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후 경영참여 약속을 어기는 회사, 어떻게 대응할까
사건 개요
스타트업이나 비상장회사에 자금을 투자할 때, 투자자는 단순히 돈만 넣지 않습니다. 대개 투자계약서와 함께 주주간계약을 맺어 이사 지명권, 이사회 참관권,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권 같은 경영참여 조항을 문서로 확정해 둡니다. 그런데 투자금이 실제로 납입되고 나면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회사가 이사회 소집을 통보하지 않거나, 약속했던 이사 지명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재무자료 공유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패턴이 비슷합니다. "계약서에 분명히 이사 자리를 주기로 했는데, 정작 이사회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거나 "주요 안건에 동의권이 있다고 했는데 이미 결의가 끝난 뒤에 통보만 받았다"는 식입니다. 투자자는 계약서 한 장을 믿고 거액을 넣었는데, 회사는 등기부등본에 이름조차 오르지 않는 그 계약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취급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가 당사자로 서명한 투자계약·주주간계약의 경영참여 조항은 원칙적으로 회사도 구속합니다. 다만 이 구속력이 "이사 자리를 내놓으라"는 강제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런 사건의 진짜 난도입니다. 무엇을 청구할 수 있고 무엇은 청구해도 소용이 없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그다음 실효적인 수단을 짤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툼이 갈리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투자계약·주주간계약상 경영참여 조항이 강행법규나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계약 당사자인 회사를 구속하는지입니다. 둘째, 이사 지명권처럼 회사의 조직법적 사항을 법원이 판결로 대신 이행시켜 줄 수 있는지, 아니면 손해배상 등 채권적 구제로만 갈음되는지입니다. 셋째, 계약과 별개로 상법이 인정하는 소수주주권을 어떤 지분율에서, 어떤 순서로 행사할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배제가 심해져 회사가 신주발행 등으로 지분을 희석시키려는 조짐까지 보일 때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뒤섞어 생각하면 대응이 산으로 갑니다. 계약 위반은 계약 위반대로, 상법상 권리는 상법상 권리대로 별개의 트랙으로 동시에 준비해야 실질적인 압박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투자계약·주주간계약 위반을 구제로 이어지도록 설계하기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이사 자리를 주기로 했으니 법원에 가면 그 자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결의로 이루어지는 회사 조직 내부의 사항이라, 법원이 판결로 특정인을 이사로 앉혀 주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위반 사실을 시점별로 특정해 채무불이행을 구성합니다.
이사회 소집 통보 누락, 지명 이사 선임 안건 미상정, 사전 동의 대상 안건을 동의 없이 처리한 사실 등을 일자·문서·이메일 단위로 정리합니다. 계약서상 경영참여 조항은 회사가 당사자로 서명한 이상 원칙적으로 회사를 구속하므로, 이를 어긴 사실 자체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먼저 명확히 세웁니다. 이 정리가 곧 이후 손해배상·위약벌 청구의 골격이 됩니다.
2) 이행청구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손해배상·위약벌로 무게중심을 옮깁니다.
이사 지명 이행 자체를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계약서에 위약벌 조항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위약벌은 실제 손해액 증명 없이도 약정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어, 손해 입증이 까다로운 경영참여 위반 사안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강력한 지렛대가 됩니다. 위약벌 조항이 없거나 미흡하다면, 경영참여권 배제로 인해 투자자가 입은 구체적 손해―예컨대 부실 경영을 사전에 저지하지 못해 발생한 기업가치 하락분―를 재무자료·감정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세웁니다.
3) 계약 해제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조항의 발동 요건을 점검합니다.
많은 투자계약서에는 경영참여 조항 위반을 진술보장 위반 또는 확약(covenant) 위반으로 규정해, 이를 트리거로 회사나 대표이사에게 투자자의 지분을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되사도록 하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반 사실이 이 트리거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조항 문언 그대로 대조하고, 해당한다면 내용증명으로 풋옵션 행사를 통지해 자금 회수의 실질적 출구를 마련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상법상 소수주주권으로 계약 밖에서도 압박 수단을 확보하기
계약상 구제만으로는 협상력이 부족할 때, 상법이 주주에게 별도로 인정하는 권리를 함께 행사하면 회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지렛대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챙깁니다.
1)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권으로 회사 내부 정보에 접근합니다.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상법 제466조), 회사는 그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경영참여에서 배제된 투자자가 회사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로이며, 회사가 응하지 않으면 가처분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와 이사해임청구로 안건을 직접 상정합니다.
역시 100분의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회의목적사항과 소집이유를 적어 이사회에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상법 제366조), 이사회가 응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소집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사가 직무상 부정행위나 법령·정관 위반의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된 경우, 같은 지분율의 주주는 결의일로부터 1개월 내에 법원에 그 이사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85조). 경영참여 배제를 주도한 이사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3) 유지청구권·대표소송·신주발행유지청구로 진행 중인 위법행위를 막습니다.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여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그 행위를 유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상법 제402조), 같은 지분율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대표소송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3조). 특히 회사가 지분 희석을 노리고 신주를 발행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그 발행이 법령·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일 경우 주주는 지분율 요건 없이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을 행사해 발행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상법 제429조). 사후 무효를 다투는 것보다 사전에 막는 편이 훨씬 실익이 큽니다.
결론
투자계약서에 경영참여 조항을 적어 두었다고 해서 그 권리가 저절로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등기 밖의 약속을 없었던 일처럼 취급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 위반 사실을 문서로 기록하고 상법상 권리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계약상 구제와 상법상 소수주주권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부족하고, 두 트랙을 함께 세워야 실질적인 협상력이 생깁니다. 지금 경영참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계약서와 지분율을 놓고 무엇을 먼저 확보해야 할지 점검을 한 번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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