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알킬 니트라이트) 소지 적발 — 지정 시점부터 다투십시오
사건 개요
온라인 해외 직구·구매대행 사이트에서 '러쉬(Rush)'라는 이름의 액체를 구매하는 사례가 꾸준합니다. 문제는 판매처가 이를 '가죽 클리너', '방향제', '룸 프레셔너' 등으로 표기해 파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관세청 단속 자료에도 러쉬·정글 주스 등이 가죽 관리용품으로 위장돼 반입되는 수법이 적시돼 있을 정도입니다. 구매자 본인은 최음·흥분 효과가 있는 기호품 정도로 여기고 별생각 없이 주문했다가, 세관 통관 단계나 택배 배송 이후 자택 압수수색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입건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이게 왜 마약이냐"고 되묻습니다. 러쉬의 유효성분인 알킬 니트라이트는 애초부터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던 물질이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마약류관리법 제5조의2에 따라 별도로 '임시마약류'로 지정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정식 입법이 아니라 고시 하나로 규제가 시작되고 갱신되는 구조이다 보니, 언제부터 어떤 수준으로 규제됐는지가 사건마다 실제로 다툴 여지를 만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알킬 니트라이트 소지 사건에서 유무죄와 형량을 가르는 것은 '소지했다·안 했다'가 아니라 그 소지가 임시마약류 지정의 효력이 미치는 시점 안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지정 자체가 절차적 흠 없이 이뤄졌는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알킬 니트라이트가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정확한 시점과 그 지정이 공백 없이 이어져 왔는지입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 12월 최초 지정 이후 여러 차례 재지정을 거쳐 왔습니다). 둘째, 당사자의 소지가 정확히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났는지 — 결제일·통관일·수령일·처분일 중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입니다. 마약류 소지죄는 물건을 획득한 시점부터 처분할 때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계속범이어서, 지정의 효력이 발생한 시점에 소지 상태가 실제로 남아 있었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셋째, 애초의 지정 고시가 모법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이뤄졌는지입니다 — 실제로 법원이 지정 범위상 하자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그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선례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층위의 다툼이라 순서를 나눠 접근해야 합니다. 소지의 시점을 재구성하는 작업과 지정 고시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작업은 필요한 증거도, 논거의 성격도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소지의 개시·종료 시점을 지정 효력발생일과 정밀 대조하기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당사자가 실제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그 물건을 갖고 있었는가입니다. 수사기관은 통상 압수 시점 하나만을 기준으로 소지를 의율하지만, 소지죄는 계속범이므로 시작과 끝을 모두 특정해야 방어의 여지가 보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소지 개시 시점을 결제·통관·수령 기록으로 분리해 재구성합니다.
해외 사이트 결제일과 실제 물품 수령일 사이에는 통상 수 주에서 수개월의 간격이 있습니다. 카드 승인 문자, 해외 사이트 주문 내역, 배송대행지 입고 확인서, 통관 진행 내역, 택배 수령 서명 등을 시계열로 정리해, 소지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시점을 명확히 특정합니다.
2) 소지가 지정 효력발생일 이전에 이미 종료됐다면 그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입증합니다.
대법원은 마약류 소지죄를 획득 시점부터 처분 시점까지 이어지는 계속범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0. 7. 27. 선고 90도543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539 판결 취지). 따라서 임시마약류 지정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다 사용했거나 폐기·양도해 손을 뗐다는 사실을 문자메시지, 지인 진술, 폐기 정황 등으로 뒷받침하면, 지정의 효력이 미치는 기간 동안에는 애초에 처벌 대상이 될 소지 상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정 이후까지 소지가 이어졌다면 이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검토해, 무리한 주장으로 사건 전체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합니다.
3) 어느 지정 공고가 이 사안에 적용되는지부터 확정합니다.
알킬 니트라이트는 2013년 12월 최초 지정 이후 몇 차례 재지정을 거치며 효력기간과 세부 요건(학술연구·산업용 예외 등)이 바뀌어 왔습니다. 재지정 사이에 공백이 있었는지, 소지 시점이 어느 버전의 고시가 적용되는 구간에 속하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뒤에 이어지는 모든 주장이 의미를 갖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지정 고시 자체의 효력(적법성)을 다투기
소지 시점을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지정 고시 그 자체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로 방향을 돌립니다. 실제로 알킬 니트라이트에 대해서는 지정의 하자를 이유로 무죄가 확정된 선례가 있습니다.
1) 지정 등급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 검토합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알킬 니트라이트를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 (가)목의 향정신성의약품, 즉 가장 위해성이 큰 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지정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제2013-271호)에 대해, 이 물질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의존성을 일으킨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남용 우려나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가)목 수준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지정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하고 해당 공소사실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4. 7. 선고 2014노1971 판결). 이 판단은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5도5608 판결).
2) 사안에 적용된 지정이 어느 등급·어느 버전인지 특정합니다.
위 판결 이후 알킬 니트라이트에 대한 재지정에서는 규제 근거가 다소 정비됐지만, 개별 사건에 실제로 적용된 공고의 등급·근거·시행 시기는 매번 새로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도 알킬 니트라이트는 임시마약류로 지정돼 있고 단순 소지만으로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수준으로 다뤄지고 있어(마약류관리법 제60조 참조), 등급 자체를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 소지 시점에 적용된 근거 고시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확정해야 합니다.
3) 위임입법의 절차적 요건이 지켜졌는지도 함께 살핍니다.
지정은 행정규칙인 공고의 형식을 취하지만 형벌의 구성요건을 실질적으로 완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만큼 그 근거와 절차, 위임의 범위에 흠이 있는지는 앞선 판례가 있다는 이유로 넘길 것이 아니라 매 사건 새로 검토할 가치가 있는 지점입니다.
결론
러쉬(알킬 니트라이트)는 겉보기에 방향제·클리너처럼 유통되지만, 마약류관리법상으로는 임시마약류 지정을 통해 규제되는 물질입니다. 이 지정 제도는 정식 입법이 아니라 고시 하나로 규제가 시작·연장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부터'와 '어떻게 지정됐는지'라는 두 축을 함께 다툴 여지가 다른 마약류 사건보다 넓습니다.
소지의 개시·종료 시점을 정밀하게 재구성하는 일과 지정 고시 자체의 적법성을 따지는 일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지만, 결과는 이 두 작업을 얼마나 꼼꼼히 해냈는가에서 갈립니다. 러쉬 소지로 수사나 조사를 받고 계시다면, 구매·수령 기록부터 다시 정리하고 이 사안에 적용된 지정 고시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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