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마신 술인데 준강간 고소 — 주문내역이 쟁점
사건 개요
술자리에서 만난 상대와 함께 여러 잔을 나누어 마신 뒤 관계를 가졌는데, 며칠이 지나 "그렇게 취할 줄 몰랐다", "계속 술을 시켜서 마시다 보니 정신을 잃었다"는 이유로 준강간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대가 스스로 메뉴판을 보고 추가 잔을 시켰고, 대화도 평소와 다름없이 이어졌으며, 억지로 술을 권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사기관 앞에서는 "피고인이 취하게 만들었다"는 진술 하나로 상황이 뒤집힙니다.
이런 사건에서 많은 의뢰인들이 억울해하는 지점은 같습니다. 술은 각자 알아서 주문하고 마셨을 뿐인데, 그 '자발적 음주'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진술 속에서 "피고인이 취하게 했다"는 서사로 바뀌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지점을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누가 술을 주문했는지, 얼마나 마셨는지, 그 이후 행동은 어땠는지가 고스란히 카드 결제내역과 매장 주문 시스템에 남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로 술을 주문하고 마신 정황이 뚜렷하다면, '피고인이 항거불능 상태를 야기했다'는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다만 이 전제를 흔드는 것은 말이 아니라 결제 시점·주문자 명의·잔 수 같은 기록이며, 이를 얼마나 촘촘히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이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다툼의 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이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이를 정도의 상태였는지입니다(형법 제299조). 법원은 항거불능을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좁게 해석하므로, 단순히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았거나 다음 날 기억이 흐릿한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둘째, 그 상태를 누가 만들었는가입니다 — 피고인이 억지로 권하거나 몰래 술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주문·소비했다면, "야기했다"는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립니다. 셋째,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입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잔을 채우고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피고인이 이를 심신상실로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세 지점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준강간의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거나, 성립하더라도 실제로는 불능미수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방어의 출발점은 진술 다툼이 아니라 그날의 행적을 기록으로 복원하는 작업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주문내역·음주 경위로 '야기'를 정면 반박하기
수사 초기 단계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 바로 이 자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매장의 CCTV는 지워지고 결제 시스템의 상세 로그도 조회가 어려워지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사건 접수 직후 다음 순서로 자료를 확보합니다.
1) 결제·주문 명의를 시점별로 특정합니다.
카드사 승인내역, 매장 포스(POS) 주문 기록, 배달·주문 애플리케이션의 주문 이력을 확보해 누가, 언제, 몇 잔을 주문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합니다. 상대방 본인 명의 카드로 추가 주문이 여러 차례 있었다면, 이는 "피고인이 계속 술을 시켰다"는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객관적 자료가 됩니다. 카드 승인 시각은 통상 수 년간 조회가 가능하므로 초기에 놓쳤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매장 목격 정황과 이동 경로를 확보합니다.
매장 CCTV, 발레파킹·주차 기록, 대중교통·택시 호출 이력 등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걷고, 대화하고, 결제하고, 이동한 정황을 시간대별로 채워 넣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신체 통제력이 유지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되어, 뒤에서 다룰 '항거불능 정도' 다툼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3) 술을 권유·강요한 사실이 없음을 대화기록으로 뒷받침합니다.
문자·메신저 대화, 동석자 진술 등을 통해 피고인이 술을 억지로 권하거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잔을 채운 사실이 없음을 확인합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먼저 추가 주문을 제안하거나 "한 잔 더"라는 취지의 대화를 남긴 경우라면, 자발적 음주라는 사실관계가 한층 분명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항거불능'의 정도를 법리로 다투기
주문내역으로 '야기'를 반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상대방이 형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도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준비합니다.
1) 항거불능의 판단 기준을 사실관계에 적용합니다.
대법원은 준강간의 항거불능을 심신상실에 준할 정도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 기준이 충족되지는 않으며, 당시의 언행·이동·의사소통 능력을 구체적으로 대조해야 합니다. 대화가 조리 있게 이어졌거나, 스스로 이동수단을 호출했거나, 결제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한 정황이 있다면 이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2) 실제로 항거불능이 아니었다면 '불능미수'로 다툽니다.
대법원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상대방이 실제로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이 그런 상태로 오인하고 간음한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곧 상대방의 실제 상태가 기수와 불능미수, 나아가 무죄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는 뜻입니다. 사실관계 재구성으로 상대방이 항거불능에 이르지 않았음을 밝혀내는 작업이 양형에서도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3) 진술의 일관성과 시점을 대조합니다.
초기 진술과 이후 진술 사이에 음주량·기억 범위·정황에 관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조서·문자·통화 내역과 대조해 정리합니다. 특히 사건 직후 상대방이 남긴 문자나 SNS 활동 내역은 그 시점의 의식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므로, 수사 초기에 반드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결론
준강간 고소는 진술 대 진술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날의 결제내역·이동기록·대화기록이라는 객관적 자료의 싸움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로 술을 주문하고 마셨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태가 형법이 요구하는 항거불능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얼마나 촘촘히 재구성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집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수사 개시 통지를 받았다면, 카드 승인내역과 매장 CCTV, 대화기록부터 서둘러 확보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떤 자료가 가장 먼저 필요한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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