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이 피의자 본인이 아니라, 피의자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족이나 지인의 집까지 함께 수색하면서 그 적법성을 둘러싼 다툼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의뢰인이나 그 가족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내 이름으로 나온 영장도 아닌데, 경찰이 남의 집까지 마음대로 뒤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경찰이 체포영장 한 장만 제시한 채 곧바로 문을 열라고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해도 “체포영장이 있으니 문제없다”는 답만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체포영장 집행을 이유로 한 타인 주거 수색에 대해 수색영장을 미리 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색은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체포영장 집행 시 타인의 주거를 수색하기 위해 어떤 법적 요건이 필요한지, 그리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색을 당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체포영장은 피의자 본인을 체포할 권한이지, 타인의 집까지 마음대로 수색할 권한은 아닙니다
타인의 주거 수색은 체포영장에 당연히 딸려오는 부수 효과가 아니라 별도의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예외적 처분입니다.
체포영장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에 따라 특정된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사법경찰관에게 부여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제3자의 주거에 대한 수색권까지 당연히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피의자가 자신의 집이 아니라 가족·지인처럼 다른 세대의 주거, 즉 ‘타인의 주거’에 머물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오히려 더 흔합니다.
이런 경우 원칙으로 돌아가면, 그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 수색하려면 별도의 수색영장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는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조항 단서는 체포영장(제200조의2)이나 구속영장(제201조)에 의해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의 타인 주거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행범 체포(제212조)나 긴급체포(제200조의3)의 경우에는 이 긴급성 요건이 조문상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됩니다.
즉 오늘 다루는 것처럼 이미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상황이라면, 경찰이 시간을 두고 수색영장을 미리 청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체포영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어느 집이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체포영장은 피의자 본인에 대한 체포 권한일 뿐, 타인의 주거에 대한 수색은 별도의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2. 긴급한 사정이 소명되지 않으면 영장 없는 타인 주거 수색은 위법합니다
긴급성 요건은 수사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법원이 사후에 엄격히 심사하는 적법 요건입니다.
지금의 “긴급한 사정” 단서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닙니다. 개정 전 조항은 “필요한 때”라는 포괄적인 기준만 두고 있어, 경찰이 사실상 재량적으로 타인의 주거를 수색할 수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선고 2015헌바370, 2016헌가7(병합) 결정에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와 관련된 부분이 헌법 제16조가 정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보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 3. 31.을 시한으로 국회가 개정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정한다”는 단서가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 요건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아래 대법원 판결에서 잘 드러납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건조물을 수색하기에 앞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찰관들이 수색영장 없이 건조물을 수색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8도13458 판결).
이 사건에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에도 상당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건조물 수색을 위한 수색영장을 별도로 청구하지 않은 채 곧바로 수색에 나섰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근거로 긴급한 사정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 수색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체포영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색영장을 미리 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어야만 타인 주거에 대한 영장 없는 수색이 적법해집니다.
3. 무엇이 긴급한 사정인지 아닌지는 시간적 여유에서 갈립니다
수색영장을 청구할 물리적·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가 긴급성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입니다.
판례가 반복적으로 보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피의자가 그 장소에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는지, 둘째, 그 정황을 파악한 시점부터 수색에 나선 시점까지 수색영장을 청구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셋째, 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적이 있는데도 재청구 없이 수색을 강행했는지입니다.
반대로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가던 중 피의자가 방금 특정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그 자리에서 수색영장을 청구할 시간을 기다리면 피의자가 다른 곳으로 달아날 가능성이 뚜렷한 경우라면 영장 없는 수색이 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이 구분이 자주 흐려진다는 점입니다. 경찰이 “체포영장이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관행적인 태도로 수색영장 청구 자체를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런 사건일수록 사후에 위법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체포영장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색영장을 청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어야만 긴급성이 인정됩니다.
