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에 서명만 있고 도장이 없다면 — 날인 요건 다툼
유언장에 서명만 있고 도장이 없다면 — 날인 요건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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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에 서명만 있고 도장이 없다면 — 날인 요건 다툼 

김강희 변호사


유언장에 서명만 있고 도장이 없다면 — 날인 요건 다툼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 손으로 쓴 유언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날짜와 재산 분배 내용이 또박또박 적혀 있고, 맨 아래에는 본인 이름을 눌러쓴 서명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도장 찍힌 자리가 비어 있거나, 지장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요즘은 도장을 거의 쓰지 않고 서명으로 문서를 마무리하는 습관이 자리 잡다 보니, 유언장을 쓰면서도 마지막에 도장 찍는 절차를 그냥 빠뜨리는 것입니다.

이런 유언장을 두고 상속인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집니다. 유언 내용대로 재산을 더 받게 되는 쪽은 "본인이 직접 쓰고 서명까지 한 것이 명백하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쪽은 "도장이 없으니 법적으로 유언장이 아니다"라며 맞섭니다. 실제로 상담을 해 보면 두 쪽 다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필로 쓴 유언장이라도 날인이 없으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다만 '날인'의 범위가 도장에 한정되지 않고, 유언장이 여러 장이나 봉투로 이루어진 경우 날인의 위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세부적으로 다툴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서명만 있고 도장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할 것이 아니라, 날인 요건을 어떻게 다시 살펴야 하는지, 그리고 무효로 확정될 경우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를 함께 짚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 유언장이 민법 제1066조 제1항이 정한 자필증서 유언의 다섯 가지 요건—전문·연월일·주소·성명의 자서, 그리고 날인—을 모두 갖추었는지입니다. 둘째, '날인'의 개념이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즉 인감도장이 아니어도 되는지, 무인(拇印, 지장)만으로도 날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날인이 끝내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 유언장은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무효가 되는지, 그리고 그 이후 상속재산은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입니다.

세 가지 쟁점은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날인 요건의 범위를 넓게 볼 여지가 남아 있는 한 그 지점을 먼저 다투어야 하고, 그래도 날인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무효를 전제로 한 다음 절차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고 곧바로 "무효다, 아니다"만 다투면 정작 살릴 수 있는 지점을 놓치게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날인의 존부와 형태를 정밀하게 다시 확인하기


서명란 옆에 도장 자국이 안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날인이 없다"로 단정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유언장 실물을 처음부터 다시 살핍니다.

1) 인영이 흐리거나 눌린 자국만 남은 경우 감정을 의뢰합니다.

오래 보관된 유언장은 인주가 마르거나 종이에 스며들어 육안으로는 도장이 찍혔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문서 감정을 통해 압흔(눌린 자국)이나 미세한 인영 흔적을 확인합니다. 실제로 찍혔던 도장이 시간이 지나며 흐려진 것이라면, 날인 자체는 존재했던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지장(무인)이 찍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대법원은 날인이 반드시 인감도장이나 인장일 필요는 없고, 무인(拇印), 즉 손가락 지장으로도 날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서명 옆에 흐릿한 지문 자국이 남아 있다면, 이를 도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할 것이 아니라 지장으로서 날인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3) 유언장이 여러 장이나 봉투로 구성된 경우 문서의 일체성을 확인합니다.

유언 내용을 적은 종이와 도장을 찍은 종이(또는 봉투)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례는 유언 본문과 별지·봉투가 전체적으로 하나의 문서로 인정될 수 있다면, 주소나 날인이 반드시 본문과 같은 면에 있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봉투나 다른 종이에 날인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유언 본문과 하나의 문서로 묶여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무효가 확정될 경우 다음 절차로 전환하기


날인을 다시 확인해도 끝내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 유언장은 자필증서 유언으로서 효력을 잃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상속인이 놓인 상황에 맞추어 다음 절차를 준비합니다.

1) 다른 방식의 유효한 유언이 남아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고인이 자필증서 외에 공정증서·비밀증서 등 다른 방식으로 유언을 남긴 적이 있는지, 공증인이나 금융기관·병원 등에 기록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다른 유효한 유언이 있다면 이 유언장의 날인 흠결과 무관하게 그 유언이 우선 적용됩니다.

2) 없다면 법정상속분과 유류분을 기준으로 절차를 재설계합니다.

다른 유효한 유언이 없다면 이 유언장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취급되어, 상속재산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뉘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언 내용대로 이미 재산을 넘겨받았거나 넘겨받기로 한 상속인이 있다면, 나머지 상속인은 법정상속분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특정 상속인에게 생전 증여나 유증이 과도하게 쏠려 자신의 유류분(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마저 침해된 경우라면 유류분반환청구를 별도로 검토합니다.

3) 무효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협의분할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날인 흠결로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상속인 전원이 고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합의한다면 그 내용을 협의분할 방식으로 사실상 반영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전원의 자발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소송으로 무효를 다투는 절차와 협의를 시도하는 절차 중 어느 쪽에 먼저 무게를 둘지는 상속인들의 관계와 각자의 입장을 함께 살펴 정해야 합니다.


결론


자필로 쓰고 서명까지 한 유언장이라도, 도장이나 지장이 빠져 있다면 법적으로는 완성된 유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유언자의 진심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위조·변조를 막고 유언이 신중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형식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장이 안 보인다고 곧바로 포기하거나, 반대로 서명이 있으니 당연히 유효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날인의 존부와 형태를 먼저 정밀하게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속재산분할이나 유류분 절차로 넘어갈 준비를 함께 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손에 든 유언장에 도장이 빠져 있어 고민이시라면, 날인 요건을 다시 짚어보고 이후 절차의 방향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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