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자의 '함께 투약했다'는 진술, 오염과 시점 다투기
사건 개요
늦은 밤 유흥업소에서 어울리던 동석자와 헤어진 뒤 몇 주, 몇 달이 지나 경찰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날 함께 투약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정작 본인은 투약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데, 소변이나 모발 검사는 이미 시기를 놓쳐 이루어지지 못했거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남은 것은 동석자 한 사람의 진술뿐인데, 그 한마디가 수사와 기소의 출발점이 됩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은 "내가 하지 않은 일을 왜 남의 말 한마디로 입증하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약류 투약 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상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수사기관이 관련자 진술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문제는 그 동석자의 진술이 언제,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함께 했다"는 그 시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석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0조 제1항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한 범죄이기에, 법원은 진술 하나로 사람을 처벌하기 전에 그 신빙성을 엄격히 따집니다. 관건은 그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지점과, 진술이 가리키는 시점의 허점을 얼마나 정확히 짚어내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툼의 축이 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동석자의 진술이 대법원이 요구하는 신빙성 기준—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 일관성, 진술자의 인간됨과 이해관계—을 충족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진술이 "함께 투약했다"는 시점을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는지입니다. 셋째, 동석자 자신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는 처지라면, 그 진술에 자신의 처벌을 가볍게 하려는 이해관계가 섞여 있지는 않은지입니다.
이 세 지점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진술이 막연할수록 신빙성도, 시점의 특정성도 함께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방어의 출발점은 "나는 안 했다"는 부인이 아니라, 그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을 특정하고 있는지를 자료로 되짚는 데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진술이 만들어진 경로를 되짚어 신빙성을 흔들기
동석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기준입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4도1779 판결).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 신빙성을 검증합니다.
1) 진술이 만들어진 경위와 시점을 확보합니다.
동석자가 최초에 무엇을 진술했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조서 열람·등사를 통해 그대로 확보합니다. 최초 진술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이름이나 정황이 두 번째, 세 번째 조사에서 갑자기 구체화된다면, 그 사이 다른 사건 관계인의 진술이나 수사기관의 질문 내용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른바 진술의 오염—을 의심할 근거가 됩니다. 조사와 조사 사이의 간격, 대질 여부, 변호인 참여 여부까지 함께 정리합니다.
2) 진술자의 이해관계를 드러냅니다.
동석자가 본인도 같은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라면, 다른 사람을 함께 지목함으로써 자신의 가담 정도를 축소하거나 수사에 협조한 정황으로 형량 감경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동석자에 대한 공소장, 구형 및 선고 결과, 변호인 선임 여부를 확인해 이런 이해관계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대법원도 진술로 얻는 이해관계 유무를 신빙성 판단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3) 진술 내용의 구체성과 객관적 정황의 부합 여부를 대조합니다.
"그날 같이 있었고 함께 했다"는 식의 진술은 구체성이 떨어질수록 신빙성이 약해집니다. 장소의 배치, 사용한 도구, 투약 순서와 방법 등 세부 사항이 실제 현장 상황이나 통신·카드 사용 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는지 대조합니다. 세부 사항이 어긋나거나 진술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 불일치 자체가 유력한 탄핵 자료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시점의 불특정을 공략해 공소사실 자체를 다투기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을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특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원의 심판 범위를 한정하고 피고인이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특정 요건을 다음과 같이 활용합니다.
1) 투약범죄의 특성상 개괄적 기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습니다.
마약류 투약행위는 1회의 투약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기 때문에, 다른 투약 행위와 구별될 수 있도록 일시·장소·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모발감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그대로 범행 시기로 기재한 사안에서, 그런 개괄적 기재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고 이중기소나 일사부재리의 범위 판단도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11817 판결). 추정에 의존한 개괄적 시일 기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 법리는, 동석자의 막연한 진술에 기초해 "몇 월경", "그 무렵" 식으로 시점을 기재한 경우에도 같은 무게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2) 공소장·진술의 시점 기재를 문구 단위로 검증합니다.
공소장이나 동석자 진술에 나온 시점이 특정 날짜인지, 아니면 "언젠가", "그 즈음" 같은 범위 표현인지를 문구 그대로 검토합니다. 범위가 넓을수록 그 기간 동안의 알리바이—근무 기록, 통신 기지국 위치, 카드·교통카드 사용 내역, 차량 통행 기록—을 확보해 그 시점에 동석자와 함께 있지 않았거나 투약이 불가능했던 정황을 제시할 여지가 커집니다.
3) 특정 미비를 절차적으로 다투는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검사에게 석명이나 보정을 요구할 수 있고, 그래도 특정되지 않으면 공소기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다툼은 재판 초기, 공소장 부본을 받은 직후부터 준비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실체 다툼(진술의 신빙성)과 절차 다툼(공소사실 특정)을 함께 준비해 두면, 어느 한쪽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다른 한쪽에서 방어선을 지킬 수 있습니다.
결론
동석자의 진술 한마디로 시작된 사건이라 해도, 그 진술이 곧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진술이 언제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진술자에게 어떤 이해관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진술이 가리키는 시점이 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특정되어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소변·모발 검사 결과가 없거나 음성으로 나온 상태에서 동석자 진술만으로 조사를 받고 계시다면, 그 진술의 오염 가능성과 시점의 불특정을 자료로 짚어낼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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