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에서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형사처벌만 받고 사건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은 형사처벌과는 완전히 별개로, 그 외국인을 계속 국내에 체류시킬지를 심사하는 강제퇴거 절차와 체류자격 취소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아 실제로 수감되지 않았다거나, 오랜 기간 국내에 거주해 영주자격을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절차를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에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지, 강제퇴거와 출국명령은 어떻게 갈리는지, 체류자격은 어떤 근거로 취소되는지, 그리고 절차에서 실제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형사처벌과 별개로 움직이는 행정처분 — 이중처벌이 아닌 이유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면, 그것으로 국가의 제재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은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그 외국인의 체류를 계속 허용할지를 심사하는 독자적인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형사처벌이 범죄에 대한 응보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강제퇴거와 체류자격 취소는 그 외국인을 대한민국 영토 내에 계속 체류시키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하는 행정처분이라는 점에서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두 절차는 담당 기관도, 판단 주체도, 불복 방법도 전혀 다르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형사판결이 확정되기 전,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조사가 별도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형사절차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출입국관리법상 조사는 범죄사실의 개연성과 그 외국인이 계속 체류할 경우 사회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피기 때문에 진행 속도나 판단 시점이 형사절차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동시에 진행되더라도 이는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일사부재리)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중처벌금지원칙은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므로, 형벌이 아닌 행정처분인 강제퇴거·체류자격 취소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처벌은 범죄에 대한 응보이고, 강제퇴거·체류자격 취소는 계속 체류가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하는 별개의 행정처분이다 — 하나의 사건에서 둘 다 진행돼도 이중처벌이 아니다.
강제퇴거 대상자가 되는 두 가지 경로 —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은 외국인을 강제퇴거시킬 수 있는 사유를 여러 호에 걸쳐 열거하는데, 성범죄로 유죄를 받은 외국인에게는 주로 두 조항이 함께 문제 됩니다. 첫째는 같은 항 제3호로, 제11조 각 호의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이 입국한 뒤에 그 사유가 발견되거나 발생한 경우입니다. 제11조 제1항 제4호는 경제질서나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입국금지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실은 이 조항이 말하는 사회질서·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둘째는 같은 항 제13호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을 강제퇴거 대상으로 규정한 조항입니다. 성범죄 중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은 대부분 징역형(금고 이상의 형)으로 처벌되는 범죄이므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뒤 출소하는 시점에 이 조항이 곧바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집행유예를 받아 실제로 수감되지 않은 경우까지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지에 관해서는 하급심 판단이 엇갈려 왔고, 실무에서는 집행유예 사건이라도 제3호(사회질서 저해 우려)를 함께 근거로 삼아 강제퇴거나 출국명령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보다, 범죄의 내용과 죄질이 사회질서를 해치는 행동으로 평가되는지가 더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제46조 제1항 제3호 — 제11조(입국금지) 각 호 사유가 입국 후 발견·발생한 경우, 특히 제4호(사회질서·선량한 풍속 저해 우려)
제46조 제1항 제13호 —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경우
두 조항은 배타적이지 않고, 하나의 사건에서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음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출소했는지, 집행유예를 받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범죄가 사회질서·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으로 평가되는지다.
판단 기준 — 법원이 재량권 일탈·남용을 살피는 방식
강제퇴거 대상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반드시 강제퇴거를 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강제퇴거·출국명령 여부를 재량행위로 보고, 그 재량권 행사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합니다.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준강간미수로 유죄를 받은 외국인에 대한 출국명령 사건입니다.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 술에 취해 잠든 여성을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는 출국명령을 내렸고 이 외국인은 처분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전고등법원 2024누11592 판결은 이 사건에서 범죄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점, 그리고 출국명령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성범죄 재발 방지와 사회질서 유지)이 그 외국인이 입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히 이 판결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제로 수감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는데, 이는 범죄의 중대성 자체가 판단의 핵심이지 형의 집행 여부가 결정적 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이런 사건에서 범행의 수법과 결과, 피해자와의 관계, 재범 위험성, 그 외국인의 국내 체류기간과 가족관계 등 개인적 사정을 함께 형량해 공익과 사익을 저울질합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제로 수감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퇴거·출국명령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 법원은 형의 집행 여부보다 범죄의 죄질과 재범 위험을 더 무겁게 본다.
강제퇴거와 출국명령의 차이 — 무엇이 갈림길을 정하나
강제퇴거 대상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곧바로 강제로 추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입국관리법 제68조는 강제퇴거 대상자 중 자기 비용으로 자진하여 출국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강제퇴거 대신 출국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강제퇴거명령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신병을 확보해 보호(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로 집행하는 처분인 반면, 출국명령은 정해진 기한까지 스스로 출국하도록 명하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처분이라는 점에서 실무상 차이가 큽니다.
두 처분의 차이는 향후 재입국 가능성에서도 드러납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6호는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입국금지 대상으로 규정하므로, 강제퇴거명령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5년간 재입국이 막힙니다. 출국명령은 강제퇴거명령과 법적 성격이 다른 만큼 이 5년 재입국금지 조항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형사처벌 전력과 출국명령을 받은 사실 자체가 이후 사증(비자) 심사에서 불리한 자료로 남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성범죄로 유죄를 받은 사안에서는 죄질이 무거울수록 자진출국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곧바로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강제퇴거명령 — 보호(구금) 후 강제 집행, 원칙적으로 5년간 재입국 금지
출국명령 — 정해진 기한까지 자진 출국, 강제퇴거명령보다 완화된 처분
어느 쪽이 되는지는 죄질·재범 위험 등을 고려한 관서장의 재량 판단에 좌우됨
영주자격자도 예외는 아니다 — 5년 이상 형이 갖는 의미
국내에 오래 거주하며 영주자격(F-5)을 취득한 외국인이라면 강제퇴거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2항은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을 원칙적으로 강제퇴거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영주권자를 일반 체류자격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내보내는 것은 지나치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된 조항입니다.
