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침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소된 준강제추행 — 진술 탄핵으로 다투기
사건 개요
회식이나 동창 모임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막차를 놓치거나 숙소가 하나뿐이라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음 날 벌어집니다. 상대방이 "자는 사이에 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강제추행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함께 잠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으니, 당사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답해하면서도 무엇으로 반박해야 할지 막막해합니다.
이런 사건의 특징은 목격자도 CCTV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방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고, 남는 것은 서로의 기억과 그 기억을 옮긴 진술뿐입니다. 수사기관은 신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고,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이용해 추행했다는 전제로 사건을 구성합니다. 그러나 물증이 없는 사건일수록, 그 전제가 정말 사실인지를 진술 자체의 결로 검증하는 작업이 결정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증이 없고 오직 진술만 있는 준강제추행 사건에서는, 그 진술이 얼마나 일관되고 경험칙에 부합하는지를 정밀하게 따지는 것이 방어의 사실상 전부입니다. 막연히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것과, 진술의 균열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 내는 것은 결과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핵심 쟁점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 강간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술자리 뒤 동침 사건에서 이 조문이 실제로 적용되려면 다음 네 가지가 모두 채워져야 합니다. 첫째, 신고인이 행위 당시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둘째, 그 상태를 피고인이 인식하고 이용했는지. 셋째, 추행이라 평가할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넷째, 이 세 가지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근거인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항거불능의 의미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 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단순히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았다거나 다소 취기가 있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저항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판단·대응 능력이 무너진 상태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상태의 존재와 그 이용 사실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며, 그 증명이 오직 진술에만 의존한다면,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는 순간 공소사실 전체가 흔들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진술 간 모순을 시간순으로 대조해 균열을 찾아내기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뒤집어 말하면, 이 요건들이 흔들리면 신빙성도 함께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진술을 검증합니다.
1) 경찰 조서·검찰 진술·법정 증언 세 단계를 시간순으로 나란히 놓고 대조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진술 시점마다 세부가 조금씩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사건 발생 시점 자체가 이동하는지를 주의 깊게 봅니다. 예컨대 처음에는 "잠에서 깼더니 손이 닿아 있었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잠들기 전부터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는 식으로 최초 인지 시점이 앞당겨지는 경우, 언제·어떻게 상황을 인지했는지에 대한 핵심 진술이 변경된 것이므로 이를 조서 원문과 대조해 표로 정리해 둡니다.
2)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주장과 모순되는 행동 정황을 찾습니다.
판단·대응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다면 하기 어려웠을 행동이 그 시간대에 있었는지를 살핍니다. 사건 도중이나 직후에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는지, 스스로 자세나 옷매무새를 정리했는지, 이후 혼자 걸어서 귀가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는지, 곧이어 지인과 평소와 다름없는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등입니다. 이런 행적이 확인되면, 신고 시점에 진술한 '심신상실' 상태와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을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짚을 수 있습니다.
3) 허위 또는 과장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사건 전후 정황을 조사합니다.
대법원 기준의 마지막 축은 '허위 진술 동기의 부존재'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채무·치정·인사상 갈등·금전 분쟁처럼 진술에 영향을 줄 만한 동기가 확인되면 그 자체가 신빙성 판단에서 유의미한 사정이 됩니다. 사건 전후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역, 갈등의 존재 여부,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를 확인해 이 지점을 준비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객관적 정황증거로 진술을 검증하기
진술 내부의 모순을 짚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진술 바깥에 있는 객관적 자료로 그 진술을 검증하는 작업입니다. 진술은 결국 사람의 기억이므로, 기억과 무관하게 남아 있는 기록과 대조했을 때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신빙성을 가르는 실질적인 잣대가 됩니다.
1) 사건 전후의 통신기록·SNS 활동을 확보합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통화 내역, SNS 게시·접속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시간대 전후로 또렷한 대화나 게시물이 남아 있다면, 그 상태의 정도와 지속 시간에 대한 진술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이런 기록이 실제로 판단력 저하를 뒷받침한다면 그 역시 사실관계 정리에 함께 반영합니다.
2) 동석자·제3자의 진술로 당시 상태를 재구성합니다.
같은 술자리에 있었던 다른 참석자, 숙소 입출입을 본 사람, 이후 귀가를 도운 사람 등 제3자의 기억은 두 당사자의 진술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빈틈을 메웁니다. 특히 신고인이 술자리 후반부에 보인 언행, 귀가 방식, 다음 날 아침의 반응 등에 대한 제3자 진술은 법정에서 당사자 진술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는 독립된 근거가 됩니다.
3) 무죄추정 원칙과 입증책임의 소재를 법정에서 명확히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와 그 인식·이용이라는 구성요건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는 사항이며, 그 증명 책임이 피고인에게 전가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모순점과 정황증거로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렸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변론의 축으로 삼습니다.
결론
물증 없는 준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진술이 사건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사 단계를 거칠수록 조금씩 다듬어지고 매끄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진술과 이후 진술을 시간순으로 대조하는 작업, 그리고 그 진술과 무관하게 남아 있는 객관적 기록을 찾아내는 작업이 사건 초반에 이루어질수록 유리합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함께 잠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더라도, 그것이 곧 심신상실 상태의 이용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이의 간극을 진술과 정황으로 어떻게 메우거나 벌려 놓을 것인지가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지점이므로, 조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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