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근로자가 현장에서 다쳤다면 원청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
하청 근로자가 현장에서 다쳤다면 원청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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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근로자가 현장에서 다쳤다면 원청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 

강대현 변호사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근로자 상당수는 정작 자신과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만을 상대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위험을 관리하고 현장을 총괄하는 쪽은 원청인데, 계약서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원청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과 민법은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원청에게도 안전조치의무와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여러 통로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하청 근로자가 다쳤을 때 원청에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를 거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원청은 왜 책임이 없어 보일까 — 도급관계의 원칙과 예외

하청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하청업체이고, 원청과 그 근로자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많은 근로자와 유족이 하청업체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청업체의 배상자력이 부족하면 그대로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전체 공정을 계획하고 위험요인을 통제할 권한과 능력을 가진 쪽이 하청이 아니라 원청인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계약의 형식과 실제 위험관리의 주체가 어긋나는 이 지점에서, 법은 원청에게도 별도의 책임을 지우는 여러 법적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지는 책임은 하나의 조문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구성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판례가 인정하는 도급인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될 때의 사용자책임, 그리고 원청과 하청이 함께 사고 원인을 제공했을 때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대표적입니다. 어느 근거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사고가 일어난 구체적인 경위와 원청이 현장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에서 각 근거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 도급인이 지는 안전조치·보건조치 의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급인의 사업장'은 도급인이 직접 소유·관리하는 장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도급인이 작업 장소로 제공하거나 지정한 곳으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라면 포함되고, 법원도 이 범위를 물리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경우로 좁게 해석하지 않고 원청이 공사 전체를 총괄·조율할 능력과 의무가 있다면 전문 공정을 하도급 줬더라도 안전조치의무를 진다고 보는 추세입니다. 다만 보호구 착용 지시처럼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는 이 의무에서 제외됩니다.

이 조항은 형사처벌 규정이지만 민사 손해배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원청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그 자체로 형사책임의 근거가 될 뿐 아니라, 민사소송에서 원청의 과실을 인정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됩니다. 원청이 위험구역에 안전난간이나 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작업 전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았거나, 하청업체의 안전관리계획을 형식적으로만 검토하고 넘어갔다면 이런 사정 하나하나가 안전조치의무 위반의 증거가 됩니다. 실제로 법원은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형사 절차에서 확인된 위반사실이 민사 손해배상청구에서도 그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위험 장소에 대한 출입 통제, 안전난간·방호망 등 방호조치 설치

  • 작업 시작 전 위험성평가 실시 및 하청업체 안전관리계획 검토

  • 추락·낙하·감전 등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큰 작업에 대한 사전 협의체 운영

  • 하청업체 근로자를 포함한 통합 안전보건교육 실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상 도급인의 사업장은 도급인이 소유한 장소가 아니라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전문 공정을 하도급 줬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의 안전조치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

도급인의 안전배려의무 — 근로계약 없이도 책임지는 이유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과 별개로, 판례는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안전배려의무(보호의무)를 진다고 인정해 왔습니다.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은 노무도급의 경우에도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호의무는 근로계약이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입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원청이 그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작업 환경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관계에 있었다면 안전배려의무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다쳤다면, 근로자는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를 근거로도,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을 근거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구성 중 어느 쪽으로 주장하느냐에 따라 입증책임의 분배나 소멸시효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어, 사고 경위와 증거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실무상 유리합니다.

도급인의 안전배려의무는 근로계약의 존재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관계의 특수성에서 인정되는 신의칙상 의무이므로,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직접 계약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다.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 —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관건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이 사용자책임이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서 문제 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원청 소속 직원(현장소장·안전관리자 등)의 과실로 하청 근로자가 다친 경우입니다. 이때 원청은 그 직원의 사용자로서 직접 사용자책임을 지므로, 다친 근로자가 하청 소속이라는 사정은 청구에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복잡한 경우는 사고를 일으킨 쪽이 다른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이거나, 형식은 도급이지만 실질은 원청이 근로자의 업무 내용·방법·시간을 직접 결정하고 지휘·감독하는 관계일 때입니다. 판례는 이런 사안에서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를 기준으로 사용관계를 판단합니다. 원청이 현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면서 하청 근로자의 작업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해 온 정황이 인정되면, 형식상 도급계약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의 사용자책임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원청과 하청이 함께 책임지는 경우 — 공동불법행위와 연대책임

사고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원청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하청업체의 관리소홀이 겹쳐서 발생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민법 제760조가 정하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 조항의 내용으로, 반드시 공모하거나 서로 의사를 교환했을 필요는 없고 각자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하나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충분합니다.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원청과 하청업체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채무자가 되어, 피해 근로자는 둘 중 어느 한쪽에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어느 쪽이 얼마를 배상할지는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의 내부 구상 문제로 넘어갑니다. 이 구조는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사고를 일으킨 하청업체가 영세해 배상자력이 부족한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원청에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근로자로서는 실질적으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면 원청 청구는 막히나 — 손익상계와 대위