그러나 이 특례에는 명확한 예외가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범한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 불법입국을 알선한 경우 등에는 영주자격자라도 강제퇴거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성범죄 중에서도 강간상해, 강간치상, 특수강간 등 죄질이 무거운 범죄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면, 그 외국인이 영주자격을 갖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강제퇴거를 피할 수 없습니다. 오랜 국내 체류기간이나 가족관계는 재량 판단에서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일 뿐, 강제퇴거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사유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체류자격 취소는 또 다른 트랙 — 제89조가 정하는 사유
강제퇴거·출국명령과 별도로, 체류자격 자체를 취소하는 절차도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89조는 체류자격 변경허가나 체류기간 연장허가 등 각종 허가를 취소·변경할 수 있는 사유를 정하는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사실이 발견된 경우, 사정변경으로 허가 상태를 더 이상 유지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 법을 위반하는 정도가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정은 이 가운데 '허가 상태를 유지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경우'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예를 들어 유학(D-2)이나 특정활동(E-7) 등 특정 목적을 전제로 부여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이 그 목적과 무관한 중대범죄로 처벌받았다면, 애초에 그 체류자격을 유지시켜 준 전제 자체가 흔들렸다고 보는 것입니다. 강제퇴거명령이나 출국명령을 받은 시점에는 그 처분과 동시에 기존 체류자격이 함께 취소되는 것이 실무의 처리 방식이며,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심사 결과가 나온 경우에도 별도로 체류자격 취소 여부가 다시 검토될 수 있습니다.
절차와 대응 — 이의신청부터 집행정지까지
강제퇴거 절차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조사에서 시작해, 필요하면 보호명령서를 발급해 신병을 확보한 뒤,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강제퇴거 여부를 심사·결정하고 강제퇴거명령서와 보호명령서를 발급·집행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강제퇴거명령서를 받은 사람은 출입국관리법 제60조에 따라 그 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도 법무부장관은 그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사실이 있거나 그 밖에 국내에 체류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면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는 점도 실무에서 종종 활용됩니다.
다만 이의신청 자체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으므로,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멈추려면 법원에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처분에 실체적으로 다툴 여지가 없어 보이더라도, 절차 자체의 하자를 다투는 방법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30612 판결은 재물손괴와 공무집행방해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외국인에게 내려진 출국명령이, 출국명령서에 구체적인 위반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채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라고만 기재되어 행정절차법 제23조가 정한 처분의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취소된 사례입니다. 이는 성범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법리로, 처분서에 구체적인 위반 사실과 근거 조항이 제대로 적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대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조사·보호 —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조사 후 필요시 보호명령서 발급
심사·결정 — 관서장이 강제퇴거 여부를 심사해 강제퇴거명령서 또는 출국명령서 발급
이의신청 — 명령서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 법무부장관에게 신청(자체로는 집행정지 효력 없음)
집행정지·행정소송 — 법원에 별도로 집행정지 신청, 처분 취소소송 병행
이의신청에는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 —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멈추려면 법원에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행유예를 받아도 강제퇴거 대상이 되나요?
A. 네,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제로 수감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퇴거나 출국명령이 위법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범죄의 죄질과 사회질서를 해치는 정도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Q. 벌금형만 받아도 강제퇴거될 수 있나요?
A. 벌금형은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는 제46조 제1항 제13호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질서를 해치는 행동으로 평가될 정도의 범죄라면 제3호(제11조 연계 사유)를 근거로 강제퇴거나 출국명령이 검토될 여지는 남습니다.
Q. 강제퇴거명령과 체류자격 취소는 항상 함께 진행되나요?
A. 강제퇴거명령이나 출국명령이 확정되면 그 시점에 보유하고 있던 체류자격도 함께 취소되는 것이 일반적인 처리 방식입니다. 다만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심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체류자격 취소 여부는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영주자격이 있으면 강제퇴거를 피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영주자격자는 강제퇴거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영주자격자도 강제퇴거 대상이 됩니다. 죄질이 무거운 성범죄일수록 이 예외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강제퇴거명령서를 받으면 바로 출국해야 하나요?
A. 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의신청만으로는 집행이 멈추지 않으므로, 집행을 정지시키려면 법원에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Q.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으면 강제퇴거도 함께 취소되나요?
A. 형사절차와 강제퇴거·체류자격 취소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는 행정처분이어서, 형사재판 결과가 곧바로 행정처분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형량과 판결 이유는 출입국관리 당국이 재량 판단을 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외국인이 성범죄로 유죄를 받았을 때 마주하는 문제는 형사처벌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퇴거 심사와 체류자격 취소는 형사절차와 별개의 기준으로 움직이며, 집행유예를 받았다거나 영주자격을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절차를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결국 범죄의 죄질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 그리고 그 외국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함께 저울질해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합니다.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다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의신청과 집행정지, 처분서의 이유 제시가 제대로 되었는지 등 절차적으로 확인해야 할 지점이 여러 군데 있고, 사안에 따라 대응 방향도 달라집니다. 강제퇴거명령서나 출국명령서를 받았다면 남은 기한 안에서 신속하게 절차를 파악하고 대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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