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조사를 받게 되면 많은 사람이 "일단 조사부터 받아보고, 결과가 안 좋으면 그때 변호사를 찾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는 송치 결정 또는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 한 번 갈림길을 지나가고, 이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이후 절차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변호인 의견서를 송치 전에 낼지 송치 후에 낼지는 단순한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사건이 형사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정리되느냐를 가르는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송치 전 의견서 제출이 왜 중요한지, 그 시점을 놓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절차와 법리 순서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송치, 형사절차의 갈림길 — 왜 시점이 중요한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사법경찰관)은 수사를 마치면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에 따라 두 갈래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합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넘기는 송치 결정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검사에게 넘기지 않고 사건을 자체적으로 정리하는 불송치 결정을 내립니다. 과거처럼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검찰로 넘어가던 구조가 아니라, 경찰 단계에서 사건의 운명이 사실상 한 번 갈리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이 갈림길이 성범죄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송치와 불송치가 단순한 서류 이동이 아니라 그 이후 검사가 사건을 보는 첫 시선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혐의 인정,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과 애초에 검사 앞에 가지도 않은 사건은, 같은 사실관계라도 이후 절차에서 놓인 위치가 다릅니다. 변호인 의견서를 이 갈림길 이전에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갈림길 이후에 내는 의견서보다 갈림길 자체의 방향을 바꾸는 의견서가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송치·불송치 결정은 검사가 사건을 처음 접하는 시선을 결정한다 — 의견서를 이 갈림길 전에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견서란 무엇인가 — 변호인이 제출할 수 있는 소명 자료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이 제출하는 의견서는 정해진 법정 서식이 있는 문서가 아니라, 사실관계·증거관계·법리 판단을 담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서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해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이 의견은 조서에 기재되어 변호인이 직접 확인·서명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신문 자리에서의 구두 의견 진술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나 조사가 끝난 뒤 송치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담당 수사관에게 별도의 서면 의견서를 제출해 사건을 보는 관점 자체를 정리해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의견서에는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부분, 객관적 증거(문자·메신저 대화, CCTV, 목격자 진술 등)와 고소 내용이 어긋나는 지점,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실관계, 적용 법조에 대한 이견 등을 담을 수 있습니다. 즉 의견서는 수사관이 사건을 송치할지 불송치할지 결정하는 바로 그 판단 자료 중 하나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수사관 입장에서는 고소인 진술과 확보된 증거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피의자 측이 구체적으로 반박한 지점을 검토한 뒤 결정을 내리는 편이 절차적으로도 안전합니다. 그래서 의견서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 즉 송치·불송치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불송치를 이끌어내는 법리 — 수사준칙상 불송치 사유
사법경찰관이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유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1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크게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증거불충분),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로 나뉘는데, 성범죄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는 지점은 대부분 혐의없음 항목입니다. 범죄인정안됨은 신고된 행위 자체가 처음부터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때, 증거불충분은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볼 때 각각 적용됩니다.
의견서가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예를 들어 고소인의 진술이 구체적인 상황 설명 없이 추상적이거나, 시간대별 정황(문자 발송 시각, 통화 기록, 위치 정보)이 고소 내용과 어긋나거나, 목격자 진술이 고소인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증거불충분"을 다투는 의견서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 오인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 사정이 있다면 고의나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를 다투는 논리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런 주장은 막연한 부인이 아니라 구체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수사관을 실제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 신고된 행위 자체가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 행위가 있었음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볼 때.
죄가안됨 — 위법성조각·책임조각 사유가 있다고 볼 때.
공소권없음 — 친고죄·반의사불벌죄에서 고소 취소, 공소시효 완성 등 소추 요건 자체가 갖춰지지 않았을 때.
송치 이후엔 왜 늦는가 — 이미 방향 잡힌 기록의 무게
송치가 이루어지면 사건 기록에는 경찰이 정리한 수사 결과와 함께 "기소 의견"이라는 표시가 붙어 검사에게 넘어갑니다. 검사도 물론 독자적으로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보완수사를 지시하거나 직접 조사할 수 있지만, 이미 한 차례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정한다고 판단해 넘긴 사건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후 판단의 출발점을 바꿔놓습니다. 검사 입장에서 "경찰이 혐의를 인정해 넘긴 사건을 왜 뒤집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불기소로 방향을 트는데, 이 근거를 송치 이후에 새로 만드는 것이 송치 전에 미리 반영해두는 것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듭니다.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다고 사건이 완전히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불송치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관계 서류·증거물을 검사에게 보내야 하고, 고소인 등에게도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합니다. 고소인은 이 통지를 받은 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건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즉 불송치가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최소한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이라는 첫 판단을 받아두는 것과, 처음부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가는 것은 그 이후 절차에서 방어해야 할 부담의 크기 자체가 다릅니다.
검사가 송치받은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보완수사를 경찰에 요구하거나 직접 보완조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미 "혐의 인정"이라는 결론이 붙은 기록을 전제로 한 재검토입니다. 반박할 지점이 있다면 그 지점을 검사가 스스로 찾아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변호인이 송치 전 단계에서 먼저 짚어 수사관의 최초 판단 자체에 반영시키는 편이 절차 전체를 단축시키고 결과의 예측 가능성도 높입니다. 조사가 끝난 뒤 송치·불송치 결정까지는 통상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므로, 그 사이가 의견서를 준비하고 제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창구입니다.
