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이 알려지면 가해자를 비난하려는 마음에, 또는 단순한 호기심에 피해자의 실명이나 얼굴, 학교, 직장 같은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에서 시작된 행동이라도, 정작 법이 겨누는 처벌 대상은 그 글을 올린 사람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누구든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정보가 특정정보 공개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지,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이며 피해자와 합의하면 해결되는지를 조문과 절차를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피해자 신원 공개에 적용되는 법 — 성폭력처벌법 제24조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보호하는 근거 조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24조입니다. 이 조문은 두 개의 항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항은 수사·재판을 담당하거나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생활 비밀을 공개·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반면 일반인이 실제로 부딪히는 조문은 제2항입니다. 제2항은 "누구든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수범자가 기자나 수사기관 관계자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경우든, 가해자의 지인이 SNS에 사진을 캡처해 퍼뜨리는 경우든, "누구든지"라는 문언에 모두 포섭됩니다. 인쇄물·방송뿐 아니라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도 명시적으로 규율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단체 채팅방, SNS에 올리는 행위 역시 법 문언상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조문이 이렇게 넓은 범위를 규율하는 이유는 수사·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사생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함으로써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인권 보장을 강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사건 자체로 인한 피해에 더해, 주변에 신상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일상과 사회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법자가 공개 주체를 공무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누구든지"로 넓혀 놓은 배경에는, 정작 2차 피해를 키우는 통로가 수사기관보다 온라인 게시물인 경우가 흔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제24조 제2항의 수범자는 "누구든지"다 — 가해자의 지인이든 사건과 무관한 제3자든, 온라인에 피해자 신상을 올리는 사람은 누구나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나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조문에 나열된 정보는 주소·성명·나이·직업·학교·용모인데, 이 항목을 하나도 안 썼다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문은 이 항목들을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열거된 항목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들의 조합으로 특정 개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실명을 직접 쓰지 않았더라도 이니셜과 거주 지역, 사건이 일어난 업체명이나 학교명을 같이 적으면 주변인이 충분히 특정할 수 있습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사진, 대화 캡처 화면에 남아 있는 프로필 사진이나 대화명, 사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지인이라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 하나하나는 별것 아니어 보여도, 결합되면 특정성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조문의 실질적인 무게입니다.
이니셜 + 거주 지역 + 근무처(학교) 조합 — 개별로는 흐릿해도 합치면 특정 가능
모자이크 처리 없는 얼굴 사진, SNS 프로필 사진 캡처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서술해 지인이 알아볼 수 있는 묘사
대화방 캡처에 남은 대화명·전화번호 뒷자리 등 식별 단서
판단 기준은 "어떤 항목을 썼는가"가 아니라 "그 정보들을 합쳐 놓았을 때 특정 개인이 식별되는가"다.
처벌 수위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제24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의 처벌은 성폭력처벌법 제50조 제2항 제2호에 규정되어 있으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는 수사·재판 관계자가 직무상 알게 된 피해자 정보를 누설한 경우(제1항 위반, 같은 조 제50조 제3항)와 사실상 같은 무게의 법정형입니다. 일반 시민이 온라인에 신상을 올리는 행위를, 공무상 비밀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 관계자의 누설과 대등한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법정형을 설계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조항이 가벼운 게시글 하나의 문제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벌금형이 있다고 해서 실무에서 항상 벌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물이 널리 확산돼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2차 피해가 발생했는지, 게시자가 반복적으로 유포했는지, 영리·비방 목적이 있었는지 등이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벌금형 상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안의 경중을 가볍게 예단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 위반은 그 자체로 완결된 범죄이므로, 원래 사건(성범죄 자체)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유죄인지 무죄인지와는 별개로 처벌 여부가 결정됩니다. 원 사건의 가해자가 무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을 동의 없이 공개했다면 이 조항의 구성요건은 그대로 충족될 수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라는 구조 — 합의했다고 사건이 자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 제50조 제4항은 제50조 제2항 제2호의 죄, 즉 제24조 제2항 위반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합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면 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 유형을 말합니다.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 자체가 시작되는 친고죄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시기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은 반의사불벌죄에 관해 고소취소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면 이후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번복하더라도 그 효력은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서두르다 처벌불원서의 문구나 제출 시점을 소홀히 다루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감형 요소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해야 함
한 번 표시한 처벌불원 의사는 이후 번복해도 효력이 되살아나지 않음
합의서에는 게시물 삭제·재유포 금지 확약을 함께 포함하는 것이 실무상 일반적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는 항변, 어디까지 인정되나
