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붙잡힌 피의자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항변 중 하나가 "함정수사였다"는 주장입니다. 수사기관이 정보원이나 위장거래를 통해 마약을 구해 오라고 부추기지 않았다면 애초에 범행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항변인데, 실제로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공소기각으로 끝나는 사건은 흔치 않습니다. 판례는 함정수사를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으로 나누고 전자만 위법하다고 보는데, 이 경계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모르면 항변 자체가 설득력을 잃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 함정수사 항변이 실제로 통하는 경우와 통하지 않는 경우를 판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함정수사, 왜 유독 마약사건에서 자주 문제되나
함정수사란 수사기관이나 그 정보원이 범죄를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그 실행을 기다렸다가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 방법을 말합니다. 마약범죄는 피해자가 따로 신고하지 않는 이른바 '피해자 없는 범죄'인 데다, 유통 구조가 은밀하게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사기관이 일반 사건처럼 피해 신고나 목격자 진술만으로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마약수사에서는 수사관이 매수자나 매도자로 신분을 위장해 직접 거래에 나서는 위장거래, 이미 적발된 마약을 그대로 배송시켜 최종 수령자를 검거하는 통제배달 등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범행 국면에 개입하는 수사기법이 다른 범죄보다 훨씬 폭넓게 쓰입니다.
문제는 이런 개입형 수사기법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범행을 적발'한 것인지, 아니면 수사기관이 '없던 범행을 만들어낸' 것인지의 경계가 실제 사건에서는 쉽게 흐려진다는 데 있습니다. 수사관이나 정보원과의 접촉이 없었다면 애초에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오랜 입장이고, 그 반대로 원래 마약을 구할 생각도 능력도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자금과 안전 보장까지 약속하며 거래를 종용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마약범죄를 뿌리부터 차단하려면 유통 조직의 상선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하선을 협조자로 활용해 상선에 접근하는 방식이 자주 쓰입니다. 이 구조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협조자가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지인을 끌어들이거나 수사기관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조장했다면 그 경계에서 함정수사 시비가 생깁니다. 이 구분의 실제 기준을 다음 항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 — 위법과 적법을 가르는 경계선
판례는 함정수사를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눕니다. 본래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의 의사, 즉 범의 자체를 새로 심어 넣는 범의유발형과, 이미 범행을 결심하고 있던 사람에게 그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실행을 다소 용이하게 해 준 것에 불과한 기회제공형입니다. 범의유발형은 수사기관이 범죄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보는 반면, 기회제공형은 법률로 특별히 금지되지 않은 이상 수사기관이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임의수사의 한 방법으로 적법하다고 보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미 범죄의 결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 기회를 제공하거나 그 실행을 다소 쉽게 해 준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마약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확립되어 있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등). 예를 들어 이미 판매 목적으로 마약을 소지하고 있던 사람에게 수사관이 매수 의사를 밝혀 거래가 성사된 경우는 전형적인 기회제공형입니다. 반대로 마약에 손댈 생각도 자금도 없던 사람에게 정보원이 접근해 '수사기관이 안전을 보장한다'며 구입 자금까지 대주고 거래를 부탁했다면, 그 결과로 벌어진 거래는 범의유발형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법원이 종합적으로 보는 판단기준
범의유발형인지 기회제공형인지는 한두 가지 사정만으로 기계적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사건에서 이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는데,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이 기준이 실제 사건에서 무엇을 살피는지 풀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 접근한 사람이 수사관 본인인지, 수사기관의 지시·자금을 받는 정보원인지, 아니면 수사기관과 무관한 제3자인지.
유인의 경위와 방법 — 먼저 접촉하고 가격·수량을 먼저 제시한 쪽이 누구인지,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반복해서 설득했는지.
피유인자의 반응 — 제안을 받자마자 응했는지,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못 이겨 응했는지.
처벌 전력 —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원래 범행 성향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전력이 없으면 반대 정황으로 작용.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 안전 보장 약속, 금전적 이익 제공처럼 통상적인 수사 재량을 넘어서는 방법이 쓰였는지.
