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체포 현장에서 곧바로 휴대폰을 빼앗기고, 이후 그 휴대폰에 대해 별도의 영장이 발부됐는지를 놓고 다투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영장도 없이 가져간 거니까 나중에 영장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영장 없이 압수했으니 증거로 못 쓸 것 같다”고 안심하지만, 실제로 체포현장에서 이뤄진 압수 자체는 별도의 영장 없이도 적법하게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그 기대가 그대로 무너지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체포현장에서 압수한 휴대폰을 다루는 절차에 대해 기기 자체를 압수하는 행위와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는 행위를 서로 다른 절차로 구분해 통제 수위를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압수 자체의 적법성과, 그 이후 내용을 들여다보는 절차의 적법성은 완전히 다른 문제로 취급됩니다.
아래에서는 체포현장에서 이뤄진 휴대폰 압수에 사후영장이 정말 필요한지, 필요 없다면 어떤 절차적 권리가 대신 보장되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체포 현장에서 휴대폰을 압수하는 것 자체는 영장 없이도 가능합니다
체포현장 압수는 영장 없이 이뤄질 수 있지만, 아무 물건이나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체포·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체포현장에서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 덕분에 체포 순간 곁에 있던 휴대폰을 곧바로 압수하는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적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정됩니다.
다만 이 조항이 말하는 ‘필요한 때’는 아무 상황에서나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압수의 전제가 되는 체포 자체가 적법해야 하고,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압수는 처음부터 위법한 압수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더해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막아야 할 긴급성과, 압수하려는 물건이 그 범죄사실과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관련성까지 함께 요구됩니다.
실무에서는 체포 당시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나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은 대체로 관련성이 인정되지만, 체포와 무관한 소지품까지 무분별하게 쓸어 담듯 압수하면 그 범위를 벗어난 부분은 위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체포현장에서의 압수는 적법한 체포와 긴급성·관련성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췄을 때만 영장 없이도 정당화됩니다.
2. 압수한 휴대폰 자체에는 사후영장이 필요 없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기기를 가져가는 행위와 그 안의 내용을 열람·탐색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별개의 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이나 제217조와 달리, 체포현장 압수를 정한 제216조 제1항 제2호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범죄 장소에서의 긴급 압수(제216조 제3항)나 긴급체포에 따른 압수(제217조)는 조문에 사후영장 절차가 못박혀 있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고, 이 공백을 두고 학계에서는 체포현장 압수에도 일정 시간 내 사후영장 청구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법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체포현장에서 가져간 휴대폰이라는 ‘물건’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휴대폰 안에 저장된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사진, 메신저 대화 같은 전자정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에서 열어보고 탐색·복제·출력하는 행위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저장매체를 반출하거나 이미징한 뒤 사무실에서 자료를 탐색하는 과정까지도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연장선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즉 휴대폰이라는 물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툴 여지는 크지 않더라도, 그 안의 정보를 범죄사실과 무관한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뒤지고 있다면 그 열람·탐색 과정 자체를 별도로 다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휴대폰 기기 자체의 사후영장 여부보다, 그 안의 전자정보를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열람했는지가 실제 다툼의 핵심입니다.
3.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했거나 압수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그 압수는 위법할 수 있습니다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은 압수수색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가 준용하는 제121조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참여할 권리를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참여권은 물건을 압수하는 순간뿐 아니라, 이후 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전 과정에도 미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입니다.
대법원 2022. 7. 14.자 2019모2584 결정도 이와 같은 흐름에서, 집행 일시·장소를 제대로 통지하지 않은 채 전자정보를 탐색한 사안,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제대로 작성해 교부하지 않은 사안 등에서 절차 위반을 이유로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인정했습니다. 저장매체를 통째로 반출하는 예외적인 방법을 택했다면, 그만큼 참여권 보장과 목록 교부 의무를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체포현장에서 휴대폰을 빼앗겼다면, 그 이후 언제 어디서 자료를 탐색했는지 통지를 받았는지, 압수된 전자정보 목록을 실제로 교부받았는지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압수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사후영장이 없다는 사정보다, 참여권 보장과 압수목록 교부 여부가 실제 절차 위반을 가려내는 기준입니다.
