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대금 미루는 거래처, 3년 시효 놓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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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대금 미루는 거래처, 3년 시효 놓치지 않는 법 

김강희 변호사


물품대금 미루는 거래처, 3년 시효 놓치지 않는 법


사건 개요


도매·제조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오래 거래해 온 곳일수록 대금 독촉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음 달 정산 때 한 번에 넣어드리겠다"는 말을 몇 번 듣다 보면 어느새 밀린 대금이 6개월, 1년 치까지 쌓이는데도, 거래를 끊으면 그동안의 관계와 앞으로의 매출까지 잃을까 봐 계속 물건을 대주며 참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시는 분들의 사정을 들어 보면, 문제는 거래처가 "안 주겠다"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준다"며 시간을 끄는 데 있습니다. 그사이 사장님은 매달 세금계산서만 발행해 두고 정작 초기에 발생한 대금은 손도 못 댄 채로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 시간의 흐름 자체가 법적으로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물품대금 채권에는 3년이라는 짧은 소멸시효가 걸려 있고,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시효가 저절로 멈추거나 새로 시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거래처가 계속 미루더라도 물품대금 채권 자체는 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온전히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계를 이어가며 미루는 사이 초기 납품분부터 시효가 조용히 소멸해 버릴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위험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물품대금 채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 기간입니다.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는 민법 제163조 제6호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적용받습니다(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은 이 3년 시효가 상품의 공급 자체와 등가성 있는 대금채권에 한해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상거래라고 해서 상법상 5년 상사시효가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더 짧은 이 3년 규정이 우선한다는 점을 놓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둘째, 계속 거래에서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하는가입니다. 판례는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대금채권은 변제기에 관한 별도 약정이 없는 한 거래가 끝난 날이 아니라 각 납품 건이 발생한 때부터 개별적으로 시효가 진행한다고 봅니다(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다2463 판결, 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10152 판결,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즉 거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 대금의 시효 진행을 막아 주지 않습니다.

셋째, 새로 물건을 주문하고 받았다는 사실이 기존 미변제 대금을 인정한 것으로 보는가입니다. 같은 판례들은 개별 거래마다 서로 기존 미변제 대금을 확인하거나 그 일부를 변제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단지 같은 종류의 물품을 새로 주문·공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기존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거래를 계속 이어 왔다는 사실만 믿고 있다가는, 정작 소송에서 시효 중단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거래처별·건별로 소멸시효를 정리해 임박한 채권부터 지킨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밀린 대금이 얼마다"라는 뭉뚱그린 인식을 건별 채권표로 바꾸는 것입니다. 물품대금은 거래 전체가 하나의 시효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납품 건마다 각자의 시효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정리를 미루는 사이에도 초기 건부터 하나씩 소멸 위험에 들어갑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거래명세표·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건별 시효표를 작성합니다.

각 납품일과 세금계산서상 대금 지급기일을 기준으로 개별 채권의 발생일과 3년 시효 만료일을 하나씩 특정합니다. 여기서 가장 급한 것은 총액이 아니라 만료가 가장 임박한 건입니다. 오래된 거래일수록 이 표를 만드는 순간 이미 시효가 눈앞에 온 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조치의 순서를 정하는 첫 작업이 됩니다.

2) 거래처의 서면 승인을 받아 시효를 중단시킵니다.

"다음 달에 드리겠다"는 구두 약속은 법적으로 채무 승인이 되지 못합니다. 민법 제168조가 정한 시효중단 사유가 되려면 거래처가 미변제 대금의 액수를 특정해 서면으로 확인하거나 일부라도 실제로 변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수금 확인서나 지급 각서에 구체적인 채권 금액과 거래처 서명을 받아 두고, 소액이라도 입금을 받으면 그 입금이 어느 건에 대한 변제인지를 명확히 남겨 둡니다.

3) 서면 승인이 어려운 거래처는 최고와 함께 6개월의 시계를 관리합니다.

거래처가 승인도 변제도 미루기만 한다면, 내용증명으로 이행을 최고합니다. 다만 민법 제174조에 따라 최고는 그 자체로 시효를 멈추지 못하고, 최고를 보낸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지급명령이나 소송 등 재판상 조치를 취해야 비로소 시효중단의 효력이 확정됩니다. 그래서 최고를 보내는 순간부터 6개월짜리 달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고, 그 안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함께 갖춥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지급명령·물품대금소송으로 회수까지 마무리한다


시효를 지켰다고 해서 저절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려면 채권의 존재를 법정에서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다툼의 여지가 적은 채권은 지급명령부터 활용합니다.

거래처가 대금 자체는 인정하면서 시기만 미루는 사안이라면, 정식 소송보다 먼저 지급명령(독촉절차)을 신청하는 편이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거래처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고, 이는 민법상 재판상 청구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그 채권의 시효를 새로 진행시킵니다. 거래처가 이의신청을 하면 그때 통상의 소송절차로 이행됩니다.

2) 채권이 "물품 공급의 대가"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춥니다.

앞서 본 대법원 95다39854 판결처럼 3년 단기시효가 적용되는 물품대금은 상품 공급 그 자체와 등가성 있는 대금채권에 한정됩니다. 그래서 발주서, 거래명세표, 인수증·검수확인서, 세금계산서, 미수금 확인서를 건별로 대응시켜 각 대금이 실제 공급한 물품의 대가임을 소명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 자료가 갖추어져 있어야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나 소송에서의 다툼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3) 지연손해금과 강제집행까지 미리 설계합니다.

소를 제기한 뒤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에 따라 연 12%의 법정이율로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승소 판결이나 지급명령을 받아도 거래처에 재산이 없으면 실제 회수로 이어지지 않으므로,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거래처의 재산관계를 파악해 필요하다면 가압류를 함께 진행해 집행 단계에서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준비합니다.


결론


거래처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감정적으로는 위안이 될지 몰라도, 밀린 물품대금의 시효를 막아 주는 법적 장치는 아닙니다. 매달 새로 세금계산서를 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전 대금이 안전하다고 여겼다가는, 정작 필요한 순간에 초기 건부터 하나씩 청구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밀린 대금이 있다면 총액이 아니라 건별로 발생일과 시효 만료일을 먼저 정리하고, 임박한 건부터 서면 승인이나 지급명령 같은 실효성 있는 조치로 옮겨 가시길 권합니다. 6개월째 미루어지고 있는 대금이 있다면, 지금이 그 시효표를 만들고 다음 조치를 점검해 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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