함정수사의 위법성은 접촉 사실 하나가 아니라, 누가 먼저 제안했고 누가 얼마나 밀어붙였는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원래 그럴 성향이 있었는지를 종합해서 가려진다.
정보원·지인이 낀 경우 — 사인의 유인이 함정수사가 되는 때와 안 되는 때
마약사건에서는 수사관이 직접 나서기보다 정보원이나 피고인의 지인이 중간에서 거래를 주선하는 경우가 많아, 이 사인(私人)의 행위를 수사기관의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은 검찰 마약반 정보원의 애인이 "다른 정보원의 밀고로 체포된 정보원의 실적을 만들어줘야 한다",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하며 구입 자금까지 건네 히로뽕 매입을 부탁한 사안에서, 원래 매수·밀반입 의사가 전혀 없던 피고인들에게 수사기관과 연결된 유인자가 자금과 안전 보장까지 제공하며 범의를 유발했다고 보아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3도1473 판결은 결이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을 유인한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적인 동기에서 독자적으로 접근해 매매를 부탁한 것으로 인정되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해 범의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그 요청으로 인해 피고인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무관하게 단순히 반복해서 부탁한 것에 그친다면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유인자가 수사기관의 지시·자금·정보를 받아 움직였는지, 아니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접근했는지에 있습니다.
위법 판단(2005도1247) — 유인자가 수사기관 정보원과 연결, 안전 보장 약속과 구입 자금 제공까지 이루어짐.
적법 판단(2013도1473) —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무관하게 사적 동기로 반복 요청, 사술·계략 없음.
위장거래·통제배달, 항변으로 다툴 수 있는 지점
위장거래에서 함정수사 항변이 실제로 다투는 지점은 대개 다음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최초 접촉을 누가 먼저 시도했는지입니다. 수사관·정보원이 먼저 연락해 거래를 제안했다면 유인의 강도가 그만큼 큰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가격·수량을 누가 먼저 제시했는지입니다. 피고인이 스스로 가격과 물량을 정해 제안했다면 이미 확립된 범의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고, 반대로 수사 측이 유리한 조건을 먼저 던졌다면 유인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셋째, 거절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반복적으로 설득했는지, 그 과정에서 금전적 이익이나 신변 안전 보장 같은 통상적이지 않은 유인책이 동원됐는지입니다.
통제배달은 이미 국내에 반입되었거나 세관 등에서 적발된 마약을 감시 아래 그대로 배송해 최종 수령자를 검거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는 범행이 이미 진행 중인 상태에서 그 종착지를 확인하는 것에 가까워 통상 기회제공형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령자로 지목된 사람이 애초에 그 물건을 받을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도 수사기관 협조자가 적극적으로 수령을 종용하거나, 수령의 대가로 별도 이익을 제시한 정황이 있다면 이 부분만큼은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단순히 '내가 시켜서 받았을 뿐'이라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애초에 수령 의사가 없었음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이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발송된 소포에 마약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세관이 먼저 확인한 뒤, 받는 사람이 애초에 그 소포의 발송 사실조차 몰랐는데 협조자가 "대신 받아만 달라"며 사례비를 제시해 수령하게 만든 경우라면, 수령자에게 마약을 실제로 취득·소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부터 다퉈볼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수령자가 사전에 물품의 내용물을 알고 대금까지 미리 지급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통제배달 단계에서의 수사 개입은 그대로 기회제공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면 생기는 효과 —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
함정수사 항변이 받아들여졌을 때 나오는 결론은 무죄판결이 아니라 공소기각 판결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를 공소기각 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바로 이 조항이 정한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무죄판결이 범죄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인 것과 달리, 공소기각은 범죄사실의 유무를 아예 따지지 않고 절차 자체가 무효라는 이유로 실체 심리에 들어가지 않은 채 재판을 끝내는 결론입니다.
