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이 함께 가담한 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유독 한 사람만 전액 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사처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받으려고 서둘러 합의부터 끝냈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먼저 나서서 피해자를 달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함께 가담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형사처벌만 받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 혼자 돈을 낸 쪽에서는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민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내부적인 정산 방법, 즉 구상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동폭행 배상금을 혼자 부담했을 때 나머지 가담자에게 얼마를, 어떤 절차로 청구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동폭행, 배상책임은 왜 가해자 전원에게 함께 지워질까
2명 이상이 함께 폭행을 저지르면 형법 제260조의 단순폭행죄뿐 아니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이 적용되어 형법 각 조항이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형사처벌이 가중되는 것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가담자 각자가 따로따로 지는 것이 아니라 전원이 함께 지게 됩니다. 민법 제760조는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고, 판례는 이 책임을 일반적인 연대채무가 아니라 부진정연대채무로 봅니다.
부진정연대채무의 핵심은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 각자에게 손해액을 나눠 청구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가해자가 세 명이든 다섯 명이든, 피해자는 그중 자력이 있는 한 사람을 골라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전액을 지급하면 나머지 가해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의무도 함께 소멸합니다. 실제 폭행 사건에서 합의가 유독 한 사람 명의로, 한 사람 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피해자로서는 굳이 가담자 전원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걸거나 합의를 진행할 이유가 없고, 형사처벌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은 가담자 한 명이 전액을 감당하는 쪽이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공동불법행위자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진정연대채무를 지므로, 그중 한 사람이 전액을 배상하면 나머지 전원의 배상의무도 함께 소멸한다.
혼자 배상금을 물어줬다면 — 구상권이 발생하는 순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상의무가 소멸했더라도, 가담자들 사이의 내부관계는 별개로 남습니다. 판례는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에는 각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일정한 부담부분이 있고, 어느 한 사람이 자기 부담부분을 초과해서 변제함으로써 나머지 가담자들까지 함께 채무를 벗어나게(공동면책) 했다면, 그 초과분에 대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부담부분의 비율만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법리를 확립한 것이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5다7085 판결입니다.
공동폭행 사건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세 명이 함께 한 명을 폭행해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쳐 900만원을 배상하기로 하고, 그중 한 사람이 합의금 900만원 전액을 혼자 지급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사람의 내부적인 부담부분이 900만원 전액이 아니라 가담 정도에 따라 300만원 정도로 평가된다면, 나머지 600만원은 다른 두 사람에게 그들의 부담부분만큼 구상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합니다. 구상권이 성립하려면 ①공동불법행위 관계가 인정되고 ②자기 부담부분을 넘는 금액을 실제로 지급해 ③다른 가담자들까지 채무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세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구상금은 얼마씩 — 가담 정도가 부담부분을 정한다
구상금 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담부분을 어떻게 나누느냐입니다. 판례는 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과실 정도, 즉 그 폭행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에 따라 정합니다. 공동폭행 사건에서 과실 정도를 가르는 요소로는 실제로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 누가 주먹이나 발을 직접 사용했는지, 가담 시간과 폭행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흉기나 도구를 사용했는지, 피해 결과에 각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단순히 그 자리에 함께 있었거나 말리다가 몸싸움에 휘말린 정도로 가담한 사람과,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폭행을 이끈 사람의 부담부분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형사사건에서 검찰·법원이 가담 정도를 나눠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사상 구상관계에서도 실질적인 기여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다만 이 비율은 법으로 정해진 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가해 경위, 목격자 진술, 상해진단서상 부위별 소견, 수사기록상 진술 등)를 근거로 산정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앞서 든 예시를 조금 더 구체화하면, 세 사람의 부담부분이 소송이나 협의 과정에서 각각 40%·30%·30%로 평가됐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900만원을 전액 지급한 사람의 부담부분이 40%(360만원)라면, 그가 실제로 낸 900만원 중 자기 몫 360만원을 뺀 540만원이 구상 대상이 되고, 이는 나머지 두 사람에게 각자의 부담부분 비율인 30% : 30%, 즉 1:1로 나뉘어 각 270만원씩 청구할 금액이 됩니다. 이처럼 구상금은 지급액을 인원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지급액 중 자기 몫을 제외한 나머지를 상대방들의 부담부분 비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계산됩니다.
