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학생 부모에게 치료비 청구 — 감독의무자 책임
사건 개요
자녀가 학교에서 또래 학생에게 맞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는 상황은 부모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려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나 접촉금지, 심하면 전학 조치가 내려지기도 하지만, 그 절차는 어디까지나 학교 안에서의 조치일 뿐입니다. 병원비, 통원 치료비, 심리 상담 비용은 그대로 피해 학생 가정의 부담으로 남고, 가해학생이나 그 부모가 먼저 나서서 배상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이런 상담을 청해 오는 부모님들은 대개 "학폭위에서 조치가 끝났으니 이제 됐다"는 학교 측 설명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학폭위 조치와 손해배상은 완전히 다른 절차입니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적·행정적 조치를 정하는 자리이고, 치료비와 위자료를 받아내려면 이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청구의 상대방을 가해학생 본인으로 할지, 그 부모로 할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학생의 나이와 판단능력에 따라 법적 근거 자체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해학생의 부모에게도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이 민법 제755조를 통한 것인지, 민법 제750조를 통한 것인지에 따라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이 구도를 처음부터 정확히 잡지 못하면, 정작 배상받아야 할 부모에게 청구조차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 민법은 나이를 못박아 두지 않았고, 개별 사안마다 판단하되 통상 중학생 정도(13~14세)부터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둘째, 책임능력이 없다면 부모의 감독의무 해태가 있었는지, 있다면 그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입니다. 셋째, 학폭위 조치 결과나 담임교사 상담 기록처럼 감독의무 위반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이 있는지입니다. 넷째, 치료비·위자료로 인정받을 손해액을 어떤 자료로 증명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 중에서도 첫째 쟁점, 즉 가해학생의 책임능력 유무가 사실상 전체 청구 구도를 결정합니다. 책임능력이 없는 어린 학생이라면 부모를 상대로 한 청구가 법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되고, 책임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부모의 책임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더 무거운 과제가 남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가해학생의 책임능력에 맞추어 청구 구도를 설계하기
가해학생 부모를 상대로 한 청구는 그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법조문과 입증책임 구도를 탑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사건을 접수하면 가장 먼저 이 구도부터 확정합니다.
1)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없다면, 민법 제755조로 곧바로 부모 책임을 묻습니다.
초등학생처럼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 책임을 스스로 인식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학생 본인은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민법 제753조). 대신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자, 즉 부모가 민법 제755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이 조문의 실무상 가장 큰 장점은 입증책임이 뒤집혀 있다는 점입니다. 피해 측이 부모의 잘못을 증명할 필요 없이, 오히려 부모 쪽에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면책됩니다. 자녀가 평소 폭력 성향을 보인 적이 없고 가정에서 충분히 지도해 왔다는 정도의 일반적 주장만으로는 이 면책 입증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경향이므로, 가해학생 측 부모가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도입니다.
2)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다면,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합니다.
중학생 이상으로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1차 책임은 가해학생 본인에게 있습니다(민법 제750조). 그렇다고 부모가 곧바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라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감독의무자 역시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37690 판결,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4. 8. 23. 선고 93다60588 판결). 다만 이 경우에는 755조와 달리 감독의무 위반 사실과 상당인과관계를 청구하는 쪽이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해학생이 학폭위에서 이미 여러 차례 조치를 받았는데도 부모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 자녀의 폭력 성향을 학교로부터 통보받고도 방치했다는 사정처럼,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감독 해태의 정황을 수집하는 데 집중합니다.
3) 학폭위 조치 이력을 감독의무 위반의 증거로 전환합니다.
학폭위 조치 자체는 민사배상과 별개이지만, 그 조치결정문과 처분 이력은 감독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자료로 그대로 활용됩니다. 특히 이번이 해당 가해학생의 첫 사안이 아니라 이전에도 학폭위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다면, 부모가 그 조치 이후에도 실질적인 지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조치결정문, 회의록, 서면사과문, 담임교사와의 상담 기록을 확보해 두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치료비와 위자료를 증거로 뒷받침해 온전히 받아 내기
부모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어도,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청구는 절반의 승리에 그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치료비는 이미 지출한 금액과 향후 치료비를 함께 청구합니다.
병원 진단서, 통원확인서, 약제비 영수증처럼 이미 지출한 치료비 자료는 물론, 골절이나 흉터, 정신과 치료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향후치료비도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함께 청구합니다. 학교폭력은 신체적 상해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심리적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심리 상담 비용도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치료비에 포함해 청구합니다.
2) 위자료는 폭력의 강도와 지속성을 보여 주는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위자료는 정해진 산정 공식이 없고,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학폭위 조치결정문,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은 기재 사항, 피해 경위를 정리한 사건경위서, 상담 및 진료 기록을 통해 폭력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지속적이었다는 점, 가해학생 측의 사과나 반성 태도가 있었는지를 함께 정리해 제출합니다. 같은 정도의 상해라도 이런 정황 자료의 유무에 따라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가 달라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3) 소멸시효를 계산해 청구 시점을 관리합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766조). 학폭위 절차나 가해학생 측과의 합의 협상에 시간을 쓰다가 이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실제로 있으므로, 사건 초기부터 소멸시효 기산점을 계산해 두고, 협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 소 제기나 내용증명을 통한 시효 중단 조치를 선제적으로 검토합니다.
결론
학폭위 조치가 끝났다고 해서 자녀가 입은 피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비와 위자료는 그것대로 별개의 절차를 통해 청구해야 하고, 그 청구가 가해학생 본인을 향할지 부모를 향할지는 가해학생의 책임능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에서 갈립니다.
가해학생이 어릴수록 부모를 상대로 한 청구는 법적으로 더 유리한 구도에서 출발하고, 가해학생의 나이가 있을수록 감독의무 위반의 정황을 얼마나 촘촘히 갖추었는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 구도에 해당하는지, 무엇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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