실무적으로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공소기각이 확정되면 그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재판이 종결될 뿐, 마약을 소지·매매했다는 사실관계 자체를 법원이 인정하거나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사실관계로 적법하게 재수사가 이루어져 다시 기소된다면 별도로 그 절차의 적법성이 다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함정수사 항변은 이처럼 유·무죄를 다투기 전 단계에서 사건 자체를 걸러내는 절차적 방어 수단이라는 점에서,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통상의 무죄 주장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와 준비해야 할 자료
실무에서 함정수사 항변이 인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약범죄의 은밀성 때문에 법원은 수사기관의 개입형 수사기법 자체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고,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인의 강도나 방법까지 저절로 증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수사의 적법성을 증명할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피고인 측이 먼저 구체적인 사술·계략의 정황을 제시해야 법원이 본격적으로 심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연히 "수사기관이 유도했다"는 주장만으로는 항변으로서 힘을 갖기 어렵습니다.
항변을 준비한다면 최초 접촉 경위를 보여주는 메시지·통화 내역, 가격과 수량을 먼저 제시한 쪽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대화 기록, 거절 의사를 표시했던 정황, 동종 전과 유무, 유인자와 수사기관 사이의 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정수사 주장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런 자료는 가담 정도, 초범 여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다투는 양형 자료로 여전히 의미를 가집니다. 절차적 항변과 양형 방어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특히 수사 초기 조사 단계에서 진술한 내용은 이후 재판 단계에서 뒤집기 어려운 만큼, 접촉 경위에 관한 진술은 조사를 받기 전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함정수사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무죄인가요?
A. 아닙니다.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됩니다. 무죄는 범죄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고, 공소기각은 그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절차상 하자로 재판을 끝내는 것이어서 결론의 성격이 다릅니다.
Q. 이미 마약을 갖고 있었는데 수사관이 매수 의사를 밝혀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함정수사인가요?
A. 이미 판매할 의사와 물건을 갖추고 있던 상태에서 수사관이 매수 의사를 밝혀 거래가 성사된 것이라면 통상 기회제공형으로 평가되어 위법하지 않습니다. 함정수사로 인정되려면 애초에 그런 범의 자체가 없었다는 사정이 함께 확인되어야 합니다.
Q. 지인이 마약을 구해달라고 부탁해서 응했는데 그 지인이 정보원이었다면 항변이 되나요?
A. 그 지인이 수사기관의 지시나 자금을 받아 움직였는지가 핵심입니다. 수사기관과 연결되어 안전 보장이나 자금 지원까지 받은 경우라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볼 여지가 있지만, 수사기관과 무관하게 사적인 동기로 반복해서 부탁한 것에 그쳤다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기 어렵습니다.
Q. 통제배달로 검거된 경우도 함정수사 항변이 가능한가요?
A. 이미 적발된 마약을 감시 아래 배송해 수령자를 확인하는 통제배달은 원칙적으로 진행 중인 범행을 적발하는 것에 가까워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수령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도 적극적으로 수령을 종용받았다는 구체적 정황이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함정수사였다는 사실은 누가 입증해야 하나요?
A. 수사의 적법성을 증명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 측에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피고인 측이 최초 접촉 경위나 유인 방법 같은 구체적 정황을 먼저 제시해야 법원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함정수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방어 방법은 없나요?
A. 함정수사 자체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접촉 경위나 유인 정황을 정리해 둔 자료는 가담 정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초범 여부 등을 다투는 양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절차적 항변과 양형 방어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합니다.
맺음말
마약 함정수사 항변은 접촉 사실 하나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의 경계,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어떤 관계였는지, 최초 제안을 누가 했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이 이루어졌는지, 처벌 전력 등 원래의 범행 성향은 어땠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승산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으로 절차 자체가 끝난다는 점도 결론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수원지검·안산지청 관할을 포함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마약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보원이나 위장거래가 개입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접촉 경위와 관련 자료를 초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방향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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