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해준다는 말에 통장 보냈다가 사기방조 혐의까지 받은 사연
사건 개요
급전이 필요할 때 휴대폰으로 날아오는 대출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에 눈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1금융권 저금리 대환대출 가능", "신용도만 확인되면 당일 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상담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 상대방은 "대출 심사를 위해 거래 실적이 필요하다"거나 "본인 명의 계좌로 자금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며 통장이나 체크카드,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합니다. 대출을 받고 싶은 마음에, 또는 카드를 곧 돌려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순순히 넘겨준 뒤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정작 문제는 며칠 뒤 다른 곳에서 터집니다. 은행에서 계좌가 사기이용계좌로 지급정지됐다는 통보가 오거나,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서가 날아옵니다. 확인해 보면 본인이 넘긴 그 계좌로 전혀 모르는 사람의 피해금이 입금되었다가 곧바로 빠져나간 내역이 남아 있습니다. 대출은 결국 실행되지 않았는데, 정작 본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도운 사기방조 피의자로 입건되어 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대출을 받으려다 오히려 속은 피해자라고 느끼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다른 틀로 봅니다. 계좌를 넘긴 사람에게 그 계좌가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계좌·카드에 대한 권리를 확정적으로 넘긴 것인지 아니면 대출 절차의 일환으로 일시적으로 맡긴 것인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실제 유사 사건들에서 같은 "대출 명목"이라도 결과가 무죄와 실형으로 극명하게 갈린 사례가 함께 존재합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형법 제32조가 정한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을 인식하면서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판례는 이 고의가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혹시 범죄에 쓰일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무죄를 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이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가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양도란 상대방에게 접근매체에 대한 소유권·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뜻하고, 기간을 정해 일시적으로 사용하도록 맡기는 대여나 위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1도6965 판결). 대출금 상환 수단으로 체크카드를 보낸 사안에서, 카드 반환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건입니다.
셋째, 미필적 고의 유무를 가르는 구체적 정황입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은행 창구에 직접 나가 거래했는지 아니면 비대면으로 신원을 숨기며 진행했는지, 계좌를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 만들어 넘겼는지, 동종 사건으로 조사받은 전력이 있는지가 함께 따져집니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같은 "대출 명목"이라는 말로 시작해도 무죄와 실형으로 결과가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방조의 고의 없음을 사실관계로 재구성하기
수사기관은 통장을 넘긴 경위보다 결과(피해금이 그 계좌를 거쳤다는 사실)에 먼저 주목합니다. 그래서 이 단계를 방치하면 "계좌를 넘겼다 = 방조했다"는 도식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처음 접촉 시점부터 카드·통장이 넘어가기까지의 경위를 다음 순서로 다시 세웁니다.
1) 대출 상담이었다는 사실을 객관적 기록으로 남깁니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 카카오톡, 통화 녹취, 대출 신청서 양식이나 서류 요청 내역을 확보합니다. "거래 실적 확인", "신용도 조회를 위한 계좌 확인" 등 대출 심사를 가장한 표현이 남아 있다면, 이는 피고인이 애초에 대출이라는 정상적 목적으로 접근했음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은 대출 심사를 이유로 타인 명의 계좌에 자금을 입금시키고 되돌려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사기관도 이미 아는 사실이므로, 이 기록은 "속아서 시작했다"는 서사의 출발점을 만듭니다.
2) 접근매체가 '양도'가 아니라 '일시적 대여'였음을 구성합니다.
대법원 2021도6965 판결의 논리를 따르면, 카드나 통장을 상대방에게 반환받을 것을 전제로 보냈는지, 비밀번호까지 전부 넘겨 배타적으로 쓰게 했는지, 아니면 일부 정보만 확인시켜 준 것인지에 따라 '양도'인지 아닌지가 갈립니다. 카드 반환을 약속받은 문자, 대출 실행 이후 카드를 돌려받기로 한 정황,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했던 사정 등을 정리해, 확정적 이전이 아니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3)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정황을 모읍니다.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 은행 창구에 직접 나가 본인 신분증을 제시하며 거래했다는 점(비대면·차명으로 신원을 숨기지 않았다는 사실), 여러 계좌를 만들어 돌린 정황이 없다는 점, 동종 사건으로 조사받거나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하나씩 확인해 정리합니다. 실제 유사 사건에서도 이런 정황이 갖춰진 통장 제공자들에게는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의심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는 반면,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계좌를 넘긴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세 번째 정황들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전자금융거래법·지급정지 절차까지 함께 관리하기
사기방조 혐의에만 집중하다 놓치기 쉬운 것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사기방조가 무죄가 되어도 별도로 남는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걸려 있는 계좌 지급정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두 갈래를 함께 짚어 대응합니다.
1)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별도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대비합니다.
사기방조는 방조의 고의가 부정되면 무죄가 될 수 있지만, 접근매체를 넘긴 행위 자체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49조가 정한 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본 대로 이 조항의 '양도'는 확정적 이전을 의미하므로, 카드·통장을 일시적으로 맡긴 정황을 앞선 단계에서 갖추어 두면 이 혐의 역시 함께 다툴 근거가 생깁니다. 두 혐의를 따로 떼어 각각 무엇을 다툴지 처음부터 구분해 대응 전략을 세웁니다.
2) 계좌 지급정지에 대해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에 따라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금융회사는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채권소멸절차 개시를 공고합니다. 명의인은 같은 법 제7조에 따라 그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여 지급정지와 채권소멸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계좌에 남은 본인 자금까지 되찾기 어려워지므로, 형사 대응과 별도로 이 기한부터 먼저 챙깁니다.
3) 조사 초기 진술의 방향을 잡습니다.
경찰 조사 초기에 "몰랐다"는 말만 반복하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언제, 어떤 말에 속아 계좌를 넘기게 되었는지를 확보한 자료에 맞추어 시간 순서대로 진술하고, 대출이 실행되지 않아 본인도 피해를 입었다는 사정을 함께 소명합니다. 진술이 매 조사마다 흔들리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쓰이므로, 첫 조사 전에 진술의 뼈대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대출해준다는 말에 통장이나 카드를 보내는 일은 흔히 벌어지지만, 그 뒤에 오는 절차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기방조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접근매체를 확정적으로 넘겼는지로 각각 따로 판단되고, 계좌 지급정지에는 정해진 이의제기 기한이 따로 있습니다.
같은 "대출 명목"으로 시작한 사건이라도 결과가 무죄와 실형으로 갈리는 것은, 처음부터 그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소명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이런 통보나 출석 요구를 받은 상황이라면, 어떤 자료부터 확보하고 무엇을 먼저 다투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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