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뒤 검찰이나 경찰서로부터 디엔에이(DNA) 감식시료를 채취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형은 이미 정해졌는데 왜 다시 신체 일부를 채취해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다는 것인지, 이걸 거부할 방법은 없는지, 등록된 정보는 평생 남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채취는 형사절차의 연장이 아니라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디엔에이법)이 별도로 정한 독립된 처분이어서, 형사재판과는 다른 논리로 움직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성범죄가 채취 대상이 되는지, 통보를 받으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거부하면 결과가 달라지는지, 그리고 한 번 등록된 정보가 언제 어떤 경우에 삭제되는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디엔에이 채취 대상 성범죄 — 어떤 죄가 해당하나
디엔에이법은 재범 위험이 높다고 보는 일부 범죄군에 한해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해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중에서는 디엔에이법 제5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부터 제11조까지 및 제15조(제13조의 미수범은 제외)의 죄로 형의 선고, 「형법」 제59조의2에 따른 보호관찰명령, 「치료감호법」에 따른 치료감호선고, 또는 「소년법」 제32조 제1항 제9호·제10호의 보호처분결정을 받아 그 재판이 확정된 사람이 채취 대상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형의 선고"라는 표현입니다. 조문은 실형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따로 구분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교도소에 수감되는 실형을 받아야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상 조항에 해당하는 죄로 유죄가 확정되기만 하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채취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반대로 무죄나 기소유예, 공소기각으로 사건이 끝났다면 애초에 "형의 선고"가 없었으므로 채취 대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대상 근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부터 제11조까지 및 제15조(제13조 미수범 제외)의 죄.
확정 유형 — 형의 선고(실형·집행유예·벌금 불문), 보호관찰명령, 치료감호선고, 소년법상 보호처분결정.
제외 — 무죄·기소유예·공소기각 등으로 종결되어 애초에 형의 선고가 없었던 경우.
채취 통보는 어떻게 오나 — 동의채취와 영장채취
대상자가 되면 검찰이나 경찰서에서 출석을 요구하며 디엔에이감식시료 채취에 관한 안내문을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디엔에이법 제8조는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열어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검사가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으로 채취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채취대상자가 동의하는 경우 영장 없이 채취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동의채취를 하려면 채취 전에 대상자에게 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절차 요건이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통보서나 출석요구서에는 채취의 이유, 채취할 시료의 종류와 방법이 미리 적혀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출석해 서면동의서에 서명하고 그 자리에서 구강점막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과정이 신속하고 간단하다 보니 "그냥 서명하면 되는 절차"로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서명은 이후 평생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유전정보가 남는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이므로, 근거 조항과 대상 범죄 해당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된 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 통보가 오는 경우가 많고, 통보 시기가 형 집행 시작 전후 어느 쪽인지는 사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출석요구서에 적힌 근거 조항이 실제로 자신이 확정받은 죄명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정일자가 맞는지를 먼저 대조해 보는 것이 첫 확인 절차입니다. 근거 조항 자체가 잘못 기재되어 있거나 이미 채취 이력이 있는 사건인데 중복으로 통보가 온 경우처럼, 절차상 오류가 있는 사례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거부할 수 있나 —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의를 거부하는 것 자체는 법이 보장하는 선택지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디엔에이법 제8조는 동의채취 전에 거부할 수 있음을 반드시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는 거부권이 실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문제는 거부한 이후입니다. 대상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이 대상 범죄 해당 여부와 확정판결 존재 등 요건을 확인해 영장을 발부하면 그 영장에 의해 강제로 채취가 진행됩니다. 이때의 채취 절차에는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 관련 조항이 준용되어, 사실상 거부 의사만으로 채취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동의는 거부할 수 있지만 채취 자체를 최종적으로 막을 권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상 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이상 채취 요건 자체를 다투기는 어렵고, 실제로 다툴 여지가 있는 지점은 영장 발부 절차가 법이 정한 요건과 형식을 제대로 갖췄는지, 대상 범죄 해당성 판단에 오류가 없는지와 같은 절차적인 부분입니다. 이 지점에서 실질적인 방어가 이루어지는 절차가 다음 항목에서 설명할 불복 제도입니다.
동의는 거부할 수 있지만, 거부해도 검사의 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를 거치면 결국 강제채취로 이어질 수 있다 — 실질적인 다툼은 채취 여부가 아니라 절차의 적법성에서 이루어진다.