가해 경위 — 누가 먼저 시비를 걸거나 폭행을 시작했는지
행위 태양 — 직접 가격했는지, 제지에 그쳤는지, 뒤에서 가담했는지
강도·시간 — 폭행이 지속된 시간과 강도, 흉기 사용 여부
피해 기여도 — 진단서·부검 소견상 각자의 행위가 상해 결과에 미친 비중
구상금은 인원수로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실제 폭행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구상의무자가 여럿이면 — 분할채무가 원칙, 예외도 있다
구상금을 갚아야 할 나머지 가담자가 여러 명일 때, 이들이 서로에게 어떤 관계로 책임을 지는지도 실무에서 자주 다투는 지점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구상의무자가 여럿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자의 부담부분에 따른 분할채무로 본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즉 전액을 배상한 사람이 나머지 두 명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더라도, 두 사람이 연대해서 전액을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부담부분만큼만 나눠서 갚으면 되는 것이 기본 형태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2다15917 판결은 구상권을 행사하는 사람 쪽에 내부적인 과실, 즉 부담부분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나머지 구상의무자들 사이의 관계는 분할채무가 아니라 부진정연대관계로 본다고 판시했습니다. 예컨대 실질적으로 폭행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는데도 명의상 공동피고인이 되어 합의금만 대신 낸 경우처럼, 구상권자 본인의 부담부분이 0으로 평가되는 특수한 사안에서는 이 예외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사안이 원칙(분할채무)과 예외(부진정연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가담 정도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구상권 청구,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치나
구상권을 행사하는 절차 자체는 일반적인 금전청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나머지 가담자들에게 지급한 배상금 내역과 각자의 부담부분에 따른 청구 금액을 정리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의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 통상적인 첫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금액이나 부담부분 산정에 이의 없이 응하면 별도 소송 없이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준비입니다. 피해자에게 실제로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자료(계좌이체 내역, 합의서, 영수증), 그리고 나머지 가담자들의 가담 정도를 뒷받침할 자료(형사사건 수사기록·공소장·판결문, 목격자 진술, 상해진단서)를 함께 제출해야 자신의 지급 사실과 상대방의 부담부분을 모두 입증할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이 이미 종결되어 판결문이나 불송치·불기소 결정문이 있다면, 그 안에 기재된 가담 경위와 처벌 수위 판단 근거가 구상 비율을 다투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소송 도중에도 부담부분에 대한 다툼이 좁혀지면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고, 끝까지 다투면 판결로 부담부분 비율과 구상금액이 확정됩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상대방이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급여·예금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로 넘어가게 되므로, 청구 단계부터 상대방의 재산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해 두는 편이 실제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배상금 실제 지급 자료 — 계좌이체 내역, 합의서, 영수증
가담 정도 입증 자료 — 형사사건 수사기록, 공소장, 판결문, 목격자 진술
내용증명 발송 — 임의 지급 요구 및 협의 시도의 선행 단계
협의 불발 시 구상금 청구소송 — 지급 사실과 상대방 부담부분을 함께 입증
구상권도 소멸시효가 있다 — 배상금을 낸 날부터 진행된다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시기를 무한정 미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상권은 원래의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로 발생하는 새로운 권리이기 때문에,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민법 제766조의 단기소멸시효(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판례는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일반채권과 같은 10년으로 보고, 그 기산점은 구상권자가 현실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날, 즉 변제일로 잡습니다.
합의금을 지급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구상금 청구권 자체가 시효로 소멸할 수 있으므로, 언젠가 청구하면 되겠지 하고 미뤄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형사사건 진행 중이나 직후에는 상대방과의 관계, 남은 형사 절차(항소·재항고 등) 때문에 구상 청구를 미루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한데, 시효가 10년으로 비교적 긴 편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가담자의 주소나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점에 청구권을 행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형사처벌을 함께 받았다고 구상까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폭행으로 함께 기소되거나 처벌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구상금을 자동으로 지급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가담자 각자의 죄책을 개별적으로 심리해 형을 정하는 절차이고, 그 결과 나머지 가담자가 실형이나 벌금형을 받았다 해도 그것이 곧 민사상 구상금 지급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형사처벌과 민사상 구상은 완전히 별개의 절차이므로, 배상금을 혼자 낸 사람이 구상금을 받으려면 앞서 설명한 절차대로 별도로 청구해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형사사건에서 특정 가담자가 무혐의나 불송치로 처리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형사상 혐의 인정 여부와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는 증명책임의 수준과 판단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면한 가담자라도 민사소송에서는 실제 가담 사실과 부담부분이 인정되면 구상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형사 결과만 보고 구상 여부를 단정하지 말고, 실제 가담 정도에 대한 증거를 별도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금을 혼자 냈다면 나머지 가담자에게 당연히 나눠서 청구할 수 있나요?
A. 당연히 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내부적인 부담부분을 초과해서 지급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 나머지 가담자들도 함께 채무를 벗어났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구상권이 성립합니다. 부담부분 자체가 가담 정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급한 금액을 인원수대로 단순히 나눠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가담 정도, 즉 부담부분 비율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법으로 정해진 고정 비율은 없고, 가해 경위·직접 폭행 여부·강도와 시간·피해 결과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해 사안마다 다르게 산정됩니다. 형사사건 수사기록이나 판결문에 기재된 가담 경위가 부담부분을 다투는 핵심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형사 합의서만 있으면 구상금 청구가 가능한가요?
A. 합의서는 배상금이 실제로 지급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만으로 부담부분 비율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머지 가담자의 가담 정도를 보여주는 수사기록이나 목격자 진술 등을 함께 준비해야 구상 비율을 다투는 데 유리합니다.
Q. 나머지 가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갔다면 구상 청구가 불가능한가요?
A.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형사상 처벌 여부와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형사처벌을 면했더라도 실제 가담 사실과 부담부분이 증명되면 구상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Q.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판례는 구상권의 소멸시효를 일반채권과 같이 10년으로 보고, 그 기산점을 실제로 배상금을 지급한 날로 잡습니다. 시효가 비교적 긴 편이지만 지급일로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 소재 파악 등이 어려워질 수 있어 미리 청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상대방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구상금을 받을 방법이 없나요?
A. 협의가 안 되더라도 구상금 청구소송을 통해 부담부분과 금액을 법원 판단으로 확정받을 수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임의 지급을 하지 않으면 예금이나 급여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가 실제 회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공동폭행 사건에서 배상금을 혼자 부담했다면, 그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끝낼 필요는 없습니다. 민법은 공동불법행위자들 사이의 내부적인 정산을 구상권이라는 형태로 인정하고 있고, 자기 부담부분을 넘겨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에 따라 나머지 가담자들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부담부분 산정과 그에 필요한 증거 준비가 관건인 만큼, 지급 자료와 가담 정도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실제 청구 단계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구상금 액수를 둘러싼 다툼은 감정적인 대립으로 번지기 쉽고, 소멸시효까지 고려하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혼자 배상금을 낸 뒤 나머지 가담자에게 구상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지급 자료와 사건 경위를 정리한 다음 구체적인 청구 방향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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