제24조 제2항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공개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반대로 말하면 피해자가 동의한 공개는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동의는 좁게 해석되는 편입니다. 피해자가 특정 언론 인터뷰나 특정 게시물에 한해 자신의 사연 공개를 허락했다고 해서, 그 정보를 다른 사람이 전혀 다른 커뮤니티나 SNS에 재유포하는 것까지 동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의의 범위는 공개한 매체·맥락·시점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피해자가 처음에는 공개에 동의했다가 이후 마음이 바뀌어 삭제나 비공개를 요청했는데도 게시를 유지하거나 새로 게시하는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동의는 한 번 주어졌다고 영구히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회될 수 있는 의사표시이므로, 철회 이후의 공개·유지 행위는 별도로 위법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동의했었다"는 사정만으로 현재의 게시 행위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흔히 오해하는 또 다른 경우는 피해자 본인이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의 사연을 직접 올린 상황입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사연을 공개했더라도, 그 글을 캡처해 다른 게시판에 실명·학교명 등 특정 정보를 덧붙여 재유포하는 것은 원 게시자의 동의 범위를 벗어난 별개의 공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동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정보가 어딘가에 이미 공개되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특정 매체·시점의 공개에 대해 피해자가 실제로 동의했는가"를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명예훼손·모욕죄와 함께 성립할 수 있는 경우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게시물은 그 내용에 따라 다른 죄책과 겹칠 수 있습니다.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구체적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24조와 마찬가지로 반의사불벌죄 구조(같은 조 제3항)를 취하고 있어, 두 죄 모두 피해자와의 합의가 실무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게시글이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 위반과 명예훼손죄, 경우에 따라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명에 해당하면 형법 제40조가 정한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어, 각 죄 중 가장 무거운 형으로 처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순히 "신상만 올렸을 뿐"이라고 생각한 게시물이 실제로는 두세 개의 죄책이 동시에 문제 되는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유형 — 가해자 본인이 아니어도 대상이 된다
이 조항이 다른 형사 처벌 조항과 구별되는 지점은, 처벌 대상이 가해자 본인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유형은 대부분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입니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반대로 비난할 목적으로 주변 지인이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는 경우, 사건이 알려진 지역 커뮤니티나 학교·직장 관련 익명 게시판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올리는 경우, 언론 기사 댓글란에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적사항을 적는 경우, SNS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사건을 언급하며 신상을 노출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가해자 지인·주변인이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피해자 신상을 함께 노출하는 경우
지역 커뮤니티·맘카페·익명 게시판에 학교·직장명과 함께 피해자를 특정하는 경우
뉴스 기사 댓글이나 SNS 캡처 재유포로 피해자 추정 정보를 확산시키는 경우
선의로 "주의하라"는 취지로 올렸더라도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음
고소를 당했다면 — 방어에서 검토해야 할 지점
이 혐의로 고소·수사가 개시되었다면, 먼저 게시한 정보가 실제로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이니셜이나 부분적인 정보만으로는 주변인 상당수가 실제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는지가 다투어질 여지가 있고, 이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소명 자료로 다뤄야 하는 쟁점입니다. 피해자로부터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공개에 대한 동의를 받은 정황이 있었는지, 게시 경위가 비방이나 조롱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정보 전달이었는지도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초범인 경우 반성문 제출, 게시물의 즉시 삭제와 재유포 방지 조치,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및 처벌불원서 확보가 실무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대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시기가 지나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므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절차와 시한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니셜이나 부분 정보만 올려도 처벌되나요?
A. 실명을 직접 쓰지 않았더라도 거주 지역, 학교, 직장 등 다른 정보와 결합해 주변인이 피해자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라면 특정성 요건을 충족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판단은 개별 게시물의 정보 조합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Q. 저는 가해자와 무관한 제3자인데도 처벌 대상인가요?
A.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은 수범자를 "누구든지"로 규정하고 있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제3자라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동의 없이 공개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가해자를 비난할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Q.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히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거나 기소된 사건이 공소기각됩니다. 다만 그 시한을 넘기면 이후 합의하더라도 공소 자체를 막을 수는 없고 양형 참작 사유로만 반영됩니다.
Q. 언론 보도와 개인이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같은 기준으로 처벌되나요?
A. 조문상 "신문 등 인쇄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를 함께 규율하고 있어 매체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조항이 적용됩니다. 다만 언론은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 동의나 익명 처리 절차를 갖추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위반 여부를 가리는 사실관계가 개인 게시물과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게시 후 바로 삭제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게시 행위 자체로 이미 공개는 이루어진 것이어서 즉시 삭제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속한 삭제와 재유포 방지 조치는 확산 정도를 줄이고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Q. 명예훼손죄로도 같이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게시물이 비방 목적으로 구체적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도 함께 충족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명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어 가장 무거운 형을 기준으로 처단됩니다.
맺음말
성범죄 피해자의 신원을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는 가해자를 겨냥한 것이라 생각해도, 법적으로는 게시한 사람 자신이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별개의 범죄입니다. 실명을 쓰지 않았다는 사정, 선의로 올렸다는 사정, 가해자와 무관한 제3자라는 사정 모두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면 위법성을 없애지 못합니다. 반의사불벌죄라는 구조상 피해자와의 합의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전이라는 시한이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수원지검이나 인근 경찰서 관할에서 이런 유형의 사건이 수사되는 경우, 이니셜만 썼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조사 단계에서 특정정보 공개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게시물의 성격과 특정성 정도, 동의 여부를 초기에 정확히 짚어보는 것이 이후 대응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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