받은 경우도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도 임직원들은 현금과 코인을 함께 수수한 것으로 재판에서 인정되었습니다. 코인으로 받았다는 사정이 형사책임을 가볍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코인은 거래소 지갑과 블록체인 원장에 이동 기록이 남기 때문에, 현금보다 수수 경위와 액수를 특정하기가 수사기관 입장에서 더 수월한 경우도 많습니다. 대가를 코인으로 받으면 추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은 실무와 거리가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니라 형법 그대로 적용되는 이유
이득액이 큰 재산범죄라면 흔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제3조에 따라 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처벌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특경가법 제3조가 가중처벌 대상으로 열거한 조문은 형법 제347조(사기)·제350조(공갈)·제351조(상습범)·제355조(횡령·배임)·제356조(업무상 횡령·배임)이고, 배임수재를 규정한 형법 제357조는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상장 대가로 아무리 큰 금액을 수수했더라도 배임수재죄는 특경가법의 가중처벌 대상이 되지 않고, 형법 제357조 제1항이 정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법정형 범위 안에서만 처벌됩니다. 같은 재산범죄라도 횡령·배임(형법 355·356조)과 배임수재(357조)가 조문 체계상 전혀 다르게 취급되는 셈입니다. 다만 법정형 상한이 정해져 있다고 처벌이 가볍다고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도 실제 선고형은 징역 4년과 징역 3년 6개월로 법정형 상한인 5년에 근접했고, 벌금이 아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여기에 이득액 전액이 추징되기 때문에, 특경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경제적 불이익까지 줄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수재는 특경가법 제3조가 열거한 조문에서 빠져 있어 이득액과 무관하게 형법 제357조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실형과 이득액 전액 추징이라는 실질적 불이익은 그대로 남는다.
몰수·추징의 실제 — 코인으로 받았다면 얼마가 추징되나
형법 제357조 제3항은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한다.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규정합니다. 코인처럼 이미 처분되었거나 전전유통되어 원물 몰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무에서는 몰수 대신 가액을 추징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쓰입니다.
추징가액을 계산하는 기준 시점도 중요합니다. 물건으로 받은 재산상 이익을 추징할 때는 그 물건을 받은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판례의 원칙이고, 그 이후 시세가 올랐다고 해서 오른 가격을 기준으로 추징하지 않습니다.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커서 수수 시점과 적발 시점의 시세 차이가 상당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수수 당시 해당 코인의 원화 환산 시세를 기준으로 추징액이 정해집니다. 반대로 수수 이후 시세가 폭락했더라도 추징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수수 시점의 가격 자료를 명확히 확보해 두는 것이 처벌 수위를 다투는 데도 실익이 있습니다.
수령 당시 해당 거래소의 고시가·체결내역 캡처
지갑 간 이체 트랜잭션 기록(블록 익스플로러 조회 내역)
코인을 현금화했다면 그 환전·출금 내역
수수 시점과 가장 가까운 시점의 공시·시세 자료
상장 심사에 여러 임직원이 관여해 공동으로 대가를 나눠 가진 경우라면 추징 방식이 한 번 더 복잡해집니다. 대법원 판례는 공범이 대가를 공동으로 수수했더라도 몰수·추징은 각 피고인에게 실제로 귀속된 이익의 범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별 귀속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전체 수수액을 공범 전원에게 공동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각자 실제로 받은 몫을 기준으로 추징하되 그 몫을 알 수 없다면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각자에게 추징하는 방식이 쓰입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이사와 실무 담당자가 함께 대가를 받은 사안이라면, 누가 실제로 얼마를 가져갔는지를 초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 추징액을 다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코인으로 받은 대가는 몰수가 불가능하면 받은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가액이 추징되며, 이후 시세 등락은 추징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돈을 건넨 쪽의 책임 — 배임증재와 결합범죄
형법 제357조 제2항은 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장을 대가로 금품을 건넨 발행재단 관계자나 상장 브로커는 이 배임증재죄로 별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배임수재와 배임증재는 대향범 관계에 있어, 받은 쪽과 준 쪽이 각각의 죄책으로 함께 기소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상장 브로커의 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 브로커들에게는 배임증재 외에도, 시세조종이 예정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정상적인 상장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죄가 함께 인정되어 배임증재의 법정형(2년 이하)보다 더 무거운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상장 로비가 시세조작이나 허위 공시와 결합된 경우, 배임증재만으로 사안이 끝나지 않고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사기죄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수사로 이어지는 경로 — 무엇이 배임수재 혐의를 촉발하나
실무에서 상장 대가 수수는 발행재단이나 경쟁사의 내부 제보, 거래소 자체 감사, 이상거래 모니터링을 계기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임직원과 관련된 코인이 유독 짧은 심사 기간에 상장되거나, 상장 직후 특정 지갑에서 대량 매도가 반복되는 패턴은 내부 감사나 수사기관의 주목을 받기 쉽습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원장에 거래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지갑 주소 간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수수 시점과 경로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혐의를 받는 임직원 입장에서는 초기 대응이 이후 절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가로 받은 것이 실제로는 회사가 승인한 정상적인 자문료나 프로젝트 지원금이었다면, 계약서·품의서·회계 반영 내역처럼 절차의 투명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최대한 빨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개인 명의로 직접 수수한 정황이 있다면, 그 경위와 성격을 조기에 정리하고 추징에 대비한 자료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상자산(코인)으로 대가를 받았어도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나요?
A. 예. 형법 제357조는 대가를 재물과 재산상 이익 모두로 규정하고 있어 코인으로 받은 경우도 현금과 동일하게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원물 몰수가 불가능하면 받은 당시의 가액이 추징됩니다.
Q. 받은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더 무겁게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특경가법 제3조는 형법 제355·356조(횡령·배임) 등만 가중처벌 대상으로 열거하고 제357조(배임수재)는 포함하지 않아, 이득액과 무관하게 형법 제357조의 법정형(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범위에서 처벌됩니다.
Q. "상장시켜 달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한 적이 없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예. 판례상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일 필요가 없고, 대가의 액수·형식과 지급 시기 등 정황을 종합해 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정식으로 승인한 컨설팅 계약이라면 문제되지 않나요?
A. 회사 명의 계좌로 지급되고 내부 결재·회계 처리를 거친 공식 계약이라면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개인 명의로 직접 수수되거나 상장 일정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면 실질을 따져 판단됩니다.
Q. 코인 시세가 오른 뒤 적발되면 오른 가격 기준으로 추징되나요?
A. 아닙니다. 추징가액은 코인을 받은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며, 이후 시세가 오르거나 내려도 추징액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Q. 대가를 건넨 발행재단이나 브로커도 처벌받나요?
A. 예. 형법 제357조 제2항의 배임증재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시세조작 등이 결합된 경우 업무방해죄 등이 함께 인정되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이 상장을 대가로 금품을 받는 행위는 금액이나 대가의 형태와 무관하게 형법상 배임수재죄로 다뤄집니다. 이득액이 아무리 커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니라 형법 제357조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은 처벌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법정형 상한 안에서도 실형과 이득액 전액 추징이라는 실질적 불이익이 함께 따른다는 뜻입니다.
코인으로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사정이 수사망을 벗어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블록체인 원장에는 이동 기록이 남고, 추징가액 산정 기준도 이미 판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상적인 자문 계약과 뒷돈의 경계는 결국 지급 경로와 절차의 투명성에서 갈리므로, 관련 업무를 맡은 임직원이라면 개인 명의로 이뤄지는 어떤 형태의 대가 수수도 그 자체로 위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배임수재·배임증재 수사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초기 단계부터 자료를 정리하고 법률 조력을 받아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