4.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색은 증거능력 부정과 공무집행방해 불성립으로 이어집니다
위법하게 확보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없고, 그 수색에 저항했다고 해서 공무집행방해가 되지도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긴급한 사정 없이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 확보한 증거는 이 원칙에 따라 애초에 증거로 쓸 수 없고, 그 증거를 단서로 이어진 2차적인 증거까지 함께 배제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적법한’ 공무집행을 전제로 성립합니다. 따라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수색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문을 막아서거나 몸싸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18도13458 판결도 바로 이런 이유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점은 균형 있게 봐야 합니다. 긴급한 사정이 실제로 소명되어 적법하게 이뤄진 수색이라면, 이를 막아서는 행위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수색이 애초에 요건을 갖췄는지가 이후 모든 쟁점의 출발점이 됩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될 수 있고, 그 수색에 대한 저항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서는 이렇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나중에 적법성을 다투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체포영장 집행을 이유로 한 타인 주거 수색은 보통 ①경찰이 피의자의 소재를 특정 장소로 파악해 체포영장을 지참하고 방문 → ②거주자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출입·수색 협조를 요구 → ③(수원 지역이라면) 수색 경위와 적법성은 이후 수원지방검찰청의 수사지휘, 나아가 기소될 경우 수원지방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다시 다퉈지는 순서 → ④위법성이 인정되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경찰서를 상대로 준항고나 국가배상 등 불복 절차로 이어지는 흐름을 거칩니다.
수색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확보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제시된 영장이 체포영장인지 별도의 수색영장인지, 피의자 이름과 영장 유효기간이 무엇인지 육안으로 확인하고 가능하면 사진으로 남깁니다.
경찰관에게 긴급한 사정의 구체적인 근거, 즉 피의자가 그 장소에 있다고 판단한 경위와 수색영장을 미리 받을 수 없었던 이유를 그 자리에서 질문하고 답변 내용을 메모합니다.
수색 과정에서 어떤 공간과 물건을 확인했는지, 무엇을 압수했는지가 담긴 수색·압수조서를 참여인 서명과 함께 반드시 교부받습니다.
이렇게 남긴 기록은 나중에 위법수집증거를 주장하거나 준항고로 다투는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료가 됩니다. 현장에서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 진술만으로 적법성을 다투기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마치며
체포영장을 든 경찰이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침착하게 요건을 따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황한 사이에 협조하듯 문을 열어주고 나서야, 뒤늦게 그 수색이 적법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색을 당하는 쪽 입장에서는 근거 없는 수색으로 사생활과 주거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요건을 확인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색은 애써 확보한 증거가 재판에서 통째로 배제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체포·구속영장이 집행되는 형사 사건 현장에서 방어하는 쪽과,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그 자리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기록해두었는지에 따라 이후 절차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체포영장이 있으면 경찰이 아무 집이나 들어갈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피의자가 그 장소에 있을 개연성과, 수색영장을 미리 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함께 인정되어야만 영장 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별도의 수색영장이 필요합니다.
Q.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의 경우도 똑같이 엄격하게 판단하나요?
A. 조문상 긴급한 사정 요건은 체포영장(제200조의2)·구속영장(제201조)에 의한 경우로 한정돼 있어, 긴급체포·현행범 체포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만 이 경우도 필요성·상당성 심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Q. 경찰이 수색영장 청구를 기각당한 뒤 재청구 없이 들어왔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대법원은 그런 경우 대체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보아 긴급한 사정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재청구 없이 이뤄진 수색은 위법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위법한 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는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다만 그 증거를 단서로 한 2차 증거까지 배제되는지는 사안별 사정에 따라 다퉈질 수 있습니다.
Q. 경찰의 수색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가 되나요?
A. 그 수색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애초에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요건을 갖춘 적법한 수색이라면 저항 자체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내 집이 체포영장 집행 대상이 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감정적으로 막기보다 제시된 영장의 종류와 긴급성의 근거를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긴 뒤, 변호사를 통해 사후에 적법성을 다투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현장에서의 기록이 이후 절차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Q. 이미 수색을 당한 뒤에도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준항고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거나, 이후 형사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식으로 사후에도 적법성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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