영장 발부에 불복하려면 — 제8조의2, 채취일로부터 7일
과거의 디엔에이법은 채취대상자가 영장 발부 과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도, 발부된 영장에 불복할 절차도 마련해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2016헌마344·2017헌마630(병합) 결정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채취대상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나 실효성 있는 구제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개정 시한을 정해 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이 개정되어, 검사의 영장 청구와 법원의 요건 심사 단계에서 대상자에게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었고, 디엔에이법 제8조의2가 신설되어 디엔에이감식시료가 채취된 대상자는 그 채취가 이루어진 날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채취에 관한 처분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절차는 유죄 판단 자체를 다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채취 대상 범죄에 해당하는지, 절차 요건을 갖췄는지와 같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것입니다. 법원이 처분 취소결정을 내려 그 결정이 확정되면, 이미 채취되어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정보도 함께 삭제됩니다. 다만 7일이라는 기간이 길지 않으므로, 처분에 다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채취 직후부터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실제 채취는 어떻게 이뤄지나
디엔에이법 제9조는 채취 방법에 관해 구강점막에서의 채취 등 대상자의 신체나 명예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면봉으로 입안 점막을 문질러 채취하는 방식이 표준적으로 쓰이며, 채혈처럼 침습적인 방법은 원칙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채취 전에는 채취 이유와 시료의 종류·방법을 대상자에게 미리 고지해야 하고, 채취된 시료는 감식을 거쳐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로 변환된 뒤 원래의 시료 자체는 감식이 끝나면 폐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채취된 정보는 검찰총장 또는 경찰청장이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별도로 수록되며, 이후 다른 사건의 범죄현장 증거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활용됩니다. 즉 이번에 채취한 정보가 이번 사건 재판에 다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별도 사건의 수사 자료로 축적된다는 점에서 형사재판의 증거 수집과는 목적과 성격이 다릅니다. 채취 장소도 검찰청·경찰서 조사실이 일반적이고, 이미 교정시설에 수용된 상태라면 수용기관 소속 공무원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채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형 집행 도중에도 별도 절차 없이 채취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디엔에이 정보, 언제 삭제되나 — 원칙은 사망 시까지 보관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전과가 실효되거나 사면을 받으면 디엔에이 정보도 함께 지워질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디엔에이법 제13조는 삭제 사유를 형 실효나 사면과 무관하게 별도로 한정해 정하고 있습니다. 삭제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뿐입니다. 첫째, 재심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의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된 경우로, 직권 또는 본인의 신청으로 삭제됩니다. 둘째, 앞서 본 제8조의2에 따른 채취 처분 취소결정이 확정된 경우입니다. 셋째, 수형인 등이 사망한 경우로, 직권 또는 친족의 신청으로 삭제됩니다.
헌법재판소도 2014. 8. 28. 2011헌마28 등(병합) 결정에서 이 삭제조항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법이 정한 세 가지 사유 외에는 정보가 자동으로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고, 그 결과 대상 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형기를 마치고 전과가 실효되더라도 사망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 상태를 원칙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재심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 판결(결정) 확정 — 직권 또는 본인 신청으로 삭제.
제8조의2에 따른 채취 처분 취소결정 확정 — 직권 또는 본인 신청으로 삭제.
사망 — 직권 또는 친족 신청으로 삭제.
형 실효·전과말소·사면은 위 삭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형이 실효되거나 사면을 받아도 자동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 법이 정한 세 가지 사유(재심 무죄 확정, 채취처분 취소 확정, 사망) 외에는 원칙적으로 계속 보관된다.
정보 유출·목적 외 이용에 대한 처벌
평생 보관에 가까운 구조이다 보니 관리 주체가 이 정보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디엔에이법 제17조 제3항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업무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수사기관의 범죄수사·범죄예방 목적으로만 이용이 제한되어 있고, 그 밖의 목적으로 조회하거나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별도의 범죄가 됩니다.
이 처벌 규정은 채취 대상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보가 평생 가까이 보관된다는 사실과 짝을 이루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의 이용 목적이 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은, 채취에 응하는 것이 곧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정보가 쓰인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보서를 받으면 반드시 출석해야 하나요?
A. 출석 자체를 강제하는 별도 규정보다는, 응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법원에 채취영장을 청구하는 절차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출석해 동의하든, 응하지 않아 영장 절차로 넘어가든 결국 대상 범죄 해당자라면 채취 자체는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통보서의 근거 조항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집행유예를 받았어도 채취 대상이 되나요?
A. 됩니다. 디엔에이법 제5조는 대상 범죄로 "형의 선고"를 받아 확정되면 채취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 벌금형인지를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준입니다.
Q. 이미 동의해서 채취가 끝났는데 나중에 취소할 수 있나요?
A. 동의를 사후에 철회한다고 이미 등록된 정보가 곧바로 삭제되지는 않습니다. 채취가 이루어진 날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제8조의2 절차를 통해 다퉈야 하고, 그 취소결정이 확정되어야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삭제됩니다.
Q. 전과가 말소되면 디엔에이 정보도 같이 지워지나요?
A. 아닙니다. 형 실효나 전과말소, 사면은 디엔에이법 제13조가 정한 삭제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심에서 무죄 등이 확정되거나, 채취 처분이 취소되거나, 본인이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면 정보는 원칙적으로 계속 보관됩니다.
Q. 채취를 거부하면 별도로 처벌받나요?
A. 거부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거부하더라도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으면 그 영장에 의해 강제로 채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거부가 채취 여부라는 결과를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Q. 등록된 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함부로 쓰일 위험은 없나요?
A. 디엔에이법은 이 정보를 업무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누설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정해 목적 외 이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용 목적은 범죄수사·범죄예방으로 법에 명시적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맺음말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뒤 받는 디엔에이 채취 통보는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절차이고, 동의를 거부하더라도 영장을 통한 강제채취로 이어질 수 있어 채취 자체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실질적으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대상 범죄 해당 여부나 절차 요건과 같은 적법성 부분이고, 이는 채취가 이루어진 날부터 7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법원에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합니다. 또한 전과가 실효되어도 정보가 자동으로 삭제되지 않는다는 점은 채취에 응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부분입니다.
수원지검이나 수원구치소 등 경기남부 지역의 수사·교정기관에서 이런 통보를 받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통보서의 근거 조항과 절차상 하자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통보를 받은 즉시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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