성범죄에서 유독 절박한 이유 —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다른 범죄와 달리 성범죄는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등록대상자가 되면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성명·주소·사진 등 신상정보를 관할 경찰관서에 제출해야 하고, 이후 일정 기간 변동사항을 계속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집니다. 특히 유의할 부분은, 통신매체이용음란·카메라등이용촬영 등 일부 조항으로 벌금형만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성범죄 조항은 벌금형만 받아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실형은커녕 집행유예조차 아닌 벌금형 확정만으로도 등록 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라면 부담이 한 겹 더 붙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유예·면제된 날부터 최대 10년까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하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업제한 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교사·학원강사·체육지도자처럼 관련기관 취업이 생계와 직결되는 직군이라면, 유죄 확정 하나로 경력 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벌금형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조차 신상등록·취업제한이라는 무거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기소로 가지 않도록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를 받아내는 것이 다른 범죄유형보다 훨씬 절실한 목표가 됩니다.
성범죄는 벌금형만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소 전 단계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다른 범죄보다 훨씬 중요하다.
의견서에 담아야 할 내용 — 사실관계·증거·법리
효과적인 의견서는 감정적 호소나 막연한 억울함 표명이 아니라, 수사관이 실제로 검토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와 논리로 구성됩니다. 우선 사실관계 부분에서는 고소인이 주장하는 시간·장소·경위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정황(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 내용, 통화 기록, 카드 결제·위치 정보, CCTV 등)을 대조해 어긋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증거 부분에서는 고소인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지, 이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제3의 자료가 있는지를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 특정 자료의 확보나 추가 조사(보완수사)를 요청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법리 부분에서는 적용된 죄명의 구성요건 중 어느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지, 또는 위법성·책임을 조각할 사정이 있는지를 조문과 연결해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강제추행이 문제 된 사건에서 신체 접촉의 경위나 상대방의 반응에 관한 구체적 정황이 강제성 요건과 배치된다면, 이를 사실관계와 법리를 엮어 제시하는 것이 막연히 "억울하다"고 쓰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의견서는 분량이 많다고 유리한 것이 아니라, 수사관이 실제 판단에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주장마다 근거자료를 함께 첨부하고, 요청하는 보완수사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담당 수사관이 실무적으로 검토하기 쉽습니다. 막연히 여러 정황을 나열하기보다, 쟁점별로 항목을 나누어 각 쟁점에 대응하는 증거를 짝지어 제시하는 방식이 실제 검토 과정에서 더 잘 반영되는 편입니다.
사실관계 대조 — 고소인 진술과 문자·통화·위치·CCTV 등 객관적 정황의 불일치 지점 정리.
증거관계 정리 — 고소인 진술 외 뒷받침 증거의 유무, 필요한 보완수사 요청 사항.
법리 검토 — 적용 죄명의 구성요건 중 다툴 요소, 위법성·책임조각 사유 유무.
제출 시점 — 조사 종료 후 송치·불송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 담당 수사관에게 직접 제출.
시점을 놓쳤다면 — 송치 후 대응과 이의신청의 한계
이미 송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 단계에서도 담당 검사에게 의견서를 제출해 불기소를 구할 수 있고, 검사는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다시 요구하거나 직접 조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단계의 의견서는 경찰이 이미 "기소 의견"으로 정리해 넘긴 기록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송치 전 의견서와는 놓인 위치 자체가 다릅니다. 검사가 별도로 시간을 들여 재검토할 유인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불송치 결정을 받아낸 경우에도 안심하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고소인이 통지를 받고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다시 검사에게 넘어가고,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불송치는 경찰 단계에서의 유리한 판단일 뿐, 사건을 영구히 종결시키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사에게 다시 넘어오더라도, 앞서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판단을 받아낸 기록과 그 근거가 된 의견서는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여전히 유리한 참고자료로 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송치 전 의견서 제출은 사건을 한 번에 끝내는 결정타라기보다, 이후 절차 전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첫 단추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견서는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서만 제출할 수 있나요?
A. 피의자 본인이 직접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도 형식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다만 어떤 사실관계와 법리를 어떤 순서로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의 검토를 거쳐 작성하는 경우가 실무적으로 훨씬 많습니다.
Q. 조사를 받기 전에도 의견서를 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조사가 진행되기 전에는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방어 논리를 구체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상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쟁점이 드러난 뒤, 송치·불송치 결정 전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Q. 불송치 결정을 받으면 완전히 끝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고소인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건은 다시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불송치는 경찰 단계의 판단일 뿐 사건을 영구히 종결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Q. 이미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는 의견서를 낼 수 없나요?
A. 낼 수 있습니다. 검찰 단계에서도 담당 검사에게 의견서를 제출해 불기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정리한 기록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송치 전 제출보다 설득의 난도가 높은 편입니다.
Q. 벌금형으로 끝나면 신상정보 등록은 피할 수 있나요?
A. 죄명에 따라 다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카메라등이용촬영 등 일부 조항은 벌금형만 선고받은 경우 등록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다른 성범죄 조항은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용 죄명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의견서를 낸다고 무조건 불송치나 불기소로 결론이 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의견서는 수사관·검사의 판단에 참고되는 소명 자료일 뿐, 제출 자체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구체적 근거 없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경우보다는,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해 제시하는 쪽이 유리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높입니다.
맺음말
성범죄 사건에서 송치는 형사절차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갈림길입니다. 경찰이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넘긴 기록과, 애초에 검찰 단계로 가지 않은 사건은 이후 방어의 부담이 다릅니다. 의견서를 통해 사실관계와 증거의 불일치를 짚고 법리를 정리해 제시하는 작업은, 그 갈림길이 오기 전에 이루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벌금형만으로도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이라는 무거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범죄는 다른 사건보다 더욱 초기 대응의 시점이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거나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면, 송치 여부가 결정되기 전 단계에서부터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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