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산 알약이 가짜였다면 — 매수미수와 불능미수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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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산 알약이 가짜였다면 — 매수미수와 불능미수 법리 

김강희 변호사


클럽에서 산 알약이 가짜였다면 — 매수미수와 불능미수 법리


사건 개요


클럽이나 페스티벌 같은 자리에서 즉석으로 알약을 사고파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엑스터시다", "정품이다"라는 말만 믿고 현금을 건네고 알약 몇 알을 받아 오는 식입니다. 문제는 그 알약이 실제로는 마약 성분이 전혀 없는 가짜였던 경우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마약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수사기관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매수미수 혐의로 입건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마약이 아니었는데 무슨 마약을 샀다는 거냐"는 것이 첫 반응입니다. 실제로 몸에 들어간 것도, 시중에 유통된 마약도 없는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형사법은 이 문제를 "가짜였으니 무죄"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지 않습니다. 판단은 형법 제27조가 정한 불능범과 불능미수의 구별로 넘어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상이 가짜였다는 사정만으로 자동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같은 사안에서도 결과가 크게 갈리는데, 그 차이는 거래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본 '위험성'의 유무와, 대금 지급이 실제 거래에 얼마나 근접·밀착해 있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다투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 행위가 형법 제27조가 정한 불능범(처벌 안 됨)인지 불능미수(처벌하되 감경·면제 가능)인지입니다. 둘째, 그 구별 기준이 되는 '위험성'을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입니다. 셋째, 대금을 건넨 시점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의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는 단계였는지입니다. 넷째, 매수(매매)죄에 실제로 미수범 처벌규정이 존재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어, 앞 단계 판단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뒤의 다툼 여지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실제 승부는 "가짜였다"는 한마디가 아니라, 거래 당시 정황과 대금 지급의 구체적 형태를 얼마나 촘촘하게 재구성하느냐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불능범과 불능미수를 가르는 '위험성' 판단부터 정확히 짚기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은 이 사안이 형법 제27조의 불능범인지 불능미수인지입니다. 이 구별에 따라 무죄와 유죄(감경 가능)가 갈리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위험성 판단의 기초를 세웁니다.

1) 위험성 판단의 법적 기준을 먼저 확정합니다.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판례는 이 위험성을 행위자가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를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도4049 판결). 실제로 필로폰 제조를 시도했으나 약품 배합 미숙으로 완제품을 만들지 못한 사안에서도, 법원은 그 성질상 결과발생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아 무죄가 아닌 불능미수로 처단했습니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5도206 판결). 이 판례 흐름에 비추면, 클럽에서 실제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정황 속에 은밀하게 대금을 주고받았다면 위험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먼저 냉정하게 짚어야 합니다.

2) 거래 정황을 재구성해 위험성의 근거를 좁힙니다.

위험성 판단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이 출발점이므로, 당사자가 그 자리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근거로 진짜라고 믿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는지, 포장이나 각인이 실제 유통되는 정품과 흡사했는지, 거래된 가격대가 실제 시세와 맞았는지를 하나하나 대조합니다. 반대로 그 알약이 애초에 시중 카페인정처럼 일반적으로 마약과 무관하게 유통되는 물건이었고 거래 정황도 마약 거래로 보기 어려운 우발적 상황이었다면, 위험성 자체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3) 감정 결과와 성분 자료를 객관적 증거로 확보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성분 감정서는 대상이 실제 마약류가 아니었다는 사실, 즉 '대상의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이 자체로 무죄가 되지는 않지만, 위험성 판단의 전제 사실을 명확히 하고, 이후 형의 감경·면제를 다툴 때도 빠짐없이 갖춰야 할 기초 자료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실행의 착수 시점과 형 감경·면제 재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험성이 인정되어 불능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실행의 착수 여부와 재판부의 재량적 감경·면제 사유를 함께 짚습니다.

1) 실행의 착수가 실제로 인정되는 단계였는지부터 다시 짚습니다.

판례는 필로폰을 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대금 명목의 돈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로 보지 않고, 상대방이 마약류를 소지·입수한 상태이거나 그것이 가능한 등 거래에 근접·밀착한 상태에서 대금을 주고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392 판결). 클럽에서처럼 그 자리에서 돈을 내고 물건을 바로 건네받았다면 이 기준상 착수는 인정되기 쉽지만, 단지 소개를 받아 돈만 미리 보내고 물건은 나중에 받기로 한 단계였다면 착수 자체를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다만 착수가 부정되더라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0조 제4항은 매매를 목적으로 한 예비·음모 자체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므로, 착수 부정이 곧 무혐의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합니다.

2) 죄명별로 미수범 처벌규정이 실제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형법 제29조는 "미수범을 처벌할 죄는 각칙의 해당 죄에서 정한다"고 하여, 미수범 처벌은 명문 규정이 있는 죄에서만 문제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합성대마 '사용'죄에는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어 불능미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도11062 판결). 다만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매수 포함)죄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0조 제1항 제2호에 이어 같은 조 제3항이 미수범 처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논거로 처벌 자체를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이 점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되, 다른 부수 혐의가 함께 걸려 있다면 그 죄명마다 미수범 처벌규정의 존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거칩니다.

3)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형법 제27조 단서의 재량적 감경·면제를 최대한 이끌어냅니다.

형법 제27조 단서는 불능미수에 대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해 재판부에 재량을 부여합니다. 실제로 몸에 흡수된 마약 성분이 전혀 없었다는 감정 결과, 가짜임을 인지한 즉시 추가 거래를 시도하지 않은 정황, 초범이라는 사정 등을 정상참작 자료로 빠짐없이 정리해 제출하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의 감경이나 면제로 결과를 최대한 낮출 수 있습니다.


결론


"가짜였으니 마약을 산 게 아니다"라는 항변은 감정적으로는 당연하지만, 그 자체로 사건을 끝내지 못합니다. 이 사안의 실제 승부는 거래 당시 정황이 형법이 말하는 '위험성'에 해당하는지, 대금 지급이 실행의 착수로 볼 만큼 거래에 밀착해 있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입건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감정 결과와 거래 정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폭을 좌우합니다. 매수미수로 입건된 상황이라면, 불능범·불능미수의 구별과 실행의 착수 여부를 함께 짚어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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