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대행 계약, 당일 취소됐다면 위약금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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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일반/매매손해배상

행사 대행 계약, 당일 취소됐다면 위약금은 어디까지 

김강희 변호사


행사 대행 계약, 당일 취소됐다면 위약금은 어디까지


사건 개요


제품 출시 행사, 창립기념 행사, 컨퍼런스 같은 행사를 준비할 때 대부분의 기업은 행사대행업체(에이전시)와 용역계약을 맺습니다. 무대·음향·케이터링 섭외부터 진행 인력 배치까지 한 번에 맡기는 구조인데, 문제는 계약 체결 시점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취소수수료" 조항입니다. 계약서 한 귀퉁이에 "계약 해지 시 총 용역비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문구가 작게 박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저희 사무실에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의 사연은 비슷합니다. 행사를 며칠, 심하게는 당일 앞두고 내부 사정—주요 참석자의 갑작스러운 불참, 예산 승인 철회, 재해·재난에 준하는 사유—으로 부득이하게 행사를 접어야 했는데, 대행업체가 계약서를 근거로 "당일 취소는 용역비 전액(또는 90%)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통보해 오는 것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행사를 아예 하지도 않았는데 왜 전액을 물어야 하느냐"는 억울함이 앞서지만, 서명한 계약서 문구 앞에서 그 억울함만으로는 한 푼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약서에 취소수수료 조항이 있다고 해서 그 금액을 그대로 다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조항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규정하고, 실제 발생한 손해와의 간극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는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행사대행계약의 법적 성질이 도급인지 위임인지—또는 두 성격이 섞인 비전형계약인지—입니다. 무대 설치나 영상 제작처럼 '완성된 결과물'이 목적인 부분은 도급에, 진행 기획이나 현장 운영처럼 '과정' 자체에 가치가 있는 부분은 위임에 가깝게 평가되고, 이 구분에 따라 해지·해제의 근거 조문과 배상범위가 달라집니다. 둘째, 계약서상 취소수수료가 민법 제398조가 말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아니면 그와 성질이 다른 위약벌인지입니다. 셋째, 그 예정액이 실제 손해에 비추어 '부당히 과다'한지, 그렇다면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지입니다.

세 지점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조항의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규정해야 비로소 감액을 다툴 문이 열리고, 그 문이 열린 뒤에는 결국 실제 손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증명하는가가 감액 폭을 결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취소수수료 조항의 성질을 규명해 감액의 문을 엽니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계약서 문구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소수수료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다루어집니다. 이 성질 규정이 왜 중요한가 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되어야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그 액수를 직권 내지 당사자 주장에 따라 감액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계약서 문언에서 '위약벌' 소지를 먼저 걸러 냅니다.

드물게 계약서에 "본 위약금은 손해배상과 별도로 지급하며, 이와 무관하게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식의 문구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문구가 있으면 위약벌로 평가되어 원칙적으로 감액 대상이 아니게 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 전체를 먼저 검토해 이런 예외적 문구의 존재 여부부터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행사대행계약서에는 이런 문구가 없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다투는 경우가 많지만, 확인 없이 넘어가면 나중에 상대방이 이를 근거로 감액 자체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2) 감액 판단요소에 맞추어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법원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를 판단할 때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주된 목적, 위약금으로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위약금 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용역비에 대한 비율, 채무불이행 시 예상되는 손해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래서 계약 체결 경위(대행업체가 제시한 표준 양식을 그대로 서명한 것인지, 협상의 여지가 있었는지), 위약금이 용역비 대비 몇 퍼센트인지, 같은 업계에서 통상 정하는 취소수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하나씩 정리해 감액 주장의 뼈대로 삼습니다.

3) 계약의 성질(도급·위임)에 맞는 근거 조문을 함께 세웁니다.

용역의 상당 부분이 '완성된 결과물' 인도를 목적으로 한다면 도급으로 보아 민법 제673조(완성 전 도급인의 해제권)를, 진행 기획·운영처럼 과정 자체가 목적인 부분이 크다면 위임으로 보아 민법 제689조(위임의 상호해지의 자유)를 함께 검토합니다. 두 조문 모두 의뢰인이 손해를 배상하면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배상범위를 다투는 논리 구성에서 어느 쪽으로 접근하느냐가 달라지므로 계약의 실질을 먼저 규명해 두는 것이 감액 주장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실제 손해를 증명해 배상범위를 좁힙니다


성질 규명으로 감액의 문이 열려도,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를 구체적으로 다투지 않으면 법원은 계약서상 금액을 크게 손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과하다"는 주장만으로는 감액폭이 크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대행업체가 실제로 지출·확정한 비용을 항목별로 특정합니다.

행사대행업체의 손해는 크게 취소 시점까지 이미 지출했거나 취소 불가능하게 확정된 비용(장소 계약금, 케이터링·장비 선결제, 인력 섭외 위약금 등)과 행사를 진행했다면 얻었을 이익으로 나뉩니다. 상대방에게 견적서·발주서·결제내역 등 지출 근거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고, 취소 시점에 아직 지출되지 않았거나 다른 행사에 전용 가능한 항목(범용 장비 대여료 등)은 손해에서 제외하도록 다툽니다. 계약서 금액과 실제 지출액의 간극이 클수록 감액의 근거가 뚜렷해집니다.

2) 취소 시점이 '당일'이라는 사정을 손해 산정에 정확히 반영합니다.

당일 취소는 대행업체 입장에서 대체 행사를 유치해 손해를 줄일 여지가 사실상 없었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취소수수료가 높게 책정된 배경 자체는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배상은 실제로 회복 불가능해진 손실에 대한 것이어야 하므로, 인력·장비 중 다른 일정으로 재배치가 가능했던 부분, 식자재처럼 환불이나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었던 부분은 손해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 항목별로 주장합니다.

3) 위약금 비율과 실손해 배율을 대조해 감액폭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과하다"고 주장하기보다, 계약서상 위약금이 실제 소명된 손해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를 수치로 제시하는 편이 법원 설득에 유리합니다. 예컨대 총 용역비 5천만 원 계약에서 위약금 조항이 전액(100%)을 요구하더라도, 취소 시점까지 실제 지출·확정된 손해가 1,500만 원 수준으로 소명된다면 그 배율을 근거로 예정액을 실손해에 근접한 수준까지 낮추어 달라고 다툴 수 있습니다.


결론


행사대행계약의 취소수수료 조항은 "서명했으니 그대로 낸다"거나 "억울하니 못 낸다"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항의 법적 성질과 실제 손해액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다투는가의 문제입니다. 당일 취소처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약금이 자동으로 없어지지 않지만, 반대로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취소를 통보하기 전이라면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과 그 산정 근거를 먼저 점검하고, 이미 대행업체로부터 청구를 받은 상황이라면 실제 지출·손해 내역을 요구해 계약서 금액과 대조해 보시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지금 이런 분쟁을 겪고 계시다면, 계약의 성질과 손해액 산정 근거를 함께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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