4. 위법하게 수집된 휴대폰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절차를 어긴 압수는 그 자체로 증거능력을 잃을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체포현장에서 휴대폰을 압수하는 과정 자체가 위법했거나, 그 안의 전자정보를 관련성·참여권 원칙을 어긴 채 탐색했다면 그렇게 얻은 자료는 이 조항에 따라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위법하게 수집된 최초 증거를 단서로 다시 확보한 2차 증거, 예컨대 위법하게 열람한 메신저 대화를 근거로 추가로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도 이른바 독수의 과실 이론에 따라 함께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법성이 경미하거나 사후에 적법한 절차로 그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도 남아 있어, 위법의 정도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결국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사후영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고, 반대로 압수당한 당사자 입장에서도 영장이 없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곧바로 무죄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압수 경위와 탐색 절차 전반을 구체적인 자료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실제 결과를 가릅니다.
5. 긴급체포로 압수됐다면 절차가 다릅니다, 확인 순서부터 점검하십시오
긴급체포에 따른 압수는 48시간 이내 사후영장이라는 별도의 법정 절차를 거칩니다.
같은 ‘체포현장 압수’처럼 보여도, 긴급체포 상황이라면 적용되는 조문이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17조는 긴급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하되,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으면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한 안에 영장을 발부받지 못하면 압수한 물건은 즉시 반환해야 합니다.
실제 사건은 통상 ①경찰(관할이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체포·압수 → ②48시간 이내 검찰(수원지방검찰청)을 통한 사후 압수수색영장 청구 여부 확인 → ③영장 발부 시 계속 압수, 미발부 시 즉시 반환 → ④이후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이 다시 다퉈지는 순서로 흘러갑니다.
체포 현장에서 휴대폰을 압수당했다면, 흥분한 상태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대응에 유리합니다.
체포 방식이 현행범체포·통상체포·구속영장 집행·긴급체포 중 어느 것이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휴대폰을 압수당한 시각, 장소, 입회인 유무와 압수조서·압수목록을 받았는지 기록해 둡니다.
긴급체포였다면 체포 시점부터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사후 압수수색영장 청구·발부 여부를 변호인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 확인 과정을 거쳐야 사후영장이 필요한 사안인지, 아니면 참여권·관련성 위반을 다툴 사안인지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체포 현장에서 휴대폰을 빼앗긴 분들은 “영장도 없이 가져갔다”는 사실 하나에만 매달려 정작 중요한 절차적 하자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휴대폰을 압수당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후영장의 유무보다, 언제 어디서 전자정보를 탐색했는지 통지받았는지, 압수목록을 교부받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실제로 다툴 지점을 찾는 길입니다. 반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체포의 적법성과 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압수는 애써 확보한 증거 전체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체포현장 압수와 긴급체포 사후영장, 전자정보 탐색 과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사건을 여러 차례 맡아 온 변호사로서, 압수 경위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자주 봐왔습니다.
사후영장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압수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점검해볼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체포될 때 영장 없이 휴대폰을 가져갔으니 그 자체로 위법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적법한 체포에 수반된 압수는 원칙적으로 영장 없이도 인정되며, 이 조항에는 애초에 사후영장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체포 자체가 위법했거나 압수 범위가 사건과 무관하다면 다툴 수 있습니다.
Q. 그럼 사후영장은 아예 필요 없는 건가요?
A. 체포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현행범체포·통상체포·구속영장 집행 현장에서의 압수(제216조 제1항 제2호)는 사후영장이 필요 없지만, 긴급체포에 따른 압수(제217조)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 사후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발부받지 못하면 즉시 반환해야 합니다.
Q. 휴대폰 안의 문자메시지나 사진까지 마음대로 볼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전자정보 탐색은 별개의 절차로 취급되어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범위가 제한되고, 탐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와 압수목록 교부가 보장돼야 합니다.
Q. 압수 과정에서 통지를 못 받았거나 목록을 못 받았다면 어떻게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관할 법원에 압수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있습니다. 통지·목록 교부 누락은 실제로 위법성이 인정된 사례가 있는 지점입니다.
Q.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무조건 못 쓰나요?
A.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되고, 이를 단서로 확보한 2차 증거도 함께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법성이 경미하거나 하자가 치유된 예외적 사정이 있다면 증거로 쓰일 여지도 있어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압수 당시 경찰이 압수조서나 목록을 안 줬는데 나중에 요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은 압수 시 목록을 작성해 교부할 의무가 있고, 이를 받지 못했다면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록 열람·등사나 준항고 절차로 확인·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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