산업재해로 다친 근로자는 대부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휴업급여 등 산재보험급여를 받습니다. 그런데 산재보험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급여이지, 가해자인 원청이 지급하는 손해배상금이 아닙니다. 따라서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두 권리는 원칙적으로 별개입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보전받는 것은 막아야 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하면 그 범위에서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합니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대위의 범위를 제3자(원청 등)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한다고 밝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전액이 아니라 책임비율에 따른 부분만 대위 대상이 됨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휴업급여처럼 산재보험급여와 성질이 같은 손해 항목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지만, 산재보험이 보전하지 않는 위자료나 산재보험 상한을 넘는 일실수입 차액은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산재보험으로 받는 항목 —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공단 기준에 따른 정액·정률 지급)

  • 원청에 추가로 청구 가능한 항목 — 위자료, 산재보험 상한을 초과하는 일실수입 차액, 미보전 향후 치료비

  • 공제되는 항목 — 휴업급여 등 손해배상 항목과 성질이 같은 부분(이중배상 방지)

실제로 청구하려면 — 준비할 증거와 절차, 소멸시효

원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결국 원청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이나 실질적 지휘·감독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소송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성이 의무화된 위험성평가서·안전관리계획서, 사고 당시 현장 CCTV와 사진, 목격자 진술, 도급계약서상 지휘·감독 관련 조항, 작업지시가 오간 문자·메신저 기록, 고용노동부에 제출된 산업재해조사표, 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사고 직후일수록 CCTV 보관기간이 짧고 현장이 정리되어 증거가 사라지기 쉬우므로, 가능한 한 빨리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사상, 사안에 따라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사절차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 그 수사·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나 불기소이유서·판결문의 사실인정은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 절차이므로 형사에서 무혐의나 약식기소로 끝났다고 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형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에서 과실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손해배상청구권에도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치료와 산재 처리에 시간을 쓰다 보면 이 기간을 넘기기 쉬우므로, 산재 신청과 별개로 원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여부는 되도록 이른 시점에 검토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근로자 측에도 안전모 미착용이나 지정 통로 미준수 같은 과실이 있었다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원청이 애초에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책임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을 뿐인데 원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원청과 근로계약이 없어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이나 안전배려의무 위반, 실질적 지휘·감독관계에 따른 사용자책임 등 여러 법적 근거로 원청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 근거마다 요건이 다르므로 사고 경위에 맞는 근거를 찾아 주장해야 합니다.

Q. 하청업체가 이미 산재보험 처리를 해줬는데 원청에 추가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산재보험급여는 근로복지공단의 사회보험 급여이고 원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의 권리입니다. 다만 휴업급여 등 산재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 항목은 중복 지급을 막기 위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고, 위자료처럼 산재보험이 보전하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추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원청이 안전조치를 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원청이 형식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거나 안전수칙을 게시한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통제할 구체적 조치(방호망·안전난간 설치, 위험구역 출입 통제 등)를 취했는지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위반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이 됩니다.

Q. 원청 소속 직원의 실수로 다쳤다면 하청 근로자도 보호받나요?

A. 원청 소속 직원(현장소장·관리자 등)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원청은 그 직원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직접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하청 소속이라는 사정은 청구의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Q.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나요?

A.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사고 이후 치료나 산재 처리에 시간을 쓰다 보면 기간을 넘기기 쉬우므로 미리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근로자 본인의 부주의도 있었다면 배상액이 줄어드나요?

A. 네. 안전모 미착용, 지정 통로 미준수 등 근로자 측 과실이 인정되면 과실상계를 통해 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청이 애초에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근로자 과실과 별개로 원청 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맺음말

하청 근로자가 다쳤을 때 원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근로계약서에 원청의 이름이 있는지가 아니라,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다했는지, 실질적으로 현장을 지휘·감독했는지, 그리고 사고 원인에 원청의 관리소홀이 겹쳐 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른 안전조치의무, 판례가 인정하는 안전배려의무, 실질적 지휘·감독관계에 따른 사용자책임,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연대책임까지 여러 근거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에 대한 청구를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두 권리는 원칙적으로 별개이고, 산재보험이 보전하지 않는 위자료나 일실수입 차액은 얼마든지 추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멸시효와 증거 확보 시점이 관건이므로, 사고 직후 현장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입니다.

시흥 시화·정왕 등 공단 밀집지역처럼 하도급 구조의 산업현장이 많은 곳에서는, 산재 처리와 별개로 원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고가 특히 자주 발생합니다. 사고 경위와 증거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어떤 법적 근거로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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